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우리 시대의 죄악, ‘4대강 사업’
입력일 2012. 04. 05. 맹주형

4대강 조사위, ‘4대강 사업’ 심판

지난 2월, 4대강 사업저지 천주교연대와 대한하천학회, 생명의 강 연구단, 환경운동연합 등 종교, 학계, 환경단체들이 참여한 ‘4대강 조사위원회’(이하 4대강 조사위)가 출범했다.

4대강 조사위가 출범한 이유는 소위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국제적으로는 ‘4대강 하천복원(Four Major Rivers Restoration)’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3년간 우리나라 하천생태계를 통째로 파괴하고, 홍수 피해를 조장하는 위법적인 토목공사인 ‘4대강 사업’을 심판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은 4대강 기본계획에서 준공까지 3년이 걸렸다. 정권의 일방적인 논리로 만들어진 4대강 마스터플랜(기본계획)은 홍수 방어, 물 확보, 수질개선이라는 목표가 제시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홍수는 4대강 사업 구간이 아닌 지천에서 발생하고 있고, 확보된 물은 그 사용처가 없으며, 보에 물을 저장하면 썩을 수밖에 없기에 4대강 사업은 애초 그 목표가 잘못 설정된 사업이다. 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사업의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을 키울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잘못된 설계와 부실시공으로 심각한 문제가 여기저기서 생기고 있다.

보 인근에서 홍수 위험이 높아졌고, 보에 물이 고여 수질이 악화되고, 상수원수 처리 비용도 늘어날 것이다. 또 준설한 모래의 20퍼센트 이상이 다시 강바닥에 쌓이면서 그야말로 헛준설이 되고 말았다. 또 보에 물을 채우면 농경지 침수피해가 발생한다. 실제로 함안보에 물을 채우면 약 400만 평 농경지에 침수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보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이 밖에도 역행침식으로 지천 제방과 교량 붕괴, 낙동강 본 제방 유실, 수압으로 수문이 비틀어져 홍수 때 원활한 수문 작동의 문제 발생, 하천 둔치에 설치한 자전거도로와 공원에 대한 유지, 관리 비용 등은 이미 발생했거나 현재진행형인 4대강 사업의 문제들이다.

4대강 조사위는 지난 3월 28일 국회에서 ‘현장조사 및 활동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를 토대로 4대강 비리 책임자들을 법률적으로 처벌하고, 4대강 복원에 노력할 계획이다.

한국 교회, “4대강 사업은 난개발”

한국 가톨릭교회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지난 2010년 3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교회는 4대강 사업이 무분별한 개발 사업이며, 창조물과 인간의 관계와 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반생태적 사업이며, 공동선이 아닌 소수의 단기적 이익에 봉사하는 불의한 사업임을 밝힌 것이다.

또한 같은 해 11월, 주교회의는 ‘환경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지침서’를 통해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표적인 난개발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국 교회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고 그간 활동해온 이유는,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이 하느님이 주신 창조물에 대한 돌봄을 포기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자연파괴 사업’이기 때문이다.

태초에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 창조물들을 돌보는 협력자(cooperator Dei)로 부르셨다. 때문에 인간은 자연 피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뜻에 봉사하는 특별한 책임을 지닌 ‘청지기’의 직분을 가진 존재다. 문제는 인간이 하느님 통치위탁에 대한 청지기요, 협력자의 역할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외면하는 순간,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창조물과의 조화로운 우주적 관계성은 깨어져 버린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인간은 세계에서 하느님의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부당하게 하느님 자리에 자신을 올려놓으며, 자연의 반항을 자극하고, 자연을 다스리기보다는 학대한다”(백주년 37항)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은 한마디로 ‘공동선’을 지켜야할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소수의 이익추구라는 부도덕한 상황에 빠져, 다음 세대의 선익을 고려하지 않는 무모한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하느님 창조세계의 풍요로움과 조화는 파괴되고, 하느님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도 깨어진다는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대적 징표다.

때문에 이제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이번 총선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그동안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작품’인 4대강을 파괴한 이들을 심판하고, 하느님 보시기 좋은 생태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의로운 후보들을 선택하는 식별의 지혜로움과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각 피조물의 고유한 선을 존중하여, 창조주를 무시하는 일이나, 인간과 인간의 환경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339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기획실장과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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