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패스'의 만행이 된 '4대강 살리기'
[이명박 정부 4년, 무엇이 남았나]토건국가의 극단화
홍성태 / 상지대 교수  |  mediaus@mediaus.co.kr  입력 2012.04.05  07:51:51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싸이코패스’로 진단했다.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싸이코패스’는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얕은 감정, 자기중심성, 남을 잘 속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종류”로 설명되어 있다. 이 설명을 보니 정혜신 박사의 진단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정혜신 박사는 지난 3년여 사이에 20명이 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자살한 쌍용자동차의 비극을 사례로 해서 이렇게 진단했다. 그런데 이명박-새누리 정권의 대표사업인 ‘4대강 살리기’를 사례로 하더라도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싸이코패스’로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4대강 살리기’의 실상은 ‘4대강 죽이기’이기 때문에 ‘4대강 살리기’야말로 ‘싸이코패스’로 진단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

▲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공개한 4대강 상주보 본 제방이 빙벽처럼 무너지는 현장ⓒ김진애 의원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4대강 살리기’의 연원을 잠시 살펴보자. 2005년 10월 1일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 준공식에서 ‘경부운하’의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그는 이미 초선 의원 때인 1996년에 이 계획을 제시했다가 정부에 의해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의 ‘성공’을 확대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이미 할 수 없는 사업으로 처리된 ‘경부운하’를 다시 제기하고 나섰던 것이다. 당연히 이 황당한 토건사업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반대가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업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크게 확대해서 제시했다. 2006년에 제시된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가 그것이었다.

이 터무니없는 토건사업을 막기 위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에 전국에서 거의 2500명에 이르는 교수들이 ‘운하반대 교수모임’을 결성해서 나서기도 했다. 2008년 5-6월의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에서도 ‘한반도 대운하’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자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업의 폐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하천정비사업’의 명분으로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하천정비사업’은 이미 2006년에 전체 공정의 97%가 끝난 토건사업이었다. 그것을 2년만에 다시 시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라는 묘한 이름을 내걸고 운하 1단계인 ‘하천정비사업’을 강행했다.

▲ 2011년 한 해 동안 4대강 공사에 최소 9조4580억 원이 투입된다. 반면 복지예산의 증가율은 반토막났고, 일자리 예산은 -63%나 삭감됐다ⓒ최병성 

‘4대강 살리기’는 크게 보아 네 종류의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이루어졌다. 준설, 제방 건설, 보 건설, 자전거 도로 건설이 그것이다. 준설은 하천 퇴적물을 퍼내어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의 준설은 단순히 퇴적물을 퍼내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폭파해서 수심 6m 정도로 평탄화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운하 1단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데 하천의 본류를 이렇게 깊이 파내게 되면 상류의 지천에서 침식이 계속 일어나게 된다. 이른바 ‘역행 침식’이다. ‘역행 침식’은 지천에 건설된 교량과 제방 등의 붕괴를 일으키게 된다. 본류의 파괴가 지천의 파괴로 이어지면서 하천 유역 전체에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제방의 문제도 심각하다. ‘4대강 살리기’의 제방은 4대강의 강변을 모두 직강화하고 돌망태나 콘크리트를 이용해서 건설되었다. 강의 자연적인 상태와 기능을 대대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4대강 살리기’의 준설과 제방은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것을 여실히 입증한다. 그것은 강의 바닥과 주변을 마구 부수고 거대한 시설물을 설치해서 자연의 강을 인공 수로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에서는 무려 16개의 보를 일시에 건설했다. 크기로 보면 사실 이것들은 모두 대형 댐이다. 이렇게 강을 차단한 결과 4대강은 겨울에도 녹조가 발생하는 썩은 강이 되고 있다. 자동차 도로와 똑같은 방식으로 건설되는 자전거 도로는 결국 4대강 전체를 자동차 도로로 포위해 버린 것과 같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것은 생명의 원천인 강을 죽이는 전대미문의 나쁜 토건사업이다. 이런 나쁜 토건사업이 70%가 넘는 절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사업으로 강행된다는 것은 이 나라가 얼마나 한심하고 위험스런 상황에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가뭄과 홍수에 대한 대비, 여가 공간 확충,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이명박-새누리 정권이 ‘4대강 살리기’를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고 확신한다면,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적이나 비판을 억압해서는 안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 MBC의 ‘PD수첩’은 ‘4대강 살리기’ 홍보물의 문제를 지적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 `4대강 공사'(한강 살리기 7공구 중원지구)로 생긴 조정지댐(충북 충주시 가금면 장천리) 아래 남한강 샛강에 한겨울 녹조가 발생, 국토해양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우리나라가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며 ‘4대강 살리기’의 필요를 선전한다. 그러나 유엔은 ‘물 부족 국가’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으며, 결국 건설교통부에서도 2006년 사실과 맞지 않는 이 용어를 폐기했다. 홍수의 경우도 4대강의 본류는 이미 2006년에 끝난 ‘하천정비사업’을 통해 홍수 대비를 모두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4대강 살리기’의 근거로 홍수 대비를 제시하는 것은 황당할 뿐이다. 여가 공간 확충의 경우도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먼 곳까지 자전거를 타러 가거나 놀러 가겠는가? 극소수의 여가를 위해 강을 마구 망가트리고 엄청난 혈세를 탕진하는 게 옳은가? 그리고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파괴하며 대체 무슨 지역 발전을 이룬다는 것인가? 

이명박-새누리 정권이 제시한 ‘4대강 살리기’의 근거나 필요는 모두 수긍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명박-새누리 정권이 ‘4대강 살리기’라는 전대미문의 나쁜 토건사업을 극구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는 토건국가라는 체계 또는 구조의 맥락에서 올바로 이해될 수 있다. 한국은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통해 토건국가가 되었다. 그것은 불필요한 토건사업이 끊임없이 추진되는 기형적인 개발국가를 뜻한다. 토건국가는 토건사업을 매개로 막대한 혈세와 정치적 지지가 교환되는 토건정치를 통해 작동된다.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4대강 살리기’의 명목으로 불과 3년 동안 무려 22조원의 혈세를 전국에 투여해서 정치적 지지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생명의 원천인 강들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전대미문의 나쁜 토건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명박-새누리 정권에 의해 토건국가의 문제가 극단화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 나쁜 토건사업은 하루빨리 중단되어야 한다. ‘생명의 강 연구단’이 현장조사를 통해 잘 밝혔듯이 ‘4대강 살리기’는 22조원의 혈세를 투여해서 강을 파괴한 사업이다. 그 결과 강물이 썩고 강변이 죽고 있다. ‘역행침식’으로 주변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졸속으로 건설된 보들은 이미 누수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붕괴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만 매년 6천억원에서 2조원 정도의 혈세를 투여해야 할 판이다. ‘4대강 살리기’는 발상부터 잘못된 나쁜 토건사업의 전형이다.

이명박-새누리 정권의 문제는 너무나 크고 많다. 그러나 생명이라는 가장 숭고하고 근원적인 가치의 면에서 보자면 ‘4대강 살리기’에서 드러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강을 죽이는 제방과 보를 철거해야 한다. 빨리 철거할수록 경제적 생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며, 늦어질수록 경제적 생태적 피해가 급속히 커질 것이다. 여기서 나아가 극단화의 지경에 이른 토건국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토건국가라는 잘못된 체계 또는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2의 이명박, 제3의 이명박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민주 세력도 토건국가의 문제에 둔감한 자신의 무능에 대해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한다. 민주적 토건국가는 결코 있을 수 없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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