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3069.html
인천공항공사 논란을 보는 김용균들의 시선
등록 :2020-07-10 04:59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에서 소외된 청년들
‘위험한 노동, 석달짜리 계약 정규직화 아니면 바뀔까요?’
한자리 모인 청년 비정규직 노동 성토
‘무기한 알바 노동’ 수년째 이어가
“안전 관련 사항들 묵인되는 현실”
“정규직 전환때 차별·혐오 쏟아져”
9일 서울 서대문구 소셜팩토리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논란에 대한 청년 긴급토론회 청년직썰 `공정같은 소리하네!'에서 정세일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조직국장(가운데)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7년째 인천 영흥석탄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벨트를 관리하는 정세일(34)씨는 한국발전기술의 계약직 노동자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살)씨가 산업재해로 숨진 뒤 여당과 정부는 그의 죽음이 원·하청 노동 구조에 따른 것이라며 발전소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정씨와 170명의 이 발전소 동료들의 처지는 되레 악화됐다. 언제 대책이 나올지 몰라 3개월짜리 계약을 거듭하는 ‘무기한 알바 노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목숨을 걸고 일하는 정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결국에는 정규직이 아니면 저희가 요구하는 안전과 관련된 사항들은 묵인되거나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다 호소해야 하는 걸까요. 자괴감을 느꼈어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화 논란에서조차 ‘소외’된 청년 노동자들이 9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낮 진보당, 한국청년연대, ‘청년전태일’ 등이 주최한 긴급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선 ‘정규직화’가 필수지만, 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주류가 아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뒤로 밀렸다고 입을 모았다.
발전소 하청노동자 정세일씨는 “김용균씨의 사고 이후에 2인1조 인원도 계약직으로 채우고, 안전감독도 소홀하다”며 “‘왜 꼭 정규직이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다치거나 죽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하철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임선재(37)씨는 인천국제공항 직고용과 관련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쏟아진 무분별한 차별의 말들에 분노했다. 임씨는 “회사에서 2017년 정규직 전환을 할 때 차별과 혐오가 만연했다”고 돌이켰다. 임씨는 “개나 소나 다 전환해주다가 지하철 노숙자도 정규직 하겠다”, “로또만 바라는 무기충(무기계약직)”이라는 내용의 글이 사내 게시판에 매일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임씨의 동료들은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아야 했다고 한다. 그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은 죄인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수년간 같은 회사에서 같은 강도의 노동을 하면서 비정규직이라는 차별을 겪어야 했던 피해자다”라고 호소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시도한 기관과 이를 방치한 정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선 자회사를 통해 기존 용역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방두봉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장은 “모회사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자회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명숙 진보당 대표는 “이번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은 청년들의 불신을 부추겨 갈등과 논란만 키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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