계엄군 중국간첩 99명 체포 ‘허위정보’... TV조선도 확산?
근거 없는 허위정보 윤석열 지지층 중심으로 확산
TV조선 헌재 변론 온라인 기사에 허위정보 인용해 전달
기자명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입력 2025.01.17 19:52 수정 2025.01.17 22:47
 
▲ 스카이데일리 17일 1면 지면
▲ 스카이데일리 17일 1면 지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발동 당시 선거연수원에서 체포된 중국 간첩들이 압송됐다는 허위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으로 해당 보도에 쓰인 사진은 과거 불법조업 중국인 체포 당시 현장 기사였다. 주류 언론이 외면하고 있지만 TV조선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을 클립으로 나눠 올리는 과정에서 이를 인용하는 듯한 기사를 내 오해를 키우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17일 스카이데일리 지면 1면에도 게재됐다.
 
기사는 지난해 12월3일 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을 펼쳐 경기도 수원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99명의 중국인 간첩을 체포했고, 이들이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기지에 억류돼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이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유튜브 계정에는 해당 기사를 다룬 영상에 1100여개의 댓글이 붙었다. “조중동은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고 스카이데일리가 자유 대한민국 중심 언론사로 우뚝 설 날이 코앞이다”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극우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이를 재확산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기사에 쓰인 사진은 2016년 10월13일 백령도 인근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붙잡힌 중국어선 선원들을 찍은 기사였다. 이 사실은 이미지 검색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보도의 출처를 ‘미군 소식통’으로 언급했다.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계엄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강조했어야 하지만, 그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서는 선관위 공무원 총 119명을 대상으로 5급 승진자 과정과 6급 보직자 과정 등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었다”며 교육참여자와 강사들이 숙박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게엄군은 선거연수원 청사 내로 진입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 스카이데일리 유튜브 보도화면(위)과 2016년 연합뉴스 보도사진(아래)갈무리.
▲ 스카이데일리 유튜브 보도화면(위)과 2016년 연합뉴스 보도사진(아래)갈무리.
 
이 허위정보는 시사IN이 지난해 12월24일 보도한 <[단독] 12·3, 선관위 연수원에서 실무자·민간인 90여 명 감금 정황> 기사가 ‘재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시사IN은 계엄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 계엄군과 경찰이 출동해 선관위 실무자와 외부 강사 등의 출입을 통제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는데 이를 와전하면서 허위정보가 확산됐다.
 
시사IN은 17일 기사를 통해 “내란죄 구성 요소인 ‘국헌 문란 목적’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보도하고자 하는 취지의 기사였다”며 “그런데 본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가짜뉴스 생산·유포 세력은 ‘선관위’, ‘실무자’, ‘감금 정황’이라는 단어에 난데없는 ‘중국인’, ‘간첩’, ‘미군’과 같은 키워드를 자의적으로 조합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가짜뉴스를 무한 생산해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유튜버들이 시사IN의 기사를 언급하며 중국인 해커들을 체포하려던 상황으로 와전시켰다.
 
▲ 17일 TV조선 온라인 보도 갈무리.
▲ 17일 TV조선 온라인 보도 갈무리.
 
TV조선이 허위정보를 확산하는 데 일조하는 문제도 있다. TV조선은 17일 <[티조 Clip]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0명 미군 부대로 이송돼 조사받아”> 영상 기사를 홈페이지와 포털에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 대통령측 변호인들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내용이다. 
 
TV조선이 공판 내용을 클립으로 나누고 이를 요약한 제목을 인용 형식으로 기계적으로 올린 것인데, 문제는 ‘허위정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아 사실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해당 기사에는 “아...이거 진짜구나”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제 메이저에서 슬슬 보도하네요” “뭐여 스카이데일리라서 안믿었는데 메이저언론에서도 보도 되는거보면 진짜여?” 등의 댓글도 잇따랐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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