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120404145616792&p=sisapress 

‘명당’ 알아보고 태어난 별, 더 많이 더 오래 반짝인다
시사저널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입력 2012.04.04 14:56

끊임없이 뜨고 지는 밤하늘의 별은 영원불멸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태어나서 일생 동안 성장해 늙고 죽어가듯 우주 공간의 별들도 비슷한 일생을 산다. 사람의 일생에 비하면 엄청난 기간이지만 탄생하고 성장하고 나이 들어 죽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짧게는 수백만 년, 길게는 수백억~수천억 년에 걸친 삶을 살아간다.

우주에는 크게 두 가지 물질이 있다. 원자와 분자 가스(기체)가 떠다니고 있고, 먼지(티끌)도 퍼져 있다. 가스는 별을 만들어내는 재료이며, 먼지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이나 생명체의 근간을 만든다. 가스와 먼지를 합쳐 성간물질이라 하는데, 성간물질은 주로 구름의 형태로 뭉쳐져 덩어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성운이라고 불린다.

ⓒ NASA homepage

우주 공간의 특정 지역에는 가스와 먼지로 된 성운이 있다. 머나먼 별과 별 사이에 분포되어 있는 차갑고 어두운 가스와 먼지의 거대한 성운 속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한다. 성운의 어느 곳에 밀도가 높아지면 주위의 물질을 끌어당겨 물질 덩어리가 성장한다. 덩어리가 점점 수축하면서 중심부가 뜨거워지고 마침내 아기별(원시별)이 탄생한다. 거대한 성운이 뭉쳐질 경우 여러 개의 별이 함께 만들어져 성단을 이루기도 한다.

별은 어떻게 탄생하고 죽어갈까

우주 먼지는 분자가 몇 개 모여 있는 입자에서 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에 이르는 고체 입자들이다.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우주에서 먼지의 밀도는 무척 희박하다. 우리 은하의 경우 1㎦에 먼지 100개가 있다. 그래도 공간이 워낙 넓다 보니 우리 은하의 우주 먼지를 다 합치면 우리 은하 전체 질량의 0.1% 정도를 차지한다. 티끌 모아 태산인 셈이다. 한편 성간가스는 이보다 훨씬 많아 10%를 차지한다.

새로 태어난 원시별은 계속되는 중력 수축으로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올라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빛을 낸다. 그리고 별 내부의 핵 반응에 밀려 팽창하려는 힘과 중력에 의해 수축하려는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되면 비로소 수축을 멈추고 안정된 별로 자리를 잡는다.

그 후 원시별은 자신이 함유하고 있는 수소를 태우고 열과 빛을 내며 진정한 '별'의 순간을 살아간다. 원시별이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고 뿜어내는 가운데 더욱더 온도가 올라가 중심부의 온도가 수백만℃에 이르게 되면 별의 중심에서 수소가 타기(수소 핵융합 반응)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소를 연료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빛을 내면서 점점 어른별로 변해간다. 수소를 다 태우고 나면 헬륨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별의 중심부에 쌓이면서 온도는 더욱 높아진다. 온도와 압력이 더 높아지면 또다시 헬륨이 타기 시작하는 헬륨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헬륨이 타면서 탄소, 산소, 마그네슘,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가 생기고 이들 원소층을 중심부에 만들어간다. 그리고 서서히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한다.

별 내부의 수소와 헬륨을 거의 다 태우고 나면 내부의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별은 점점 부풀어오른다. 별의 크기가 커지면서 표면 온도도 내려가 푸른색의 젊은 별들이 붉은색의 늙은 별로 변해간다. 다시 말해 거대한 성운 속에서 태어난 아기별이 자신을 태우면서 성장해가고 더는 태울 것이 없어지면 여러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얘기이다.

별의 수명은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뚱뚱한 사람이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많이 먹듯이 무거운 별은 강한 에너지를 내면서 내부의 물질을 빨리 태워버려 그만큼 수명이 짧다. 질량에 따라 수십만 년에서 길게는 수백억 년을 살기도 한다. 덩치가 큰 별은 생의 시간도 짧지만 죽음도 격렬해 커다란 폭발(초신성 폭발)로 자신의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흩뿌리고, 남아 있는 중심부는 높은 밀도의 중성자 별이 되거나 한없이 수축해서 '블랙홀'이 된다.

태양과 질량이 비슷한 별의 수명은 100억년 정도이다. 태양처럼 작고 평범한 별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자신의 물질(가스와 먼지)을 우주 공간으로 뿜어내 행성처럼 크기가 있는 '행성상 성운'을 만든다.

생명을 다한 나뭇잎이 떨어져 땅속에 묻히면 새로 돋아나는 씨앗의 좋은 거름이 된다.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면서 내놓은 잔해, 즉 우주로 환원된 별의 물질이 모여 새로운 별과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원시별 주변에는 별을 둘러싸고 있는 원반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 원반에서 우주 먼지들이 뭉쳐져 행성을 형성한다.

기체 행성의 명당은 기체가 많이 모인 곳

그런데 지난 3월19일, 미국 애리조나 대학 일라리아 파스쿠치 교수와 영국 레스터 대학 리차드 알렉산더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우주의 행성들이 탄생할 때 누구나 탐내는 명당을 찾아 태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이다. 목성과 같은 기체 행성은 이미 탄생 위치인 명당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태양계에는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이 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처럼 표면이 딱딱한 것은 지구형 행성이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표면이 가스로 이루어진 것은 목성형 행성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의 대부분은 목성형 행성이며, 가스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태양 같은 새로운 별이 만들어질 때 그 별로부터 1~2AU(천문학 거리 단위) 떨어진 위치에서 거대한 목성형 행성이 잘 만들어진다고 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는 약 1억5천만㎞인데, 1AU는 이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

연구팀은 기체 행성의 탄생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대용량 고속 정보 처리 시스템을 이용했다. 이것은 별이 새로 태어나는 곳에서 기체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계산해내는 장치이다. 연구팀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별에서 1~2AU 떨어진 곳에서 기체가 가장 많이 모여 별 주변을 일정한 궤도로 회전했고, 오랜 시간이 흘러 그곳에서 거대한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졌다. 결국 기체 행성이 태어나는 데는 기체가 많이 모인 곳이 명당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기체 물질이 많이 모이는 곳과 많이 모이지 않는 곳이 이처럼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일까. 어느 특정한 부분에 기체가 많이 모이는 것은 별이 기체를 끌어당기는 힘과 별의 온도로 기체가 뜨거워져 멀리 퍼져나가려는 힘이 평형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것이 파스쿠치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천문학회지 3월호에 실렸다.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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