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해요, 새누리당! 이거 '표절' 아닙니까?
[게릴라칼럼] 2008년 18대 새누리당 공약과 현실, 비교해봤더니
12.03.16 09:17 ㅣ최종 업데이트 12.03.16 09:17  안호덕 (minju815)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2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새누리당 골목상권 보호 펼침막 ⓒ 안호덕

"(11월)25일로 (상생법 처리)하면 그 양반(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유럽연합과) 협상하러 가서 자기 체면이 안 서고, 우리 국가 위신도 안 서거든요. 이렇게 그 사람도... 체면을, 변명이라고 그럴까요. 익스큐즈(Excuse) 할 수 있는 걸 줘야죠." - 이군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2010년 11월 9일 방송분 중)
 
2010년 11월, 야당 및 시민단체가 상생법과 유통법 일괄 처리를 요구하자 당시 김종훈 교섭본부장은 '한-EU FTA 협정이 무산될 수 있다'며 상생법 상정 자체를 극렬 반대했다.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지도부들은 김종훈 교섭본부장의 억지에 부화뇌동했고, 당시 원내수석대표였던 이군현 의원은 김종훈 교섭본부장의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상생법 연기를 공론화했다.
 
'서민경제·자영업자 고달픈 생활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장면과 이 문구를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의 의견인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슬로건은 믿을 수 없게도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내세운 것이다. 새누리당은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고 대형마트 입점 시, 주변 전통시장 및 중소유통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반영해 지역 설명회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일부 카드 결제 거부 투쟁으로 번졌던 카드 수수료 문제도 알고 보면 18대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 공약이었다.
 
카멜레온도 울고 갈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신술
 
그러나 서민경제와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주겠다, 동네 가게를 살리겠다는 새누리당의 18대 총선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한-EU FTA, 한미FTA와 어긋난다'는 논리를 앞세워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상생법과 유통법을 가로 막았다. 기름 값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가 주유소를 세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인물도 지식경제부장관으로 발탁됐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그 결과, 7년 동안 전통시장 178곳이 감소했고 5년 동안 영세점포 3만7000여 개가 문을 닫았다. 반면 2003년 265곳이었던 대형마트는 2010년 450곳으로 늘었다. 또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234곳에서 866곳으로 증가했고, 2010년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전통시장 전체의 매출액보다 9조7000억 원이나 많다.(기업경영진흥원 자료)
 
이랬던 새누리당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대형마트의 골목진출을 막겠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18대 총선 선거운동 때는 동네가게를 살리고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주겠다더니, 정작 임기 동안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대형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던 새누리당. 그런데 선거 때가 돌아오자 부랴부랴 당명을 갈아치우고 다시 골목 상권을 지키겠다고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카멜레온도 울고 갈 놀라운 변신술이다.
 
김종훈 전 교섭본부장은 컴컴한 곳(강북)보다 강남에서 공천 받기 원했으며, 그를 감싸던 이군현 의원과 대형마트 주유소를 추진하던 최경환 의원 등 'MB노믹스'의 전령사들 역시 또다시 의원이 되려고 하고 있다.
 
너무 허무하게 끝난 MB정부의 일자리 창출 약속
 
▲ 새누리당 일자리 창출 펼침막 ⓒ 안호덕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도 새누리당은 할 말이 없을 듯하다. 2009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34만 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0년 10월 최영희 민주통합당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한 해동안 6조 4000억 원이 4대강 사업에 투입됐음에도 4대강 공사 구간의 발주가 모두 끝난 8월 말까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늘어난 일자리는 1222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고용기간이 1년인 일자리는 364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1개월 미만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이었다. 이런 결과를 놓고는 아무리 점수를 후하게 쳐준대도, '4대강 일자리 창출' 사업은 99.9% 실패한 것으로 봐야한다.
 
결국, 몇 십조 원을 쏟아 부어서 헛발질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일자리 창출 헛발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미FTA가 발효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했고, 나아가 정옥임 새누리당 의원은 "분별없는 반미주의·반FTA가 우리 경제와 국민복지, 일자리 창출, 나아가 대한민국의 안보에 어떤 해악을 가져올지에 대한 인식도, 판단도 없다"는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2009년,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법 시행을 미루자'고 주장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절규는 '악어의 눈물'이었다. '100만 실업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비정규직법 유예를 다그쳤던 새누리당이었지만, 경비원 등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100만 원 남짓한 최저임금을 보호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관리비 상승 등으로 인해 대량 해고가 우려된다'며 2007년 한 차례 미뤘던 최저 임금 100% 지급 유예조치를 또다시 2015년까지 연장하자고 했다. 4년 전, 60세 이상에게 고용보장을 지원하겠다고 한 총선 공약은 노인들을 싸구려 노동자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였나.
 
청년 실업자가 11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 자체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일자리 창출 약속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 증명해준다.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4대강 사업을 해야 일자리가 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뒤돌아서면 까먹는 기억상실증 환자가 아니건만, 어찌 그런 인물들을 후보로 뽑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애들 밥그릇 빼앗은 의원님들, 낯간지럽지 않나
 
▲ 새누리당 '맞춤형 복지' 펼침막 ⓒ 안호덕

새누리당은 '건강한 복지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복지 슬로건을 걸고 18대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표를 얻어 갔지만, 18대 국회 임기 내내 '복지'는 금지 단어였고, 같은 당 의원이라도 복지를 요구하면 무섭게 몰아 붙였다.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된 예산안에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는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장애인·노인·저소득층 및 사회취약계층 예산 등 2조 880억 원의 서민예산을 삭감해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에 1000억을 증액 배정했으며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한식 사업에 242억 원을 배정했다.
 
이건 '폭거'에 가까운 행위였음에도 그들은 스스로를 '친서민 정부'라고 불렀고 뼛속까지 서민이라 했다. 입으론 그렇게 말했지만, 국민들의 복지 요구는 철저히 좌파 포퓰리즘으로 몰아 붙였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공약한 반값 등록금마저도 스스로 부정했다. 그들에게 복지는 나라를 망치는 망국병이었고, 국가 전복을 꾀하는 좌파들의 기도 행위였다.
 
무상급식 이슈가 떠올랐을 때 새누리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의원은 "부자 무상급식은 어떻게 보면 복지가 아니다, 국민 세금을 거둬서 쓰지 않아야 될 곳에 쓰는 좌파 포퓰리즘",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공약은 정책위에서 단호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이야기를 꺼내자 김문수 도지사는 "황우여 집 팔아 등록금 주나"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이름 바꾼 새누리당, 이번에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복지'란다. 그렇게 몰아세우던 '좌파(?)'들도 엄두를 못 낼 이 공약을 대체 무슨 수로 감당하려는가. 의원 전체가 로또를 맞아도 해결 안 될 복지의 공약을 걸어 놓고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니, 내지르고 보자는 노름판 베팅인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우파(?) 포퓰리즘의 극치인가. 결식아동 밥그릇까지 빼앗았던 새누리당 의원들, 이런 공약 내세우기 후보로서 낯간지럽지 않는가?
 
지난 4년, 다가올 4년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두 '정책선거'를 하자고 한다. 지연과 학연에 얽매이지 말고 정정당당히 정책 대결로 승부를 내자고 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정책 선거라는 것은 길거리에 나부끼는 공약이나, 언변 좋은 후보자들이 내뱉는 달콤한 약속들이 전부는 아니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 정당의 내력이고 후보가 된 사람이 살아온 이력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서 '맛있다'를 연발하던 국회의원들과 형님 예산, 대통령 부인 예산까지 챙기면서 정작 아이들 밥 굶게 만들었던 국회의원들, 1% 자본권력의 충복이 되어 영세자영업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국회의원들, 비정규직 등 값싼 노동력을 만들어 기업에게 부를 안겨 주었던 국회의원들. 우리가 그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 4년이 다가올 4년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친이계가 탈락을 하는 것, 친박계가 공천을 받는 것을 잣대로 잘된 공천, 잘못된 공천을 판단할 수는 없다. 아니, 판단할 필요도 없다. 내가 새누리당의 공천에 후한 점수를 안 주는 이유는 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을 하겠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호언이 전혀 피부와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의원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복지는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였던 인물들을 채웠다. 이것이 내가 새누리당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안호덕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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