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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보고 이해된 ‘큐시트’ 못 바꾼 까닭
정진홍 직구에 당황, 눈 마주치기도 불편했던 어느 후보 토론회
부천사람사는세상 (ymchi)  2012-11-27 01:21


70분간 진행된 ‘박근혜 쇼’에서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진홍은 두 차례 직구를 던졌다. 호의적인 말투는 아니었고, ‘웃자고 한 소리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의 질문이 어려운 것도, 심각한 수준도 아니었다. 그런데 평범한 직구에 놀란 박근혜는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우호적인 사회자의 개입만이 그녀에게는 우군이었다. 박근혜의 대답을 듣다가 든 느낌. 질문을 이해하기나 했을까?

정진홍이 던진 첫 번째 직구는 ‘불량정치’에 대한 것이었다. 일반론을 펼친 박근혜에게 정진홍은 ‘제도 뿐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하다.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겠지만 최근 박 후보 진영 모여드는 사람들 보면 새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리고는 ‘캠프인사에 대한 백의종군을 선언할 수 없는지’를 물었다. 박근혜는 애매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박근혜는 왜 대답을 하지 못했는가? 여론조사 결과 1위를 독주하는 유력 후보에게 ‘니 주위에는 왜 그런 사람들 뿐인가’를 묻는 질문이 낯설었나? (감히 나한테 묻다니) 놀라웠나? 질문이 뭐가 그리 어려웠다고 박근혜는 보기 안쓰럽게 사회자가 개입할 때까지 어버버… 하고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 정진홍의 직구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를 묻는 내용이었다. 최근 생식기 발언도 있었고, 출산하는 그림을 보고 화도 났을 텐데 한번도 반응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면서 어느 영화감독이 ‘(박근혜가 집권하면) 다 잡아버릴 거야’라고 한 말을 소개했다. 이 말 끝에 정진홍은 이렇게 덧붙였다. ‘(센 발언을 했기 때문에) 저도 좀 걱정이 됩니다.’라고.

이에 대한 박근혜의 대답도 걸작이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흉탄에 돌아 가시고, 야당 대표하면서 매일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단련이 됐다는 측면과 책을 많이 읽어서 ‘내공’이 쌓이게 됐다는 것이 박근혜의 답변이었다. 이어서 좀 걱정이 된다는 정진홍에게 전한 박근혜의 말. “안심하셔도 됩니다.” 박근혜는 웃자고 한 소리인가? 저런 답변 듣고 지지자들은 만족스럽고, 기분 좋은가?

정진홍의 가벼운 두 차례 직구를 통해서 박근혜의 많은 부분이 노출됐다. 첫 번째는 형편없는 이해력에 대한 것이다. 도무지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 이는 정진홍 뿐 아니라 방청객으로 나온 대학생의 질문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대학생은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에서 ‘반값 등록금, 심지어는 경제민주화’를 내놓는 것이 놀랍고, 이해가 되지 않은데 표를 의식한 정책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박근혜의 대답은 이러했다. “이 전체에 대해서요?”그 학생은 추가로 설명을 해야 했다. 같은 내용에 대한 설명을 두 차례 들은 박근혜의 답변은 이렇게 시작했다. “하여튼 모든 그런 부분에 대해서…”이 대목에서 인간 박근혜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했고 김영삼이 왜 칠푼이라고 혹평했는지 이해도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후보로 저런 사람이 앉아 있다는 것은 국민 모독 아닌가. 

정진홍의 직구로 노출된 박근혜의 두 번째 포인트로는 ‘천박한 민주주의관’에 대한 것이다. 정진홍은 국민을 대표해서 박근혜를 면접보러 나왔는데 ‘(질문의 강도가 세서) 걱정이 된다’고 말해야 했다. 그런데 그의 질문이 정말 그런 얘기를 해야 할 정도로 셌나? 이에 대해 박근혜는‘안심하셔도 된다’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민주주의를 수호할 대통령이 되겠다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놀랍지 않은가.

사전에 공개된 큐시트, 바꾸지 못한 이유

말 많았던 박근혜 국민면접을 보았다. 사전에 유출되었다는 ‘큐시트’를 나란히 놓고 보았다. 설마 그 큐시트대로 진행이 될 것인지, 토론회라면 굳이 그런 큐시트가 필요했을지 궁금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큐시트 대로 진행되었다. 큐시트에 나온 ‘그 땐 왜 그랬어요?’란 코너에서 (박근혜는) 화제와 논란이 많았던 헤프닝을 관련 사진을 보면서 설명했다.(밑줄은 큐시트에 나온 설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심지어 MC의 클로징 멘트도 동일했다. 큐시트 상 클로징 멘트는 “국민 여러분의 면접 결과는 12월 19일에 공개된다”고 돼 있고 MC를 맡은 송지헌 역시 똑 같은 말을 하고 방송을 마쳤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 (물론 전혀 안 바꾼 것은 아니다. 애초 작성된 큐시트에는 남,녀 2MC 체제였는데 방송에서는 남자 MC 한명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남자 MC의 발언은 큐시트 대본과 대단히 유사했다.)

방송을 보면서는 국민을 얼마나 바보처럼 생각했으면 큐시트대로 진행하는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박근혜의 답변을 다 들어본 결과 생각이 바뀌었다. 도대체 '야권단일후보 토론회'에 대한 기회보장 차원의 '토론회'라면서 이러한 큐시트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너무나 평범한 ‘인적쇄신’ 질문에도, 너무나 일반적인 ‘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나’ 정도의 물음조차도 박근혜는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정진홍과 대학생은 거듭 자신의 질문 취지를 설명해야 했고, 그 이후에도 사회자가 요약해야만 했다. 상황이 이토록 엄중한대 4시간 전에 공개된 큐시트를 바꿀 수가 있었겠는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달라는 패널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의 해결이 민생정치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박근혜는 하우스푸어, 렌트푸어에 대해 잠시 설명한 후에 전세가가 오르면 집주인이 세입자 대신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가 오르면 집주인이 채무자가 되어야 한다는 발상, 왜 이런 후보가 강남에서 인기를 얻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박근혜의 답변을 들은 정진홍이 다시 나서서 ‘그 답변은 은행관계자가 들으면 경악할 얘기’라고 비판했다. 정진홍은 자신이 논쟁할 생각은 없고 면접관으로서 조언만 하겠다면서 ‘답변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MC로 나온 송지헌이 ‘어디가, 무엇이 추상적이냐’고 거듭 물음으로써 박근혜를 변호하지만 않았어도 박근혜는 매우 흔들렸을 순간이었다. 송지헌은 사회자 역할에 충실하였던가?

박근혜는 엄연한 여론조사 Big2 후보이다. 영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극이다. 박근혜는 새누리당과 반값등록금과의 본질적 충돌에 대해서,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의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때 토론 자체에 적합하지도 않은 인물이다. 이런 이해력을 가지고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70분간의 ‘박근혜 쇼’를 본 새누리당 핵심 참모라면 ‘광해, 왕이 된 남자’처럼 누군가 대역이라도 찾고 싶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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