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내란동조자들의 충격적인 공통점...고등학생의 탄식
윤 대통령 파면 이후 '사회 대개혁'은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 서부원(ernesto) 25.04.03 18:50ㅣ최종 업데이트 25.04.03 18:5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권우성
드디어 길고 길었던 내란의 터널을 빠져나올 모양이다. 헌법재판소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넉 달, 탄핵심판 최후 변론이 끝난 지 39일 만인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상 밖으로 선고가 늦어지면서 광장의 탄핵 찬반 갈등이 격화되었고, 반목과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수백 명의 작가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가톨릭 사제들이 거리로 나와 시국미사를 여는 와중에도, 여전히 극우 세력은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퍼뜨리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의 위기로 내몰렸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운'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라는 자긍심이 순식간에 허물어졌고, 헌법 가치가 내동댕이쳐졌으며 법치주의에 대한 공고한 믿음이 무너져버렸다. 국내외의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탄핵 찬반의 갈등 속에 여론은 갈기갈기 찢겼다.
민주주의는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다시 세우기는 매우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불과 2년 반 만에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윤 대통령은 파면될 테고, 어떻게든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테지만, 그것은 혼란의 끝이라기보다 만신창이가 된 공동체를 대수술하는 고행의 시작일 것이다.
한 아이의 고백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어떻게..."

▲서울대학교 깃발이정민
'응원봉 혁명'으로 시작된 광장의 분노는 '사회 대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로 옮겨 불붙고 있다. '죽 쒀서 개 준' 꼴이 된 지난 2016년 촛불 혁명의 교훈을 잊지 말자고 서로 다짐하며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진정한 내란의 종식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넘어 '사회 대개혁'을 통해 완성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 대개혁'.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윤 대통령과 같은 저열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에게 정권을 위임한 우리 자신을 반성하며, 그릇된 판단과 선택으로 공동체에 진 빚을 '사회 대개혁'으로 갚아야 한다. 그러자면, 각자 발 딛고 선 자리에서 부정부패에 대해 무뎌진 감수성과 낡은 관행을 혁파하려는 옹골찬 각오가 필요하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익의 대변자를 자처해 온 검사들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리사욕에 찌들어 있음을 알게 됐고, 총리와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헌법 정신과 법치를 무시로 훼손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국회의원 공천과 공기업 사장 자리가 권력의 전리품이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치를 떨었다.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 부끄러웠다. 이는 우리 교육이 방향을 잃고 기능부전에 빠졌음을 명징하게 보여준 사례여서다. 서울대 법대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의 의식과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가를 아이들도 눈치채 버렸다. 한 아이는 대통령부터 장관, 국회의원까지 내란 수괴와 동조자의 다수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지금껏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오매불망 한 명이라도 더 진학시키기 위해 몸을 갈아 넣었는데, 정작 최고 엘리트가 된 그들의 행태는 공공선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달았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합심한 사회적 자산이 투여되었는데도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라고 자찬했다. 그들의 비뚤어진 '선민의식'은 그렇게 길러졌다.
그들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게 용서되는 삶을 살았다. 미래 '학교의 명예를 빛낼 인물'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편안하고 거침없는 학교생활을 즐겼다. 그들은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이었고, 그들의 성적 추이에 모든 교사가 노심초사했다. 그들의 명문대 진학은 그들에 대한 '보답'이자 '선물'이었다.
단지 그들 자신만의 출세요 성공일 뿐이지만, 학교는 그것을 '학교의 자랑'으로 여겼다. 학교는 졸업생인 그들의 명함에 새겨진 벼슬에 집착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교문 현수막에 대학의 이름을 새기더니, 사회에 진출한 뒤엔 벼슬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어 내건다. 그의 벼슬이 그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는 식이다.
예나 지금이나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 수가 명문고등학교의 판별 기준이다. 학부모들은 그 숫자에 현혹되어 자녀들을 그 학교에 보내고 싶어 안달한다. 문제는 정작 명문대에 진학한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뒤 우리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벼슬에 환장한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학교에서 최상위권 아이들의 '선민의식'이 공고해지는 사이, 나머지 아이들 대다수는 존재감 없는 '투명 인간'으로 취급받았다.
피라미드 구조의 강퍅한 교실은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미화된다. 친구들끼리도 "아니꼬우면 경쟁에서 이기면 된다"는 날 선 말을 서슴없이 던지고, 경쟁을 문제 삼으면 대번 지질한 자의 몽니로 낙인찍힌다. 학부모도, 교사도 이를 바루어줄 생각이 없다. 되레 학교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며, 심지어 경쟁만이 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부르댄다.
'윤석열 파면'은 학교 교육을 변화시키라는 준엄한 명령

▲고등학교 교실 (자료사진)연합뉴스
아이들의 각박하고 야멸찬 태도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아직도 그들은 '1명의 엘리트가 1만 명의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어느 기업가의 말을 신봉한다. 외견상 자본주의적 사고지만, 따지고 보면 봉건왕조 시대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1명의 엘리트가 추앙받는 사회에서 1만 명의 국민은 '개돼지' 신세가 된다.
요컨대, '사회 대개혁'의 시작은 학교여야 한다. 학교가 지닌 모든 교육적 자산을 명문대 진학에만 쏟아부었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더 많은 '윤석열'을 길러내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표여서는 곤란하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갖추고 공공선을 행하는 성숙하고 올곧은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본령이 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집권과 파국은 우리가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학벌과 벼슬을 기준 삼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윤 대통령의 파면은 오로지 명문대 진학에 애면글면해 온 학교 교육의 방향타를 돌리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미래의 '윤석열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학교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사족.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생중계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탄핵 선고 방송을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학교마다 파면 선고에 환호성이 울릴 테지만, 그것만으로 매조질 순 없다. 그때 아이들에게 그들이 바라는 학교의 모습을 적어 보도록 할 생각이다. 그들에게 파면의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나부터 달라지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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