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석방될 것” 윤상현, 지지자들에 문자…“사실상 습격 명령”
19일 새벽 서부지법 난입 사태 전 
윤석열 지지자들에 안심 문자 보내
이유진 기자 수정 2025-01-19 11:28 등록 2025-01-19 11:04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을 방문한 윤상현 의원.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을 방문한 윤상현 의원.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서부지법 담장을 넘었다가 경찰에 붙잡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두고 “곧 석방될 것”이라며 안심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을 향한 테러 행위를 가벼이 여긴 윤 의원의 태도가 구속영장 발부 이후 ‘법원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 의원과 직접 통화를 했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인증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지지자가 이날 밤 9시11분 윤 의원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막았다고 경찰이 학생 3명을 잡아갔다. 좀 알아봐 주실 수 있냐’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자 윤 의원은 밤 9시46분 “조사 후 곧 석방할 것’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또 다른 지지자가 같은 날 밤 11시29분 ‘오늘 월담한 17인 훈방 조처 됐나. 모금까지 이야기 나오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자 윤 의원은 재차 ‘조사 후에 곧 석방될 것’이라고 답했다.
 
담을 넘어 서부지법에 진입하려던 이들이 경찰에 붙잡혀 모여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담을 넘어 서부지법에 진입하려던 이들이 경찰에 붙잡혀 모여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또 온라인상에 올라온 한 영상을 보면 서울서부지법 앞에 직접 나온 윤 의원은 “17명의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그래서 관계자하고 이야기했고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며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가 내일 아침에 미국을 가니까 제 휴대전화 번호를 드릴 테니까 혹시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주면 우리 보좌진들이나 의원들이 직접 나서게 하겠다”고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앞서 18일 오후 5시24분께 서부지법 후문 쪽 담장을 넘은 남성 1명과 저녁 6시5분께 같은 자리서 담장을 넘은 16명 등 17명이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다. 이어 같은 날 저녁 7시33분께 법원을 빠져나오던 공수처 차량을 가로막고 1시간 가까이 난동을 부린 이들 가운데 일부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윤 의원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안심시킨 이후 19일 새벽 3시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흥분한 지지자들은 서부지법에 난입해 법원 청사를 부수는 등 큰 소동을 벌였다. 법원 창문과 외벽을 깨부수고 건물 안으로 난입한 이들은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겠다”는 등 흥분한 모습으로 법원 안을 돌아다니며 각종 집기와 창문 등을 파손했다.
 
누리꾼들은 윤 의원의 문자와 발언이 알려지자 “폭동을 선동한 것 아니냐’, “법원 담을 넘었는데 어떻게 바로 훈방이 되나”, “윤상현이 일을 키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습격의 전조는 18일 저녁 월담이었다. 경찰이 월담자 17명을 체포했지만 극우 시위대는 '훈방' 될 것으로 믿고 더 대담해진 듯하다”고 썼다. 이어 “‘훈방' 기대의 근거는 윤상현이었다. 이 내용이 급속히 시위대 사이에 공유됐고 이후 습격, 폭동의 도화선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 의원은 “법원이 침탈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침탈자들 훈방된다고 안심시켰으니 이것이 습격 명령과 무엇이 다를까”라며 비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19일 “채증자료 등을 바탕으로 주동자를 비롯한 불법행위자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18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려 체포된 윤 대통령 지지자는 모두 86명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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