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표적 박정삼씨 “MB정부, 노무현 비자금 캐려 뒷조사”
등록 : 2012.04.02 20:43

GKL사장 재직때 감사원·검찰 수사받고
벌금형 기소 뒤에도 총리실서 계속 뒷조사
“나를 노무현 비자금 창구로 끝없이 의심해”

“이놈들이 또다시 나를 뒷조사하고 있었다니 정말 화가 나요. 나에 대한 문건을 본 뒤 분노 때문에 간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박정삼(67) 전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은 2일 참았던 울분을 토로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팀원으로 일했던 김기현 경정의 휴대용 저장장치(USB)에는 박 전 사장이 광고업체를 선정하면서 돈을 챙겼을 것이라는 등의 의혹을 제기한 여러 문건이 있다. 문건에 따르면(GKL조사 관련 경위서·2010.3.22), 그에 대한 뒷조사는 2009년 9월부터 시작됐다. 감사원까지 GKL에 대한 감사를 다시 벌였지만, 결과는 박 전 사장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사람인 권오남 사장의 배임 혐의(8천여만원)만 드러났다. “내부의 한 직원이 엉뚱한 욕심 때문에 없는 사실을 만들어 떠들고 다닌 모양이더군요.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GKL이 노무현 정권의 비자금 창구가 아니었는가 하는 이 정부 사람들의 끝없는 의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박 전 사장의 설명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싱가포르처럼 Casino 산업을 공적으로 관리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워 2005년 9월 관광공사 자회사로 출범했다. 서울 강남점과 밀레니엄힐튼호텔점, 부산 롯데호텔점 3곳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초대 사장이다. 1980년대 한국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그는 국민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 초기 국정원 2차장을 지냈다.

하루에도 수십억원의 현금이 오가는  Casino 회사, 그것도 전직 대통령의 측근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가 정권교체 후 사찰의 표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GKL에 대해 10여명의 감사관을 투입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박 전 사장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신호라고 보고 곧바로 사표를 냈다.

그러나 감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5월에는 서울지검 특수3부가 박 전 사장 자택과  Casino 영업장 3곳 등 7곳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3천만원 이상 GKL과 거래한 모든 업체뿐 아니라 박 전 사장의 친인척과 고교 동창 등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모조리 추적하는 등 그야말로 이 잡듯 뒤졌다. Casino 고객이 건 액수의 15% 정도를 숙박비 등에서 감해주는 ‘콤프(complimentary)’만 뒤져도 노무현 정권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박정삼 뇌관’이 터진다는 관측이 검찰과 여권 주변에서 나돌았다. 당시 GKL의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 정도였으니 15%에 해당하는 콤프만해도 1년에 450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사장이 골프 비용(5차례) 등 총 1천여만원의 회계처리를 잘못한 것만 찾아냈을 뿐이다. 결국 검찰은 2009년 3월 박 전 사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로 끝냈다.

“콤프에는 직원들이 한 푼도 손을 못 대도록 전부 카드로 처리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어요. 업체 사람들한테는 커피 한 잔 대접받지 말라고 했고요. 검찰도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로 괴롭혔으면 그만해야지, 민간인 상태인 저에 대해 뒷조사를 계속하다니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전화선을 타고 전해지는 박 전 사장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흘렀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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