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독재자의 딸’ 박근혜 기사 놓고 ‘전면전’
공정보도위원회 “새누리당 일방 홍보 그대로 받아썼다”…정치부장 불신임 건의 투표 진행할 것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입력 : 2012-12-11  16:05:13   노출 : 2012.12.11  19:53:00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 기사에 명기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소개 기사 제목을 놓고 벌어졌던 해석 논란이 연합뉴스 내부의 치열한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7일 오후 5시 50분경 첫 출고된 <박근혜, 美 타임誌 최신호 표지모델 등장> 기사를 통해 "`타임'은 오는 17일자 최신호에서 `실력자의 딸'이라는 제하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후보의 살아온 역정과 주변 인사들의 평가, 정치비전 등을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연합뉴스는 '새누리당에 따르면'이라는 인용 문구를 사용해 “`역사의 후예'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만약 박 후보가 12월19일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은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라는 최소한 한가지 면에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연합뉴스 공정보도위원회는 타임지 기사에 표기된 'The Strongman's Daughter' 영문이 '독재자의 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도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홍보한 기사 제목인 ‘실력자의 딸’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는 또한 타임지에 나온 박 후보 소개 기사 원문은 많은 부분 박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그동안 재벌, 기득권층과 친하다고 인식돼온 새누리당을 바꿔 일부 보수층의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개혁을 하려고 한다", "일부에서는 박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박 후보는 `정치인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는 등 박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 내용을 전했다.

연합뉴스의 보도가 나간 이후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연합뉴스는 '종합' 기사에서 논란을 의식한 듯 "'독재의 딸'이라는 제목의 표지 사진과 '역사의 자녀'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라고 기사를 수정했고, 기사 내용 역시 "타임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 사회에서 아시아의 경제 기적을 이끌었다는 밝은 면과 총으로 최고 권력을 거머쥐었다는 어두운 면을 함께 갖고 있으며, 이런 아버지를 둔 박 후보의 정치적 혈통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라고 평가했다"고 추가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이어 밤 11시 15분경 '종합2'로 뜬 기사에서 "타임의 표지 제목인 'The Strongman's Daughter'의 해석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새누리당은 이날 관련 보도를 소개하면서 이를 '강력한 지도자의 딸'로 번역했다. 그러나 'Strongman'은 특정 조직의 실력자라는 의미와 함께 '독재자'라는 뜻도 있는데, 맥락상 '독재자'라는 해석이 더 적확하지 않느냐는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이 제기됐다"고 최종 보도했다.

▲ 지난 7일자 연합뉴스 <박근혜, 美 타임誌 최신호 표지모델 등장> 기사 홈페이지 화면.
 
연합뉴스 공정보도 위원회는 이에 성명을 발표하고 "정치부가 7일 오후 미국 타임지 표지에 박근혜 후보가 등장했다는 기사에서 새누리당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을 받아썼다"면서 "정치부 기사를 책임지는 정치부장이 기사의 의미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보냈다면 이는 커다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공정보도위원회는 또한 지난 7일 안철수 전 후보가 처음으로 가세한 부산 유세의 발언 내용을 <안철수 "새정치 위해 문재인 돕는데 옳겠다는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해 송고했지만 정치부장이 삭제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 전 후보에 대한 언론보도 자제령을 요청했는데 연합뉴스 또한 이를 충실하게 따른 "여당 눈치보기"라는 지적이다.

공보위는 최근 편집국 간부들 사이에서 ‘이제 게임은 끝났다’는 발언이 나온 시점부터 편향 보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명조 정치부장에 편향 보도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명조 정치부장은 "새누리당 관련 기사 내용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것 자체가 외부에는 정치공세로 비친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반박했다. 이 정치부장은 특히 "이런 식의 비판은 대선 보도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는 것으로 기사 작성 및 송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왜 노조가 쓸데없이 '특정후보 집권 저지에 나선 거 같다'는 외부의 비판을 방아야 하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노조는 이 정치부장의 입장을 확인한 뒤 편향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불신임 건의 투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훈상 노조 사무국장은 "단체협약에 따라 편집국 기자 조합원 과반 이상이 발의해 불신임 건의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불신임 건의 투표는 재적 과반 이상 찬성하면 발의되며,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명조 정치부장은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연합뉴스 업무보고에서 편향 보도 문제가 제기된 직후 박대출, 홍지만 등 새누리당 의원과 술자리를 함께해 불공정 보도 논란을 키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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