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대통령이 국회의장 묶어두려다 생긴일.."하늘이 도왔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국빈 만찬에 우원식 보낸 패착
정현숙 | 기사입력 2025/02/22 [14:17]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를 방문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면담을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을 묶어두려고 국빈 만찬에 대리로 내보내 오히려 그를 돕게 된 12·3 비상계엄 당일 밤 비화가 공개됐다. 
 
키르기스스탄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이 국빈 방문해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이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당시 선약이 있던 우원식 의장은 갑작스럽게 윤 대통령으로부터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 나 대신 참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다고 한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계엄 당일 저녁에 우원식 의장이 원래 술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일정이 있었다"라며 이런 사실을 조목조목 밝혔다. 
 
박선원 의원은 "12월 3일 저녁에 윤석열 대통령이 우원식 의장을 만찬 자리에 묶어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걸 거절하지 못하고, 우원식 의장이 원래 있던 (술을 많이 먹어야 하는) 약속 자리를 취소하고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 가게 되었고 저도 같이 갔다"라고 전했다.
 
우 의장이 대통령의 요청이라 거절할 수 없어서 앞서 약속을 취소하고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만찬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의 한수'가 된 대반전이 벌어졌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이슬림 신자인 무슬림으로 술을 일절 먹지 않았고 만찬장에는 술 대신 과일 음료수만이 준비돼 있었다.
 
만약 우 의장이 술이 오가는 선약에 갔거나 키르키스스탄 대통령이 이슬람 신자가 아니었다면 술이 거나하게 취해 국회 담을 넘기 어려워 계엄 해제가 불가했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확실하게 무력화하기 위해 우 의장을 만찬장에 붙잡아 두려는 의도로 치밀하게 계엄을 준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배 주스만이 오갔던 그날의 만찬은 저녁 8시 30분에 깔끔하게 종료되었고, 우원식 의장은 윤 대통령 덕분에 멀쩡한 정신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다가 계엄령 소식에 부리나케 국회 담을 넘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이끌 수 있었다.  
 
박선원 의원은 "원래 의장님이 '자네들도 한잔해' 이런 스타일인데, 건배해도 다 배 주스 이런 거였다"라며 "의장의 발을 묶어두려고 만찬을 미룬 것인데 덕분에 의장이 오히려 술을 안 먹게 된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정호 '코너아시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이슬람 신자가 아니라서 만찬에 술이 제공되었다면 우 의장은 꽤 음주를 했을 것"이라며 "술을 곁들인 만찬이면 술이 없을 때보다 길어질테니 마치는 시간도 더 늦어졌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무엇보다 꽤 술을 마신 상태에서 67세의 우 의장이 혼자 국회 외부 담장을 제대로 넘었을지 의문이다. 월담하다가 나뒹굴어 심하게 다치기라도 했다면 의사당 안으로 제때 못 들어왔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맨정신이었으니 계엄군이 난입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침착하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과음한 상태였으면 대처가 훨씬 늦었을 것이고, 계엄 해제 의결도 바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저런 상황을 다시 돌아보니 정말 하늘이 우리를 도왔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안도했다.
 
지난해 12월 3일 국회 담을 넘는 67세의 우원식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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