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4390
고리 원전 1호기 대형사고, '한달간 은폐' 파문
12분간 전원 끊기고 비상발전기도 중단, "후쿠시마 재앙 날뻔"
2012-03-13 15:42:30
국내에서 가장 오래돼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돼온 원전인 고리 원전 1호기에서 한달여 전에 외부의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9일 오후 8시34분께 고리 1호기의 발전기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끊어지는 동시에 비상디젤발전기까지 작동하지 않아 발전소 전원이 12분동안이나 들어오지 않는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원전은 발전을 중지하더라도 원자로의 열이 남아 있어 냉각수를 돌려 천천히 원자로를 식혀줘야 하나, 냉각수를 돌리기 위한 외부 전원 공급이 끊기고 이와 함께 이런 경우를 대비한 비상발전기조차 가동되지 않은 것. 원자로 온도는 수천 도에 이르기 때문에 잔열 제거 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 노심까지 녹는 후쿠시마 원전 4호기와 같은 최악의 재앙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이같은 중차대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실을 위원회에 알린 것은 사고가 일어난 뒤 한달이 지난 뒤인 지난 12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원자력 관련법령 위반이다.
안전위는 이에 13일 고리 1호기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단을 긴급파견해 정밀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한달여 동안 보고를 하지 않은 경위도 조사해 관련자들을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문제의 고리 원전 1호기는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고령 원전이나,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비를 아끼겠다며 설계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이어서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원전이다.
특히 고리 원전 1호기는 처음 설계때부터 부실 용접봉이 사용되고, 그후 설계변경 이후에도 수많은 하자가 있다고 지적받아온 문제 원전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경태(부산 사하을) 민주통합당 의원도 지난해 4월19일 "정부는 197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구리가 포함된 용접봉이 원자로 용기에 사용될 경우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음을 알고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 용접제가 사용된 고리 1호기 가동을 밀어붙였다"며 "고리 1호기는 미국산으로 1969년 설계되어 1978년 가동에 들어갔는데 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용기를 사용한 원자로를 가동한 것은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구리가 포함된 용접봉을 사용하게 되면 원자로 용기에 균열이 발생하기 쉬워 강진 발생 시 용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현재 국내 21개 원전 가운데 고리 1호기만 이 용접봉이 사용된 상태라고 조 의원은 강조했다.
또한 정부 원전 안전점검단에 참여한 복수의 전문가들은 같은 날 <조선일보>에 "고리 원전에 설치된 수소제어기와 비상발전기 등 안전시설이 규격에 맞지 않거나 잘못된 곳에 설치돼 있었다"면서 "강력한 지진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불러온 것과 같은 쓰나미, 기타 돌발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점검단이 지적하는 대표적 부실 사례는 원자로 내부의 수소를 공기와 반응시켜 물로 바꾸는 '피동형 수소촉매 재결합기(PAR)'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냉각수 부족으로 핵연료봉에서 수소가 발생해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한 점검단 전문가는 "PAR은 2013~2014년 가동예정인 신고리 3·4호기에 장착하려고 들여온 것"이라며 "고리1호기는 신고리 3·4호기와 구조나 크기가 전혀 다르다"면서 "서로 호환할 수 있는지 실험도 않고 그대로 장착해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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