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징후’ 내부보고 묵살…또 드러난 안보실패
등록 : 2012.12.14 08:20수정 : 2012.12.14 09:28


포격 3시간전 “북 화력도발 움직임 포착” 보고
수신처엔 청와대·국방부 등…아무런 조처 없어
국방부, 다음날 국회서 징후 포착한 사실 감춰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군 정보기관이 사전에 포사격 징후를 포착해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 등 20여개 기관에 알렸음에도 현 정부와 군 지휘부가 이를 묵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포격 다음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전에 포격 징후 정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겨레>가 군의 전직 고위 인사로부터 입수한 정보참모부의 ‘수시첩보보고’를 보면, 연평도 포격(오후 2시34분) 3시간 전인 오전 11시30분에 “접적해역 일대에 화력도발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보고서 수신처엔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는 물론, 청와대와 국가정보원도 포함돼 있다. 정보참모부는 화력도발이 임박한 징후로 ‘북의 탄약차량 움직임을 포착했고 레이더와 필수 통신망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휘관이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했으나, 군 지휘부는 이를 북의 통상적 위협 정도로 인식하고 아무런 대응조처를 하지 않았다.

정보참모부는 그날 오전 11시30분 “통신내용과 전개세력 활동 고려시 현재까지는 아(我) 사격훈련에 대응 감시/근무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즉각적인 화력도발 임박 징후는 미식별됨”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해안포 전개/신예기 전방전개 식별, ‘즉시적인 물리적 조치’ 경고를 고려시 접적해역 일대에 화력도발 가능성이 있어 장비 추가전개/화력도발 임박 징후 감시를 강화하겠음”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앞서 11시15분에도 “접적해역 일대에 화력도발 및 엔엘엘 근접 무력시위 비행 가능성이 있어 화력/공중도발 징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우리 군은, 해병대의 호국훈련(11월22~30일)에 맞서 북이 특별경계근무 2호로 전환한 상태였고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황해남도 용연이리대 경계시설을 방문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급박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또 포격 당일 오전 9시40분께 미그23기 5대와 헬기 1대가 작전에 투입된 것까지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의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우리 군은 북한이 포격을 시작할 때까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 군은 북이 포격을 시작한 지 13분 뒤에야 대응사격을 했고, 호국훈련 중이었음에도 북의 사격원점을 찾아내야 할 탐지레이더가 먹통이었다. 또 K-9 자주포 6문 가운데 3문은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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