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33주년, 국가정보원, 경찰, 선관위…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승인 2012.12.12  03:43:47
참으로 황망한 사태가 터졌다. 국가 안보의 보이지 않는 최일선이라 할 국가정보원이 야당의 대통령 후보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하여 공작활동을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의심을 산 것도 부족해 국정원 직원 신분에 있는 자가 자긍심도 없이 거짓을 말하고, 이후에는 조사에 응하겠다고 하다가 다시 이를 거부하는 등의 추한 꼴을 보였다. 이에 더해 경찰과 선관위까지 미온적으로 대응했으니, 이는 범죄 사실의 여부를 떠나 국가의 기강 차원에서 매우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지난 10월에 제보를 받은 민주당은 이를 추적 조사해온 끝에 어제 12월 11일 역삼동에 소재한 모 오피스텔로 선관위 직원과 경찰을 대동하고 갔다.
 
도착한 지 10여 분 후 오피스텔로 들어오는 김 아무개 씨를 해당 요원이라 지목, 경찰이 국정원 직원인지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20대 후반의 여성은 자신이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 했고, 이후 경찰은 신원 확인차 방에까지 들어갔음에도 아니라는 형식적 답변만 듣고 나왔다고 한다.
 
이에 제보자인 민주당 측에서 항의하기에 이르자 경찰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해당 요원은 그때부터 문을 열지 않았고, 뒤늦게 국정원은 그 여성이 국정원의 직원임을 확인 발표한 것이다.
 
저녁 8시 즈음 해당 요원은 친인척이 도착하면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다가, 자정이 지나서는 다시 말을 바꿔 컴퓨터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하드 드라이브를 분석하거나 아이피 분석을 하는 것은 거부했다. 그러자 경찰은 법원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압수해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했고, 결국 해당 오피스텔 주변을 민주당 당직자와 당원들이 밤을 새워 경계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우리 공직선거법 제5조에 따르면, 관공서 기타 공공기관은 선관위의 협조 요구를 받으면 우선하여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보다 중대한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제9조에는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규정하면서, 2항에는 검사 또는 경찰은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단속하고 수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조사 권한은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에도 부여되어 있다.
 
공직선거법 제272조의2에는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준사법권에 따르는 정도의 권한을 주어 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소명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현행범의 신고를 받았을 때 그 장소에 출입해 관계인에 대하여 질문, 조사하거나 서류 등 기타 조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현장에서 이를 수거해 관계 수사기관에 송부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선관위 직원이 해당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사를 받거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받은 자는 응하여야 하고, 법에 위반되는 행위가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질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현장에서 행위의 중단 또는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제272조의3에서는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 판사의 승인을 얻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당해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성명 등 인적사항과 정보통신기기의 위치, 로그기록 등을 제출하도록 할 수 있으며, 요청받은 자는 지체없이 응하여야 한다고 강제 규정을 두고 있다.
 
더군다나 272조의3, 3항에 따르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한 사람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사항,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람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사항 및 전송통수 등에 대해서는 법원의 승인도 필요하지 않다 규정해, 매우 포괄적이고 강력한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한다는 대한민국에서 국가정보원 요원이 범죄 혐의를 받은 상황에서 떳떳하게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선관위는 자신들에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경찰 또한 만약 범죄가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증거인멸 위험이 큰 상황임에도 야간임을 들어 영장 청구를 늦추었다.
 
어떤 때에는 야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영장 전담 판사에게 수색영장은 물론 구속영장도 청구해 인신 구속도 잘하던 경찰과 검찰이 이처럼 한가하게 군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지만, 국가의 최고 중대사라 할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 어찌 황망하지 않을까?
 
민주주의 하는 나라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날이 바로 2012년 12월 11일이고, 어느덧 날은 바뀌어 12·12 군사 반란 33주년이 되는 날, 2012년 12월 12일의 아침은 밝아오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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