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녹음파일 “이영호 죽이면 안돼, 이야기 하지 마라”

최종석 전 행정관 ‘윗선’ 지목, 장진수 주무관에 회유 드러나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당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이, 증거인멸의 ‘윗선’으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을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가 공개한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최 전 행정관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장 전 주무관이 폭로를 하면)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갈 것이 뻔하다. 민정수석실도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감에서 (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위증 문제로 다 걸릴 것”이라며 “(나도) 이영호 비서관한테는 원망하는 마음이 있지만, 저 사람 여기서 더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어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대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재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을 회유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한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을 먹여 살려 줄 테니 극단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캐시(현금)를 달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구형을 벌금형으로 낮춰주고 △현대자동차 그룹에 재취업시켜 주겠다는 등으로 장 전 주무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제안을 이어갔다.

이날 공개된 녹음 파일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1심 재판을 한달 앞두고 있던, 2010년 10월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근처에서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행정관은 지난해 8월 주미 한국대사관 주재관으로 발령받아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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