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MB가 은폐하고 있는 진실, 봇물 터질 것"
"MB가 홍보에 열 올리는 건 자신 없기 때문"
2012-12-04 12:43:23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 'MB정부 5년' 평가 2탄을 통해 "이 정부처럼 정부 업적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정부를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준구 교수는 앞서 글을 통해 MB정부의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조차 무늬만 흉내낸 엉터리로 경제를 시퍼렇게 멍들게 했다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은 정부의 4대강사업 예찬, 경제위기 극복론 등 자화자찬성 업적 홍보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역설적인 말일 수 있지만, 정부가 홍보에 그렇게 열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며 "누구나 선뜻 잘했다고 인정해 줄 것임을 안다면 그렇도록 강도 높게 홍보에 열중할 리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거짓 홍보에 의해 잘못 형성된 여론은 결코 그 생명이 길 수 없다. 언젠가는 모든 진실이 소상하게 밝혀지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거짓 홍보에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것이 언제인지만이 문제일 뿐, 진실의 순간은 반드시 오게끔 되어 있다"며 "나는 이 정부가 은폐하고 있는 수많은 진실이 언젠가는 봇물 터지듯 우리 눈앞에 낱낱이 펼쳐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잘했다”는 평가를 강요하는 정부
1.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재치 있는 독설을 가끔 날렸던 것으로 이름 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통계수치의 허구성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바로 그것들이다.”(There are three kinds of lies: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 그에 따르면 영국 수상이었던 디즈렐리(B.Disraeli)가 그 말을 처음 했다고 하는데, 엄밀함을 가장한 통계수치가 실제로는 가장 심한 정도의 거짓말일 수 있음을 꼬집었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멋진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부가 통계수치에 이런저런 마사지를 가해 자신의 성과가 좋게 보이려고 만든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실업률이 7%대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오자 공화당은 조작된 통계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이를 보면 미국에서조차 정부 발표 통계를 100%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수치 그 자체에 마사지를 가하지는 않더라도 자기 쪽에 유리한 통계자료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수법도 흔히 쓰이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통계수치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은 아주 바보 같은 짓이다.
얼마 전 정부 모 부처에서 주관한 설문조사에 응하면서 매우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게 만든 설문조사인데, 질문을 제시하는 방법이 아주 독특했다. 설문조사가 시작되자 컴퓨터 화면에는 각 부문별로 현 정부가 잘했는지 아니면 못했는지를 묻는 여남은 개의 질문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이것들에 대해 모두 대답하고 났는데 아까 본 것과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똑같은 질문을 한 다음 몇 개의 그림표를 추가적으로 제시해 놓은 것이 방금 전과 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했다”는 응답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분명한 통계자료를 그림표로 정리해 제시한 것들이었다.
이와 같이 정부 측에 유리한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다시 의견을 묻는 절차는 모든 질문에 대해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잘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화면에 나타났다. 잘했다는 대답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각종 통계자료의 융단폭격을 받은 직후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도록 요구받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심지가 굳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세뇌에 가까운 설득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토록 황당하다는 느낌을 주는 설문조사는 난생 처음이었다.
설문조사의 결과가 여러 가지 조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똑같은 내용의 질문이라도 어떻게 프레임을 짜서 제시하는지에 따라 응답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직접대면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지 아니면 전화나 인터넷으로 진행하는지에 따라서도 응답이 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 같은 전화라도 유선인지 아니면 휴대폰인지에 따라 응답이 달라진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빙성 있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실제로 조사작업을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설문조사는 아예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응답이 나오도록 유도하기로 작심하고 만든 것이었다. 이렇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여론을 조사해 설령 과반수가 현 정부의 업적에 갈채를 보내는 것으로 드러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민에게 공개하려는 것이 아니고, 단지 자기네들끼리 참고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한 것이라고 변명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잘못된 방법으로 모아진 여론으로 스스로 위안을 찾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자기 자신을 기만한다고 해서 도대체 나아질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 해서 가려질 리 없는 일인데 말이다.
2. 4대강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큰 물난리를 겪을 뻔했다?
그 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 온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자기네들이 믿고 싶은 통계에만 집착한다는 점이다. 사실 모든 정부가 그런 성향을 갖기는 하지만 이 정부가 보이는 집착의 정도는 유다르다 싶게 강하다.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통계자료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데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런 홍보가 꽤 잘 먹혀들어 가는지 국민이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견해가 실제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다. 아무리 거짓 홍보라도 거듭되어 노출되다 보면 여간 줏대가 강한 사람이 아닌 한 모두 넘어가게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한 거짓 홍보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4대강사업 덕분으로 지난 여름 큰 물난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방금 전에 말한 황당한 설문조사에서도 바로 그 거짓 홍보자료를 제시하고 응답자로 하여금 4대강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4대강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다가 두 번째 라운드의 질문에서는 최근 4대강사업 구간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그 질문을 반복했다. 이렇게 4대강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통계자료들을 보면 “이걸 보고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테냐?”라고 윽박지름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물론 4대강사업 지역에서 최근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통계자료 그 자체가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4대강사업이 과연 홍수피해 방지라는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를 올바로 평가할 수는 없다. 4대강사업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근래에는 4대강 연변에서 큰 물난리가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지난 여름의 장마와 몇 차례의 태풍이 사상 유례없이 많은 양의 비를 뿌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단지 지난 여름 4대강사업 연변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4대강사업의 덕분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4대강사업이 과연 홍수피해 방지라는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지를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업이 시작되기 이전의 4대강사업 지역 홍수피해 통계와 더불어 지난 몇 십 년 동안의 강수량에 대한 통계가 포괄적으로 제시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통계자료를 완전히 은폐하고 오직 지난 여름 4대강사업 지역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강조한다. 이것 자체가 거짓말은 아니지만, 4대강사업의 홍수피해 방지기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속임수에 해당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에까지 나가 4대강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큰 물난리가 날 뻔했다는 발언을 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어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처럼 사실과 동떨어진 발언은 없다고 확신한다. 그 동안 4대강 본류에 대해서는 홍수예방 사업을 충실하게 진행해온 결과 근래에는 큰 물난리를 겪은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홍수피해가 4대강사업 지역과는 거리가 먼 지류에서 발생했고, 지난 여름에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렇다면 4대강사업의 홍수피해 방지기능은 거의 0이라는 말인데, 정부가 제시한 통계자료만으로는 도저히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없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가뭄 걱정에서 해방되었다는 홍보 역시 엉터리 통계에 기초해 있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자료는 16개의 댐을 쌓아 얼마나 되는 양의 물을 가두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국한된다. 물만 가두어 둔다고 그것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난 초여름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을 때 물 부족 현상은 거의 모두 4대강사업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발생했고 따라서 댐에 가두어둔 물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는 엄연한 사실은 한사코 감춘다.
지난 초여름 낙동강을 위시한 곳곳에서 ‘녹차라테’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정부는 엉터리 통계로 진실을 감추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4대강의 어느 지점에서 어느 정도의 녹조현상이 나타났으며 그때의 수질이 어떤 상황인지에 관한 자세한 통계자료가 있어야 4대강사업과 녹조현상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통계자료는 정확한 판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정부는 녹조 발생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3. 우리가 제일 빨리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져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 “잘했다”는 평가보다 “잘못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심지어 이 정부와 파트너가 되어 함께 국정을 운영해왔고 따라서 함께 심판을 받아야 할 박근혜 후보마저 이 정부와 선을 긋고 싶어 한다. 성과가 좋았던 정부라면 함께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안달을 했을 텐데, 한사코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와 같은 평가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 최소한 경제만은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 경제만은 잘 이끌어 왔다고 자부하는 근거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넘긴 나라라는 데 있다. 미국과 유로존이 모두 아직도 죽을 쑤고 있는데, 우리는 그나마 빨리 위기에서 빠져나온 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는 당연히 정부가 개발한 것일 텐데, 보수언론이 이를 앵무새처럼 따라 옮기는 바람에 이젠 거의 공론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정부의 논리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과 미국이나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을 단순비교해 보면 우리가 상대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견뎌낸 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로서 직격탄을 맞은 나라이며, 유로존도 미국과의 밀접한 경제관계 때문에 미국 못지않은 타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뒤 이어 터져 나온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이 나라들을 정신조차 차리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 나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 두 개의 위기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관망할 수 있는 입장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게 된 것이 바로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1997년말 동아시아 지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큰 타격을 받았던 나라들은 바로 그 위기의 당사국들이다. 그 당시 미국이나 유로존 국가들이 받은 타격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위기의 진원지에 있는 나라들이 주로 큰 타격을 받는 한편, 진원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은 별 타격을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원지에 있는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해서 그것을 우리 정부의 공으로 돌릴 수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위기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만 미국, 유로존과 긴밀한 교역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하고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도 우리 못지않게 긴밀한 교역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로존 재정위기가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뿐 아니라 이 나라들도 비슷한 정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나라들은 위기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얼마나 선방(善防)했는지를 평가하는 좋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좋은 성과를 올렸는지는 미국, 유로존 국가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들과 비교해 결론을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4. 동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우리나라, 대만,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는 눈부시게 빠른 성장을 이룬 경제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한때 이 나라들을 가리키는 말로 ‘동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four tigers of Asia)라는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 네 나라는 모두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현재 비슷한 발전수준에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대상이 되기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만약 다른 세 나라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만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 우리 경제가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정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공을 정당하게 인정받고 싶으면 바로 이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그림 1>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듯, 1980년에서 201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 네 나라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고도성장의 길을 걸어 왔다.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을 전후해 모든 나라들의 경제성장률이 급전직하로 추락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비슷한 패턴으로 오르내린 것을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이후에도 이와 같은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서 201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 네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했을 때 우리 경제가 특히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그 전 두 해 동안 2.3%와 0.3% 수준에 머물고 있던 경제성장률이 2010년 6.3%로 급상승한 것을 들어 우리 경제가 발군의 성과를 올린 양 선전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6.3%라는 성장률은 네 나라 중 꼴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 그 해 대만과 싱가포르는 10%가 넘는 놀랄만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홍콩이 기록한 경제성장률도 우리보다는 더 높다. 이 네 나라 중 꼴찌라는 위치는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그대로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에서 2011년의 기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싱가포르가 4.9%로 제일 높고, 그 뒤를 3.3%의 대만, 3.1%의 우리나라, 그리고 2.9%의 홍콩이 잇고 있다. 0.2% 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꼴찌의 수모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어떤 통계자로를 갖고도 이명박 정부하에서의 우리 경제가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 아주 후하게 점수를 준다 해도 평균점 이상의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기록을 갖고도 경제에서만큼은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큰소리치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양극화의 심화를 무릅쓰고 성장에만 올인한 결과로 얻은 것이 바로 그런 기록 아니던가? 뿐만 아니라 앞에서 쓴 글에서 지적했듯 온갖 무리수를 두어가며 경기를 부양해 얻은 성과가 아니던가? 아무리 국제적인 여건이 나빴다 하더라도 3.1%의 초라한 평균 경제성장률을 갖고 훌륭한 성과 운운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겉으로 나타난 통계수치로만 보면, 위기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보인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정부 시절이다. <그림 1>을 보면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8년에서 200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999년, 2001년, 그리고 2002년에는 발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외환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한 셈인데, 그 기간에 비한다면 2008년에서 2011년에 이르는 기간동안 우리 경제가 보인 성과는 초라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정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인위적인 부양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억지로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짝퉁 벤처사업에까지도 돈을 뿌리고,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모집하게 만들고, 부동산 투기억제장치를 모두 풀어버리는 등의 무리수가 횡행한 시절이었다. 이처럼 무모한 인위적 부양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참여정부 시절의 성과가 비교적 좋지 않은 것은 이 무리한 인위적 부양의 후유증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이에 비해 참여정부는 인위적 부양을 비교적 삼갔고, 그 결과 형편없는 성적을 낸 정부라는 평가를 감수해야만 했다.
전임 정부가 남긴 유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보다 훨씬 더 운이 좋았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남긴 인위적 부양의 뒤치다꺼리에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후임자에게는 비교적 견실한 경제 기조라는 유산을 남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면 여건이 좋아질 때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되는 법이다. 그렇다면 참여정부 시절의 저성장 기조는 그 뒤를 이은 이명박 정부에게는 하나의 호재일 수 있었다. 이런 좋은 여건에서 출발한 이명박 정부가 고작 3.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면 누가 봐도 훌륭한 성과라고 말할 수 없다.
5. 조작된 통계만이 거짓말인 것은 아니다
4대강사업의 경우도 그렇고 경제성장률 비교의 경우도 그렇지만, 정부가 통계수치 그 자체를 조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깊은 관련이 있는 다른 통계자료를 은폐하거나, 잘못된 비교대상을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국민에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들었다. 우리 인간은 숫자를 맹신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정부는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국민의 여론을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수단으로 통계수치를 이용했던 것이다. 바로 이런 통계수치의 함정이 트웨인으로 하여금 통계수치가 가장 질 나쁜 거짓말이라고 말하게 만든 동기가 되었다.
그 동안 이 정부처럼 정부 업적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정부를 본 적이 없다. 언론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탓에 정부의 홍보는 일반 대중에게 아주 효율적으로 전파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4대강사업 덕분에 큰 물난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까지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꽤 많이 보았다. 바로 이런 홍보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그처럼 열을 올려 홍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렇지만 이왕 홍보를 할 바에야 모든 관련 통계수치를 떳떳하게 밝히는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설적인 말일 수 있지만, 정부가 홍보에 그렇게 열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누구나 선뜻 잘했다고 인정해 줄 것임을 안다면 그렇도록 강도 높게 홍보에 열중할 리 없다. 그러나 거짓 홍보에 의해 잘못 형성된 여론은 결코 그 생명이 길 수 없다.
언젠가는 모든 진실이 소상하게 밝혀지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거짓 홍보에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것이 언제인지만이 문제일 뿐, 진실의 순간은 반드시 오게끔 되어 있다. 나는 이 정부가 은폐하고 있는 수많은 진실이 언젠가는 봇물 터지듯 우리 눈앞에 낱낱이 펼쳐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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