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박근혜, '철도 민영화' 바통 터치 계획
대선 직후 '첫삽'…"박근혜 정부 들어서면 100% 추진"
박세열 기자  기사입력 2012-12-05 오전 10:27:00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런 식의 민영화는 안 된다"고 공감했음에도 철도 민영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선을 앞두고 파장이 일 전망이다. 철도공사 관련 고위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국토부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발주한 '철도 교통 관제 운영 개선 연구 용역' 결과 발표가 오는 24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4일은 대통령 선거일 직후고,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가 꾸려지기 이전이다.

철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철도 편성 등과 관련한 핵심 권한인 '철도 교통 관제권'을 정부가 철도공사로부터 사실상 회수하는 방안은 당초 20일, 대선 하루 뒤로 잡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선거일 다음 날이다. 날짜는 변경됐지만 대선 직후, 최소한 올해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이 용역은 중앙 통제와 철도 운영에 관한 핵심 권한인 관제권을 준 정부 기관인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 정부는 현재 민영 KTX 도입 등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뉴시스

'철도 교통 관제권'은 쉽게 말해 철도 편성에 관한 권한이다. 현재 철도공사가 독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상황이지만, 관제권이 정부로 넘어가면 향후 민간 철도 업체가 들어올 때 정부가 민간 철도의 운행 시간, 노선 등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즉 신규 민간 철도 사업자의 진입 등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을 염두한 '관제권 이관'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철도 관계자들은 "관제권 이관은 철도 민영화의 첫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철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새누리당 정권이 연장될 경우 관제권 이관은 100% 기정 사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 철도 업체가 들어오게 되고, 결국 '철도 민영화'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철도 관제는 안전이 생명인데, 이를 경험도 전무하고 조직도 작은 시설공단에 이관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관제권 이관이 정부가 추진하는 철도 민영화, 즉 '철도 경쟁 체제 도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지난 8월 30일 발표된 '연구 용역' 중간 보고회 문건에도 잘 드러난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철도 교통 관제 운영 개선 연구용역' 중간 보고회 문건에는 '과업의 목적' 부분에 "향후 철도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 복수의 철도 운영자에 대한 철도 교통 관제 업무 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 및 지속적인 철도 교통의 안전을 도모할 철도 교통 관제 기관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 지침 등의 제, 개정, 필요한 관제 조직 및 인력 확보, 인수 인계 등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반 예상되는 문제점의 해결 방안 등을 마련"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현재 관제 업무를 철도공사 측으로부터 떼 내오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모 대기업은 KTX 민영화 논란이 일었을 당시 다른 대기업이 '민간 철도' 관련 팀을 해체한 것과 달리 관련 팀을 해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내부 보고서, 차기 정부 들어서는 "2013년 관제권 이관"

그러나 관제권 이관에 대해서는 시설공단 측에서도 우려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철도공단 장기 조직 구조 검토'라는 제목으로 지난 10월 작성된 시설공단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단의 인력 규모를 감안할 때 (관제 등) 관련 업무가 일시에 이관될 경우 경험과 인력 부족에 따른 혼란 예상"이라고 적혀 있다. 관제권 이관과 관련된 최종 용역 보고서도 나오지 않았는데, 시설공단 측은 이미 관제권 이관을 준비하고 있다. 즉 시설공단 측이 정부의 '로드맵'에 맞춰 무리하게 '관제권 이관'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용역 발주가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이 내부 보고서에는 관제권 이관, 역사 관리 이관, 시설 유지 보수 이관 등 철도 경쟁 체제 도입 과 철도 산업 구조 개편에 따른 조직 확대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이 보고서 6페이지에는 관제권 이양 등으로 "철도 대표 기관으로 위상 제고"라고 적시돼 있다. 철도시설공단이 철도공사를 제치고 향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대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안한 모습들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 보고서는 "철도 관제는 국가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현재 국토부가 철도공사에 중앙관제 비용을 지급, 관제 비용은 대부분 인건비임으로 정부 지원 범위를 초과해 인력을 운영할 경우 공단 수익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설 유지 보수 이관 문제도 들여다보면 우려할 부분이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공단은 철도 시설 유지 보수 업무의 외주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시설 유지 보수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이를 외주화 하겠다는 것. 이 보고서는 "유지 보수 외주 회사에 대한 감독 기준 마련(점검체계 구축)", "인력 슬림화 필요성 및 업무 개선 방안" 등을 내 놓고 있다. 아웃소싱 대상은 단순 업무에 국한되지만, 도보 순회 점검 방식을 개선하고, 검측 장비를 이용을 확대하는 등 인력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용역 보고서의 최종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설공단 내부 보고서를 통해 철도 민영화의 로드맵도 예측해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중앙관제 이관'을 2013년으로 잡고 있다. 2015년에는 역사 관리 이관, 2017년에는 시설 유지 보수 이관 등 철도공사의 주요 기능을 모두 흡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중앙관제 이관, 역사 관리 이관 등은 모두 민영화에 따른 민간 철도 업체의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철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 철도 노조의 민영화 반대 포스터

"박근혜 정부 들어선다면 철도 민영화 100% 추진될 것"

지난달 22일, 부산 지하철 3호선 열차가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고장으로 철로 위에 멈춰선 열차를 견인하러 간 열차가, 고장난 열차를 오히려 뒤에서 들이받은 것이다. 경찰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견인을 위해 출발한 열차에게 관제실에서 고장 열차의 위치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관제 시스템' 운용 미숙에 의한 '인재'였다.

철도 안전과 직결된 관제권을 시설공단으로 넘기는 문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용역 보고서가 대선 직후 발표되면 정부는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설공단은 관제 관련 부서를 만들어야 하고, 인력을 모집해야 한다.

문제는 용역 보고서 발표 시점이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이라는 것이다. 대선이 끝난 후, 인수위가 꾸려지기 전이다. 내년 2월 이 대통령 임기를 앞두고 시설공단 이관을 위한 대통령령 개정 등, 관련 작업을 속도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민영화 반대가 공식 입장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어떨까.

박 후보는 지난 4월 23일 "지금과 같은 KTX 민영화는 반대한다"면서도 "정부가 우선 철도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까 하는 장기비전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어느 노선을 민영화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민영화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7월 당정협의에서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동력을 잃었다"고 자평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듯 했지만, 국토부는 1주일 후 보도자료를 내고 "경쟁체제 도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같은 정부의 방침을 보고만 있었다.

철도 노조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철도 민영화는 100%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관되게 "경쟁 체제 도입"을 주장해 왔었다. 박 후보는 "민영화"라는 단어도 썼다. 철도 노조 등 시민단체는 "경쟁 체제 도입"을 사실상 민영화로 주장하고 있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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