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상수원 5일연속 흙탕물
“4대강 재앙 본격화되나” 불안감
등록 : 2012.04.08 19:05

4대강 사업으로 대규모 준설과 3개 보가 건설된 남한강 경기 여주군 구간의 공사 전후 모습. 4대강 사진기록가인 박용훈(53)씨가 찍은 것이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9년 7월25일 남한강 하류 이포보 주변 모습(위)과, 지난 6일 같은 장소 모습(아래)이다.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제공

큰비 없었는데 이례적 현상, 전문가들 “강바닥 준설 탓”
2500만 시민건강 위험 신호

수도권 2500만명의 식수원인 팔당호에 지난 4일부터 닷새 연속 흙탕물이 흘러들어 팔당상수원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주민들은 8일 두 강의 물빛이 파란색과 누런색으로 확연하게 갈리는 현상(<한겨레> 6일치 12면)이 최근 여러날 이어지자 “예전에도 큰비가 내리면 잠깐 그런 적이 있었지만 이만큼 심하지는 않았다”며 “4대강 재앙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한겨레>가 흙탕물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 지난 6일 녹색연합·여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팔당호부터 상류 쪽으로 남한강 양평~여주 구간을 살펴보니, 팔당호~이포보 구간 35㎞에 걸쳐 거대한 흙탕물이 폭 500~600m의 드넓은 하천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흙탕물은 이포보를 지나면서 조금씩 옅어져, 강천보를 지나 섬강 합수지점인 강원 원주시 흥원창까지 33㎞를 상류 쪽으로 더 가서야 비로소 투명한 제 색깔을 드러냈다. 강변 곳곳에는 강바닥에서 퍼올린 모래·자갈 등 준설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 남한강 2~7공구 여주구간(40㎞)에 대형 보 3개를 만들면서 이 구간에서만 5000만㎥의 토사를 준설했다.

모래가 퇴적해 습지를 이뤘던 바위늪구비(굴암·강천리) 습지, 이포습지 등 여강(남한강 여주 구간)의 자연습지들은 파헤쳐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민들이 물놀이를 즐기던 은모래금모래 유원지와 이포보 인근의 모래밭도 오간 데 없이 물에 잠겼다.

환경단체 쪽은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온 것도 아니고 지류 쪽에서 흙탕물의 유입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흙탕물 대량 발생 원인을 ‘강바닥 준설’ 때문으로 추정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강바닥을 울퉁불퉁하게 준설한 상태에서 비가 내려 유량이 늘자 보의 수문을 열어 유속이 빨라지면서 강바닥의 미세물질이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며 “자정 기능을 하는 습지와 모래 등이 없어지는 바람에 우려했던 대로 각종 오염원이 팔당상수원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위원장은 “여강 40㎞ 구간 하류 쪽으로 내려갈수록 탁도가 심해졌다”며 “시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정부는 원인 분석도, 대책 마련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북한강쪽 구석진 곳을 취수해 팔당 수질을 발표하지만 실제 취수량은 남한강물이 훨씬 많다”며 “아무리 약품처리를 한다고 해도 미세물질이 완벽하게 가라앉지 않으므로 상수원 수질정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비온 뒤 두물머리 인근에서 남한강이 북한강보다 흙탕물이 더 발생하는 현상은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더러 있었다”며 “북한강 수계는 강우 때 상류에서 발생한 흙탕물이 댐 안에 체류·침강되는 반면, 남한강 수계는 상류지역에 논밭 경작지가 많고 4월부터 논밭갈이가 시작돼 우기 때 많은 양의 토사가 강에 유입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남한강 상·중류인 충북 충주와 경기 여주 일대는 70㎜ 안팎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여주·양평/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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