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중요' 깨달음...가카의 은덕에 보답해야"
[인터뷰] 김진애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홍보본부장
12.04.03 09:15 ㅣ최종 업데이트 12.04.03 09:15  최지용 (endofwinter) / 유성호 (hoyah35)

 
▲ 민주통합당 마포갑 지역구 경선에서 패배한 김진애 의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최근 공천 탈락 이후 트위터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선거에 지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며 진작 좀 아껴주시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유성호

"선거에서 지고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지난 10일, 각 정당이 4·11 총선 후보 공천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다. 누구는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어떤 이는 카메라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온갖 매체가 그런 소식으로 번잡하던 그때, 트위터에 이렇게 짧은 소감을 올리고 총총히 당으로 돌아간 사람이 있었다. 서울 마포갑 지역구 경선에 출마했던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그의 경선 탈락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는 한동안 김진애 몸살을 앓았다. 어느 지역구의 공천이 파행됐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 대안으로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 어떻게든 "김진애를 국회에 보내자"는 소리다. "차기 국토부장관에 임명해야 한다"는 식의 좀 심한 김칫국부터 마시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트위터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전폭적인 지지였다.
 
4대강 사업, 김진애 없어도 심판 가능한가?
 
▲ 4.11 총선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홍보본부장을 맡은 김진애 의원. ⓒ 유성호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여유가 넘쳤다. '공천 탈락의 아픔'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한 말투는 지난 두 번의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던 모습과 같았다. 의원실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여전히 4대강과 관련된 자료가 수북이 쌓였고 한쪽 벽면에는 낙동강 공사구간이 정밀하게 그려진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는 트위터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에 기분이 어떤지 묻자 "진작 좀 아껴주시지"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트위터로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어느 특정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인기의 이유를 진단했다.
 
그는 2년여 국회에 있는 동안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탈법적인 턴키발주 문제, 폐기물 불법매립과 준설토 처리 문제, 농경지 침수피해 등 4대강 사업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논란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국정감사에서 매서운 질문을 던지는 김 의원에게 정부부처 수장들이 고개를 숙이는 일은 빈번했다.
 
누리꾼들이 가장 아까워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김진애가 아니면 누가 4대강을 심판하냐"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김 의원은 이 말에 흐뭇해하면서도 "백재현, 이미경, 강기갑 의원 같은 분들이 잘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4대강 청문회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었는데"라며 끝까지 아쉬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에 침묵하고 앵무새처럼 따랐던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표 또한 정권 내내 침묵했다, 이를 희석시키려고 하는데 그것을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인천공항, KTX 등 공공분야 민영화 저지, 뉴타운 재개발 관리 등을 차기 국회의 주요 역할로 꼽았다.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주가조작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정국교 전 의원의 자리를 승계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보다 앞선 비례대표 16번을 배정받았던 박흥수 전 농림부 장관이 그 사이 별세해 17번이던 그에게 순서가 돌아왔다. 그는 2년여 의원 생활을 마무리하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홍보본부장을 맡아 선거에 임한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낙선 소감이라고 할까? 2년 여 의정생활을 마치는데 기분이 어떤가?
"선거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특별한 건 없다. 다만 이기지 못해 죄송하고 지지자분들을 보면 안타깝다. 특히 트위터에서 많이 아쉬워하셨는데, '선거에 지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 '진작 좀 아껴주시지'하는 마음도 있었다.(웃음)"
 
- 김진애에게 18대 국회는 어떤 곳이었나?
"솔직히 정치권에서 외로웠다. 정말 외로운 곳이다. 두 번이나 떨어졌고 어렵게 국회에 들어왔다. 17대 총선에서 처음 지역구에 나와 아무도 모르게 떨어졌고, 18대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17번이라는 안정권 밖에 있었다. 우연치 않은 일로 1년 반이 지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경선에서 떨어졌다. 세 번째 떨어진 거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고작 국회의원 2년 했는데 4년 내내 한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10년은 한 줄 아는 사람도 있다. 나름 존재감은 있었던 모양이다."
 
- 노웅래 후보와 경선에서 패했다. 이후 어떻게 지냈나?
"가능하면 조용하게 지내려고 했다. 나서서 무슨 말 하기도 그렇고. 공천이 모두 끝날 때까지는 조용하려 했다. 이제 본선이 시작되니 당에서 역할을 맡아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무슨 역할을 할지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 먼저 말씀한대로 공천 탈락 이후 트위터가 뜨거웠다. 다시 비례로 넣어야 한다, 어디에 공천해야 한다는 등 아주 구체적인 요구가 많았다. 트위터에서 특정 정치인에게 일방적인 지지는 유례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런 반응을 어떻게 느꼈나?
"유례가 없다는 건 트위터가 활성화 된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거 아닌가? 솔직히 속이 좀 쓰리더라. 이제 김진애 없으니까 저 4대강 토목세력들이 발 뻗고 잘 거 아니야.(웃음) 경선 때부터 트위터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내가 계파를 초월해서 활동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4대강, 인천공항, 재개발 문제 같은 중요한 지점에서 전문성이 있었다. 그런 점을 인정받았다고 본다. 또 그냥 홍보용이 아니라 꾸준히 소통하며 트위터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정희 의원이 이겨주길 바랐다"
 
▲ 4.11 총선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홍보본부장을 맡은 김진애 의원은 이번 총선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침묵한 세력(친박)과 앵무새들(친이), 가면을 쓴 자들을 심판하는 것이다"며 "이번에 심판하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는 없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 민주당 경선과정과 야권연대 등에서 잡음이 있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국민참여경선의 핵심이었던 모바일 투표가 조직투표와 별다를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번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모바일 경선)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원론은 좋았으나 각론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모바일 경선이 없었다면 저 같은 초선 의원이나 정치 신인은 도전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국민참여 경선, 모바일 경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생겼고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각론에서 문제가 있었다. 모바일 경선 바람이 불지 않은 게 문제였다. 전국적으로 바람이 불었어야 했는데...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가 명확하게 확정되고 선거인단 모집이 이뤄져야 했는데 이게 동시에 진행됐다. 그래서 선거인단에게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라도 주고 해야 하는데 전화를 해보니 그냥 이름만 말해주더라. 경선인단을 모집하다가 광주에서 안타까운 일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그냥 (모바일 경선을) 버릴 일은 아니다. 보완해서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한다."
 
- 야권연대도 관악을에서 종북현수막, 여론조작 문제 등으로 파열음이 있었다. 트위터나 원외 활동에서 이정희 대표와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 어떻게 봤나?
"김희철 의원은 정말 성실하신 분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저와 함께 일하셨고 그 훌륭한 면을 잘 안다. 하지만 야권연대에서는 걱정이 많이 됐다. 마포갑 경선에 떨어지고 이정희 대표의 건투를 비는 트위터를 보냈다. '19대 국회에서 꼭 보고 싶은 이정희'라고 딱 하나 보냈는데 이 전부터 계속 가졌던 생각이다. 예전에는 (이 대표를) '국회의원의 롤모델'이라고 한 적도 있다.
 
사실 민주당의 어느 후보도 야권연대 없이 이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천호선이 경선에서 이기는 걸 보고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고 생각했다. 김희철 의원에게 가지는 마음이 있었지만 전체 야권구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있어서는 이 대표가 이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여론조사 조작문자) 사건이 바로 있었고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정희 대표가 (사퇴를) 선택할 거라 생각했다. 그 외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저 야권연대가 조금 더 빠르게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그래도 이정희 대표의 사퇴 이후에 야권연대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야권연대가 이번 총선에 얼마나 힘을 발휘할 거라 생각하나?
"박선숙 사무총장은 몇 달 전에 비해 30석 정도 불안해졌다고 하는데 각 지역별로도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 야권연대가 깨지지는 않았지만 결국 '관악을'도 3파전이 됐다. 새누리당 공천에 탈락한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나오는 지역은 4파전이 된다. 내가 경선에 탈락한 마포에도 '정통민주당'에서 출마했다. '국민생각'은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겠지만 정통민주당은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인물들이 모여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야권연대의) 불안감이 조금은 있다."
 
"침묵하는 자, 앵무새들 심판하지 않으면 기회 없다"
 
▲ 민주통합당 김진애 의원 집무실에는 4대강과 관련된 자료가 수북이 쌓여있고 벽면 한쪽에는 낙동강 공사구간이 정밀하게 그려진 지도들이 걸려 있었다. ⓒ 유성호

- 19대 국회가 18대 국회와 달라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 지난 국회 활동을 평가해 달라.
"18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힘의 균형과 협상이 존재해야 하는데 야당다운 야당이 1/3밖에 안 됐다. 18대 국회는 완전한 청와대의 거수기였다. 여당에는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거나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따로 하는 앵무새 같은 사람들. 친이는 앵무새였고, 친박은 침묵하는 사람이었다. 침묵은 앵무새보다 나쁘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거다. 아주 비겁하다. 박근혜 의원도 마찬가지다. 자기 의견을 밝힌 게 몇 번이나 되나? 4대강은 한 마디도 안 했다. 미디어법 때도 딴죽 거는 척하다가 찬성해줬고 고작해야 세종시와 동남권신공항 문제에서만 말했다. 자기한테 표가 되는 일만 한 거다. 그러면서 무슨 약속 운운하는지. 이번 총선은 그런 세력들에 대한 심판이다."
 
- 심판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데.
"이번 선거는 정확하게 심판이다. 이번에 이런 세력들이 심판되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는 없는 걸 인식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침묵한 세력과 앵무새들, 가면을 쓴 자들을 심판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친이를 많이 빼낸 이유가 뭔가. 심판 구도를 희석시키려는 거다. 지금 박근혜 대표는 대선 전초전으로 이번 총선을 치르고 있다. 이걸 깨고 분명한 정권 심판의 메시지를 국민들께 전해야 한다."
 
-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저격수로 활약했다.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김 의원이 빠져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19대 국회에서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난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난 이후에 국회에 들어왔다. 내가 조금 더 일찍 들어왔다면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사업으로 변질 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많이 했다. 내 눈에는 개발이익을 노린 '알박기' 사업이라는 게 보였다. 야당 의원들이 열심히 했지만 그 문제의식이 분명하지 못했다. 국회에는 아무리 야당도 대통령 사업을 끝까지 막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패배주의가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점이 아쉽지만 우리당에 백재현 의원, 이미경 의원 같은 분들이 충분히 역할을 해줄 거라 생각한다. 또 통합진보당 강기갑, 홍희덕 의원들도 역할을 해준 분들이다. 김좌관 교수가 들어가면 좋지만 비례 안정권이 아니다. 4대강 청문회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게 좀 있긴 있다."
 
- 4대강 사업의 탈출구를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에는 보 폭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고 복원에 관한 논의가 한창인데.
"4대강 사업은 절대 준공 못한다. 준공했다고 하면 편법준공이 될 거다. 하지만 바로 보를 폭파하자는 거에 찬성하지 않는다. 지금 강은 몸살을 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정직하게 모니터링 하는 거다. 아마 수문은 못 닫을 거다. 수문을 닫으면 침식이 심각해지고 우기까지 겹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부는 올해만 어떻게 넘겨보자 하고 있을 텐데, 그 전에 4대강은 이 정부의 무덤이 될 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하게 된 건 제대로 예측을 안 했기 때문이다. 면밀히 따졌다면 절대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당장 보를 폭파해 뜯어 고치겠다는 건 또 다른 폭력이다. 일단 수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정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 인천공항, KTX 등 공공부분 민영화도 뜨거운 이슈다. 뉴타운 재개발 등 토건사업과 관련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될 듯하다. 민주당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일단 인천공항 민영화는 막았다. KTX 민영화 문제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FTA와 맞물려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지켜야 할 지점이다.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 재개발 문제에 대안을 만들려고 시도할 수 있었던 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같은 법제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토건 세력의 반격이 많이 들어온다. 이를 잘 이겨내야 한다. 주된 담론이 복지로 넘어갔지만 민주당에도 여전히 토건족이 존재한다. 그래서 국회 국토위에 개혁적인 인물을 잘 넣지 않았다. (앞으로) 개혁적인 인물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당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거다. 트위터로 계속 지지를 호소하겠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은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거다. 이런 절대적 깨달음이 크다. 길을 가다 보면 사람들의 눈빛이 다르다. 투표는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 '가카'의 은덕에 보답하자."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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