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항공기 비행안전구역내 4대강 대형 구조물 논란
원주비행장 활주로 부근
높이 2.5m 콘크리트 벽
비상 이착륙시 사고 우려
세계일보 | 입력 2012.05.14 01:46 | 수정 2012.05.14 08:41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비행을 위해 건축물 설치가 금지된 비행안전구역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콘크리트 시설물이 들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지역은 민간공항과 군 비행장을 겸하는 곳으로 민간 항공기나 전투기가 비상시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공군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원주 비행장(공군 제8전투비행단) 활주로 부근 '비행안전1구역'(장애 제거구역) 내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높이 2.5m의 콘크리트 벽이 약 100m 가량 들어서 있다.


비행안전1구역은 활주로 중심선에서 바깥쪽으로 각각 300m, 활주로 양 끝에서는 각각 61m 거리를 직선으로 이은 직사각형 구역이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군사시설과 비행안전시설을 제외한 어떠한 건축물이나 장애물도 설치할 수 없게 돼 있으며, 예외 조항은 없다.

국방부장관은 이 구역에 활주로, 주기장, 활주로 보조시설, 항행안전시설, 관제탑 등을 제외한 비행 안전을 저해하는 시설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문제는 국토부 소속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4대강 사업의 하나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예산 260억원을 투입, '섬강살리기 14공구(호저지구)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했다.

비행장 부근 섬강 19㎞에 걸쳐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 홍수예방 등을 위한 시설을 갖추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비행장 인근 2개의 수문을 보수하고나서 비행안전1구역에 콘크리트로 된 홍수방지차단막을 설치한 것이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며 법률적 검토를 했다지만, 어떻게 1구역 내에 시설물이 들어섰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군도 항공기 이·착륙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비행안전1구역에 설치된 시설은 비행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래 돌로 된 제방이 설치돼 있었고, 홍수가 자주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한 시설"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공군 부대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기존에 있던 둑을 보강한 것일뿐"이라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비행안전구역에 관한 검토를 했느냐는 질문에 "콘크리트 벽을 시설물로 봐야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문제점을 인정했다.

앞서 군은 2006년 성남시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 부근에 예산 178억원을 들여 4차선 도로를 만들었다가 뒤늦게 일부 도로가 비행안전1구역 내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해당 도로를 폐쇄한 바 있다.

한편, 비행안전구역은 활주로(1구역)를 중심으로,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2~6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공군제8전투비행단이 있는 원주 비행장은 군 주요전력이 배치된 전술항공작전기지다. 또 이곳에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도 주둔하고 있다.

조병욱 기자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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