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박근혜 고려해 KBS대선특집 불방시켰다"
'대선후보를 말하다' 불방…"길환영, KBS 팔아먹어"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입력 2012.11.27  15:01:48
'편파방송 종결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길환영 KBS 신임 사장이 공식 취임한 지 이틀만인 27일 대선후보를 검증하는 특집프로그램이 불방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KBS새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KBS의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취재·제작한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인 '2012 대선후보를 말하다'(가제)가 27일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방송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갑자기 보도본부 간부가 불방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길환영 KBS 신임사장 ⓒNews1 박세연 기자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왔던 '2012 대선후보를 말하다'(가제)는 18대 대선후보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제기된 각종 의혹들의 실체를 탐사보도기법을 통해 검증한 내용이었으나 지난 22일 길환영 당시 부사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편성제작회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KBS 탐사보도팀이 제작한 프로그램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가제) 역시 보류판정을 받았으며, KBS 사측은 "기획방향 및 방송시점의 적절성 측면에서 기획의 조정 및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홍규 KBS 새 노조 보도국 중앙위원은 27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연결에서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후보를 검증하겠다는 차원의 프로그램이었다"며 "현재 방송이 보류돼 대선후보검증단 내부의 분위기는 상당히 격앙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대선후보진실검증단에 소속된 한 기자도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선후보검증 프로그램을 나름의 기준과 원칙에 의해서 제작하고 있다.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각 후보를 조명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고 제대로 된 정보전달이 목적이었다"며 "현재로써는 제작을 묵묵히 준비할 뿐이고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가 이뤄지길 제작진으로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새 노조 측은 이 같은 파행의 배경으로 길환영 KBS 신임 사장과 이화섭 KBS 보도본부장을 지목했다. 지난 21일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토론이 KBS 1TV의 밤 10시 단독 중계에서 11시 15분 3사 공동 중계로 변경된 것이 이화섭 본부장의 개입에 의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박인섭 선거방송기획단장이 25일 사의까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화섭 본부장은 대선방송 담당 여자 앵커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제작 실무자들이 기용하려 했던 KBS 새노조 소속 아나운서에 대해 '새 노조 소속'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문호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는 <미디어스>와의 전화 연결에서 "사의 표명의 결정적 이유는 야권 후보 단일화토론회을 두고 선거방송기획단과 보도본부장 사이에 마찰"이라며 "보도본부장이 경위서 제출과 책임을 요구했고, 그동안 대선보도와 관련해 몇 가지가 누적되면서 지난주에 (박인섭 단장이) 보직 사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측에서) 사의를 '드랍'했기 때문에 오늘(27일)부터 다시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KBS 새 노조 보도국 조합원들은 27일 성명을 통해 "당초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KBS기자협회로부터 제명당한 부적격 인사(이화섭 본부장)가 보도본부장으로 임명되는 걸 반대했을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대선방송을 둘러싼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분노는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대선방송을 공정하게 관리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이화섭 본부장은 본부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새 노조 소속 아나운서가 대선방송 앵커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새 소속은 우리 회사 내에서 주홍글씨인가. 파업과 대선방송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파업을 한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을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배제하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이런 노동관을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 보도본부의 책임자라는 사실에 보도본부 소속 직원으로서 비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KBS 양대 노조가 구호를 외치며 23일 길환영 사장 기습 취임식의 반발하고 있다. ⓒ미디어스

KBS 새 노조 역시 27일 긴급 성명을 통해 "악질 부역의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이 된 길환영씨가 이젠 그에 대한 '보은'을 하기 위해 KBS를 아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바치려 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기획 방향과 시점을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새 노조는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경우 KBS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선거방송 보도준칙과 진실검증단 준칙에 의거하고 있음에도 (이제와) 내용이 부적합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탐사보도팀의 프로그램 역시 보도본부 차원에서 검증단과의 역할 분담을 고려해 취재방향이 정해졌고 지난 수개월 동안 취재가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거나 불리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뉴스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사실상 방송이 확정돼서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방송이 불방된다는 것"이라며 "87년 대선정국에서 KBS뉴스가 저질렀던 편파방송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7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작진이 방송을 준비한다고 모든 방송이 다 내보내지는 것은 아니다. 방송을 제작하는 시각과 방송을 편성하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며 "방송 편성은 사전 조율이 필요한 것이기에 방송을 내지 않는다고 속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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