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기업 취업’ 제안 후, 실제로 작성된 김영선 이력서
이명선 2025년 02월 25일 18시 01분
 


지난 22대 총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에게 "김상민 검사의 국회의원 당선을 도우면 장관이나 공기업 사장 자리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명태균 씨가 폭로한 가운데, 실제로 김 전 의원이 공기업 사장 취업을 준비한 사실을 뉴스타파가 포착했다.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5월, 김 전 의원은 강혜경 씨에게 자신의 이력서를 보내면서 일부 내용을 수정해 달라고 지시했다.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이력서를 작성할 무렵에 김 여사와 통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명태균 씨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는 기자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참 답답하다'라는 제목의 명태균 씨 옥중 서신을 공유했다. 이 서신에서 명 씨는 "김건희 여사가 창원 의창 지역구 현역이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전화해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혜경 씨가 김영선 전 의원 지시에 따라 수정·보완한 김영선 이력서 ⓒ뉴스타파
 
강혜경, "김영선, 곧 공기업 사장 된다면서 김건희 여사와 통화 후 이력서 작성" 
 
명 씨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와 통화를 마친 김영선 전 의원은 "김건희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지난 대선 때 내가 얼마나 죽을 힘을 다해 도왔는데. 자기 사람(김상민 검사) 공천을 주려고 5선 의원인 나를 자르고, 거기에 더해 나보고 그 사람을 도우라고 하다니. 나는 벨(가치)도 없나?"라고 말하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명 씨는 "이 사건이 결국 김영선 전 의원이 비례대표 1번으로 개혁신당 입당을 고려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나 역시 김건희 여사로부터 그녀와 김영선 전 의원 간의 텔레그램 및 전화 통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영선 전 의원은 실제로 공기업 임원직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22대 총선이 끝나고 약 4주 후인 지난해 5월 3일, 김 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강혜경 씨에게 자신의 이력서를 보내며 일부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대학에서 강의한 경력을 이력서에 넣으라"는 등 구체적인 수정·보완사항을 알려줬다.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 통화에서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영선 전 의원이 공기업 사장에 곧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이 무렵에도 김건희-김영선 두 사람이 통화를 했는데 김 전 의원이 녹음을 못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 김영선 : 거기 위에 제목에 뭐 공천 심사 서류 그거 빼고, 이력서를 하나 만들어서 (네네네) 나한테 좀 보내 줄래?
○ 강혜경 : 네 알겠습니다.
● 김영선 : 이력서에 그 (네) 네이버에 들어가 보면은 (네네) 그 어디 뭐 저기 대학교에서 강의한 내력이 좀 있을 거야. (중략) 동국대에서도 강의한 적이 있는데. ○ 강혜경 : 한번 찾아 볼게요. ● 김영선 : 그게 기술돼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거 좀 넣어주면 좋을 것 같아. ○ 강혜경 : 네네네. 수정해서 보내드릴게요. 
2024년 5월 3일 김영선-강혜경 통화
 
뉴스타파는 당시 강 씨가 수정한 김영선 이력서를 입수했다.
 
이력서에는 김 전 의원의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정당인이라는 직업이 나와있었는데, 김 전 의원이 강 씨에게 전화로 지시한대로 사회 경력에 동국대 출강 내역이 들어가 있었다. 이력서에 찍힌 날짜는 2024년 5월이었으며, 하단에는 김 전 의원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강 씨는 이력서를 수정한 뒤 5월 3일 김 전 의원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강혜경 씨가 김영선 전 의원 지시에 따라 이력서를 수정·보완한 후 2024년 5월 3일 김 전 의원에게 전송했다. ⓒ뉴스타파
 
앞서 뉴스타파는 22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김건희-김영선 두 사람이 최소 11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두 사람이 공기업 임원 취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한 정황이 추가로 파악된 것이다.
 
김건희의 취업 제안이 실재했는지는, 22대 총선 개입 의혹의 진실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의 휴대전화에서 김건희 여사의 통화 녹음파일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 황금폰 외에도 사건 진실을 규명할 핵심 증거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제작진
편집  정애주
CG  정동우
웹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리서치  최혜정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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