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의혹' 서울청장 취임에 현직 경찰 "범죄자 모실 수 없다"
[인터뷰] '내부망 경찰 인사 비판' 김연식 경감 "박현수 청장 스스로 물러나라"
25.02.11 14:52 l 최종 업데이트 25.02.11 15:11 l 김형호(demian81)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순찰요원들과 함께 치안현장 순찰을 하고 있다. 2025.2.10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순찰요원들과 함께 치안현장 순찰을 하고 있다. 2025.2.10 ⓒ 연합뉴스
 
12·3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박현수(54·경찰대 10기)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가 지난 10일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로 취임한 데 대해 현직 경찰관이 "14만 전국 경찰 명예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경남 하동경찰서 소속 김연식(51) 경감은 11일 <오마이뉴스> 전화인터뷰에서 "박 청장은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도자들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느냐. 청장 직을 절대 수행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하동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경감은 "내란 가담 의혹이 있는 인물이 서울청장을 하면 그와 함께 근무하는 하위직은 뭐가 되느냐. 범죄자를 장으로 모시라는 소리냐"고도 했다.
 
김 경감은 인터뷰에 앞서 지난 9일 오후 경찰 내부게시판에 최근 기습 단행된 경찰 고위직 승진·전보 인사를 정면 비판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린 바 있다. '경찰 고위직 인사, 원칙도 기준도 없는 권력의 장난 – 이게 조직인가, 개판인가?'라는 제목의 게시글이다.
 
이 글에서 김 경감은 "경찰 조직의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가. 정권 입맛에 맞게 줄 서고 아부하면 승진하는 시스템만 남았다"며 "최근 경찰 고위직 인사를 보라. 총경에서 치안정감까지 단 3년. 조직에 헌신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과 권력기관을 전전하며 정권의 비위를 맞춘 사람이 단숨에 승진하는 구조"라고 직격했다.
 
이어 "승진이 정권 눈치를 보는 자들만의 리그가 되면, 결국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이 아닌 정권의 편에 서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찰 조직이 과연 국민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도 지적했다.
 
경찰 고위직 인사, 원칙도 기준도 없는 권력의 장난
 
 김연식(51) 경남 하동경찰서 경감. 하동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치안정감·치안감 고위직 승진 인사를 정면 비판하는 글을 지난 9일 경찰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김연식(51) 경남 하동경찰서 경감. 하동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치안정감·치안감 고위직 승진 인사를 정면 비판하는 글을 지난 9일 경찰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 김연식 제공
 
김 경감은 인터뷰에서 소위 '친윤경찰'로 지목되는 고위직 경찰관들을 향해 "승진 욕심 적당히 부려라. 당신들도 공무원이고 경찰"이라며 "정권에 잘보여 승진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2-3년 더 근무하다 집에 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직 몇 사람 때문에 전체 경찰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게 기분이 정말 안 좋다"고 덧붙였다.
 
동료 경찰관들에게는 "지금 이 시기엔, 부당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용기를 갖고 함께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용기가 가장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김 경감은 서울경찰청이 진행 중인 서부지법 난동 사태 배후 수사, 탄핵 국면에서 각종 집회·시위 관리 등 업무가 정상 수행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내란 가담 의혹이 있는 사람을 서울청장에 앉혀두면 더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직무대리는 2022년 3월 총경 계급으로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 들어간 뒤 현 정권에서만 총경→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내정)으로 세 계급 초고속 승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경찰 병력이 여의도 국회를 봉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경찰 병력이 여의도 국회를 봉쇄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5일 기습 단행된 고위직 인사에서 경찰 계급서열 2위인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됐다. 곧이어 지난 9일 승진 내정자 신분으로 서울청장 직무대리에 오르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계엄 당시 국회 봉쇄와 방첩사 체포조 지원 등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부터 이튿날 새벽 계엄 해제까지 조지호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임정훈 경찰청 경비국장, 강상문 영등포경찰서 서장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조지호 서울청장과 임정훈 경비국장은 계엄 당시 국회 봉쇄를 주도한 혐의를, 이상민 장관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고 있다. 강 서장은 방첩사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은 인물이다.
 
"스스로 물러나는 게 14만 경찰 체면과 자존심을 지키는 일"
 
다음은 이번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김 경감과 나눈 대화를 문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 경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유는?
"일단 너무 화가 났다. 계엄 당시 내란 주도자들과 전화통화했던 사람을 승진시켜 서울청장으로 발령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현장 인력 부족 등 문제를 제기하면 지휘부에서 감찰을 강화한다느니 '입틀막' 을 하는데, 이게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러던 차에 고위직 인사를 보고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 이번 고위직 인사를 평가한다면?
"치안 현장이나 조직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체 경찰을 지휘하는 구조다. 현장을 몰라도 용산에 줄을 서면 초고속 승진한다. 배를 한 번도 안 타보는 사람이 선장이 돼 가지고, 권력에 줄을 대서 바다로 나가는 형국이다."
 
- 야당과 시민사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박 직무대리 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박 직무대리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내란 가담한 사람이 서울청장직을 수행하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나. 범죄자를 장으로 모신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린가. 스스로 물러나 주는 게 14만 경찰 체면과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박현수 경찰국장의 모습.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박현수 경찰국장의 모습. ⓒ 국회
 
- 박 직무대리는 통화한 사실은 시인하고 있으나, 연루 혐의는 부인한다. 통화 상대도 "서로 고생한다"며 안부 통화였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답했는데.
"변명이다. 통화는 했는데 안부 전화다? 그 말을 대한민국에서 누가 믿겠는가. 박 직무대리에 대해선 반드시 조치가 있어야 한다."
 
- 박 직무대리는 오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나가 해명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다 변명이다. 범죄자들도 전부 다 자기 변명을 한다. 그런데 객관적인 사실을 보라. 그날 분명히 군을 동원한 내란이 있었다. 내란 과정에서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지 않았는가. 그것 때문에 경찰청장이나 서울청장이 구속되지 않았나."
 
-김 경감은 서울청이 아닌 경남청 소속인데.
"조직 전체 명예가 걸린 일이다. 그 사람 하나 때문에 조직 전체 인사 시스템이 망가졌다. 국민 신뢰와도 직결된 문제다."
 
- 박 직무대리가 이끄는 서울경찰청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 배후자 수사, 각종 집회·시위 관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조기 대선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상식을 가진 사람은 죄를 지으면 감옥 가고 벌 받는다. 비상식적인 사람의 앞날을 어떻게 알겠는가. 위기를 모면하려고 자꾸 엉뚱한 짓을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는가. 내란 가담 의혹이 있는 사람을 서울청장에 앉혀두면 뻔한 것 아닌가."
 
"그래도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3시경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했다. 이들은 진입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외벽 및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3시경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했다. 이들은 진입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외벽 및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 락TV 화면
 
- 총경 이상 고위직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도록 돼 있다. 수뇌부를 넘어 인사를 단행한 정권을 조준하는 문제일 수도 있는데.
"내부망에 쓴 글, 언론 인터뷰 모두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고위직 기습 인사를 비판하는 글이 경찰 내부망에 추가로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 후속 인사 때문일까. 아니면 현 정부에서 경찰국 신설 때 '경찰 장악용'이라며 총경회의 주도한 이들을 좌천시킨 영향일까?
"그런 영향도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를 불이익 때문에 다들 눈치를 보고 있다, 지금."
 
- 동료 경찰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짜 부당하면 용기를 갖고 한마디씩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용기가 가장 필요할 때라고 본다."
 
- 경찰 고위직에 하고 싶은 말은.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이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당신들도 공무원이고 경찰 아니냐. 정권에 잘 보여 승진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2-3년 더 근무하다 집에 가는 거 아니냐. 고위직 몇 사람 때문에 전체 경찰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게 기분이 정말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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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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