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독립운동사 연구라더니‥혈세로 '이승만 전기' 편찬?
입력 2025-02-28 20:11 | 수정 2025-02-28 20:39  양소연 기자
 

 
앵커
 
내일은 3.1절입니다만, 우리 정부가 최근 공식발간한 연구보고서를 입수해봤더니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술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부분이 확인됐습니다.
 
김구, 안창호, 서재필 등 대표적 독립운동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서술이 더 많이 담겼고, 찬양에 가까운 표현들마저 곳곳에서 눈에 띄는데요.
 
대체 이유가 뭔가 싶은데,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내용이 대폭 반영된 걸로 보입니다.
 
양소연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이승만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정신이 빛나고 있으며…인내심이 그의 표정의 부드러움에 나타나 있었다.”
 
이승만 전기의 한 대목 같지만, 사실 외교부가 공식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인용 서술된 내용입니다.
 
'그동안 간과·저평가된 해외 외교 독립운동을 재조명'한다며 작년 말 발간한 500쪽의 보고서.
 
전체의 5분의 1에 달하는 95쪽에 걸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신사는 이승만 박사가 강연으로 방문한다면 무료 교통편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 어린이가 이승만에게 '사랑을 담아’라고 쓴 쪽지와 함께 25센트를 건넸다"는 등 연설 활동과 관련된 미담을 빼곡하게 담았습니다.
 
보고서에는 '이승만'이란 이름이 723번이나 언급되는데, 김구, 안창호, 서재필 등 다른 대표적 독립운동가의 외교독립운동이 언급된 횟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이승만의 소소한 활동들, 아주 작은 연설들, 아주 작은 기고문들까지 다 일일이 표를 만들어서… 너무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승만 위인전에 가까운…"
 
반면 논란은 간략하게 넘어갔습니다.
 
1910년대 후반, 이승만이 국제 연맹에 한국을 통치해달라고 요청한 '위임통치 청원' 사건, 또 192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에서 탄핵된 사유 등은 제대로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신주백/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상해에 와서 전혀 임시정부를 지도하지 않았다'라는 거예요. 미국이라는 안전지대에서만 활동을 한 거죠.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서 대통령으로서 행세만 하는 게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까?"
 
지난해 4월, 외교부는 보훈부 등과 함께 외교, 교육, 문화 등의 독립운동도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무장독립운동을 제외한 나머지 독립운동도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한 직후입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 영상편집: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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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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