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전말
“국정원 요원들, 포털에 문재인 비방 댓글 달며 여론조작 시도”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입력 2012.12.12 14:41:34
▲ 민주통합당이 "국가정보원 직원이 정치관련된 비방댓글을 다는 등 불법선거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 11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 관계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뉴스1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을 달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방하고 여론조작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 제보를 받은 민주통합당은 공세의 수위를 더해가는 가운데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는 상황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정국은 다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제보 “국정원, 문재인 비방하는 댓글 달며 ‘선거 개입’”
지난 11일 오후 7시 민주당으로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국정원 요원이 포털 사이트와 정치 관련 홈페이지에 접속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는 제보였다.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바 따르면, 제보자는 국정원 심리정보국 안보팀 소속 김 모 요원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역삼초등학교 옆에 있는 모 오피스텔 607호에서 3개월 간 근무하면서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댓글을 달았다는 것 외에도 국정원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함께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작년 11월부터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 담당 부서를 심리정보국으로 격상시키고 안보 1, 2, 3팀으로 명명된 세 개의 팀을 신설했다. 각 팀에서는 70여 명의 요원들에게 개인별로 노트북을 지급하고 매일 주요 정치사회현안에 대해 게재할 댓글 내용을 하달해왔다고 한다.
이들 요원은 국정원 청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활동했다. 다수의 요원이 동시에 댓글을 달며 선거개입 활동을 할 경우 IP주소추적 등에 의해 발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요원들은 오전에 국정원에 출근해서 그 전날 했던 작업들을 보고하고 지침을 받은 후 오후에는 청사 외부에 나와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 선관위와 함께 오피스텔 기습 방문
제보를 받은 민주통합당 공명선거 감시단과 김현 의원은 경찰 1명,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명, 당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 1명 등 총 3명과 함께 급히 오피스텔을 찾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온 김 모 씨는 “국정원 직원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뒤 문을 닫았다. 김 씨의 대답을 들은 세 명은 대답을 듣고 자리를 떴지만, 이후 오피스텔 앞에서 대치 상황은 이어졌다. 이후 문재인 캠프의 조정식 소통1본부장, 우원식 총무본부장, 강기정 동행2본부장 등이 추가로 급파됐다.
▲ 민주통합당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2일 국정원 직원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민주통합당 문병호 부정선거감시단장이 당직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뉴스1
오후 10시 30분 무렵 김 씨의 요청으로 김 씨의 친오빠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윽고 김 씨의 부모님도 함께 도착했다. “오빠가 오면 이야기하겠다”던 김 씨는 “IT전문가가 들어오면 협조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컴퓨터를 내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대선 관련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일체의 정치적 활동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정원 측은 “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역삼동 오피스텔은 국정원 직원의 개인 거주지인데 명확한 증거도 없이 개인의 사적 주거공간을 무단 진입하여 정치적 댓글 활동 운운한 것은 사실 무근”이라며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네거티브 흑색선전이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민주통합당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2일 국정원 직원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관계자(뒷모습 보이는 이)가 당직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뉴스1
국정원의 발표 내용에 대해 진성준 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은 처음에는 문제의 인물이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완강하게 부인하더니 이제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은 인정했다고 한다”며 “만일 국가정보원이 우리당에 제보된 바처럼 대선에 개입하여 불법선거를 자행하였다면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정원 직원 “문재인 비방한 적 없다”
대치 상황이 계속되던 중 김 씨는 12일 오전 기자들에게 “상황이 억울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 씨는 전화통화를 통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쓴 적이 없고, 정치적 중립을 분명히 지키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 씨는 ‘처음에 왜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표현하면 곤란하다. 부인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정원 직원이라면 당연히 신분을 속이는 게 맞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조직 내용과 소속, 부서 업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김 씨는 “‘오빠가 오면 얘기하겠다’고 했지 ‘선관위 직원이든, 경찰이든, 기자든 집에 들여 얘기하겠다’는 말은 안 했다”며 “(경찰 등에게 집안에) 들어와서 필요하면 촬영까지 하라고 얘기했는데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제하겠다고 한다. 사생활이 있는 개인용 컴퓨터를 열고 협조할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부모님이 오셨을 때 등기부등본도 들고 왔는데, 서류를 보면 알겠지만 2년 전부터 실제로 사는 공간”이라며 “집안 내부를 촬영해 보내드릴 수 있다. 국정원 사무실 아니다. 사무실을 개인 생활 공간처럼 뚝딱뚝딱 만들 수 없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어 “(경찰 등이) 집 안에 들어와서 확인은 하되 업무조건 PC를 보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경찰이 12일 아침 영장을 받아서 강제수사를 한다면) 법적인 절차는 따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 “민주, 진실 규명 요구하라” 민주 “대책위원회 구성할 것”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정말로 자신 있다면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 김 모 씨를 당장 검찰에 고발하고 오늘 내일이라도 당장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라.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으로 드러날 경우 민주당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이 국정원에 의혹 해명을 요구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대책특별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12일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회 정보위를 소집해 국정원 심리정보국의 담당업무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 △문제가 된 국정원 직원의 최근 2개월 간 업무 내용과 근무 시간, 장소를 공개할 것 △심리정보국 내의 안보 1, 2, 3팀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대도 함께 공개할 것 △선관위와 경찰은 오늘 영장을 신속하게 발부받아 증거 확보에 빨리 나설 것 등을 촉구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캠프는 긴급하게 선대본부장단회의를 열고 ‘이것은 국정원이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한 의혹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이 사건을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규정하기로 했다”며 “아울러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하고 위원장에 문병호 의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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