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사장 때 육영재단 교사 “결혼하면 퇴사” 각서 강요
등록 : 2012.11.29 16:39수정 : 2012.11.29 17:32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열린 후보등록에 즈음한 입장 발표에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유치원 근무 교사 첫 언론 인터뷰
‘여성 대통령’ 구호 위선적 생각해 폭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 부설유치원에서 근무했던 전직 교사가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각서를 써야만 입사할 수 있었고, 젊은 여교사들에게 부당한 일들이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은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1982년부터 4년 동안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부설유치원에서 근무한 강은주(가명)씨는 28일 <한겨레>와 만나 “육영재단의 유치원 교사로 입사하려면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각서를 써야했다. 당시 유치원 중에는 그런 식의 각서를 요구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강씨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유정아 대변인이 27일 “육영재단 입사서약서 중에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밝히자,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육영재단에 문의를 해봤지만,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사장의 뜻과는 관계없이 현장에서 당시의 관행에 따라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근혜 후보는 1982년부터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동생 박근령씨와의 분쟁 끝에 1990년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강씨는 “80년대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결혼한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기가 힘들었지만, 유치원만큼은 아니었다. 당시만해도 대다수 여성들이 20대 초중반에 결혼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해서 결혼하기까지 불과 2~3년밖에 시간이 없다. 여러 유치원 교사를 경험했지만,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각서를 쓰는 경우는 육영재단이 유일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육영재단 어린이회관이 자행했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강씨는“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을 맡고서 육영재단 산하의 어린이재단은 각종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어린이과학관, 수영장, 스케이트장 등을 새로 운영하면서 유치원 교사들을 도우미, 매표소 판매원 등으로 동원했다. 이런 일엔 따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런 사실을 밝힌 배경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전면에 내세운 구호인‘여성 대통령’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육영재단에 있을 때의 경력이 전혀 자랑스럽지 않아서 오랫동안 묻어뒀는데 박 후보가 여성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워 밝히게 됐다.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결혼과 육아인데 퇴사를 강요하던 직장의 대표가 여성을 위하는 척 하는 것이 위선적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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