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남한강 재첩 사라졌다…4대강범대위 현장검증
최종수정 일시 [2013-03-27 12:04:35]

【여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26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경기 여주군 여주읍 강천보에서 상류로 1km 떨어진 지점에서 한 어부가 거둬올린 그물에 물고기는 없고, 청태(푸른 이끼)만 잔뜩 끼어 있다. ppkjm@newsis.com 2013-03-27

【여주=뉴시스】이정하 기자 = "남한강에 재첩(백합과에 속한 조개)이 사라졌다"

26일 오후 2시께 4대강 사업으로 생긴 경기 여주군 여주읍 단현리 강천보에서 그물을 정리하던 한 어부의 푸념이 이어졌다. 어부는 보가 생긴 뒤 재첩이 집단 폐사하고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새벽에 쳐 놓았다 거둬 낸 그물에는 고기 1마리 없이 청태(푸른 이끼)만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어부는 "보가 생기기 전 하루 7~8kg의 어획량도 2~3kg으로 줄었다"며 "1000만원을 들여 장만한 그물도 한번 쓰고 나면 버리는 통에 그물질도 접었다"고 했다. 이곳에서 어획 허가를 받은 89명의 어부 모두 비숫한 처지다. 

이 때문에 이날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범대위)가 현장검증을 벌였다. 수중촬영 전문가 윤순태씨와 4대강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도 동행했다. 현장검증은 강천보에서 상류로 1km 떨어진 점동면 도리마을 인근에서 진행됐다. 보에서 1km까지는 조업은 물론 레저활동도 금지됐다. 

【여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26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경기 여주군 여주읍 강천보에서 상류로 1km 떨어진 지점에서 한 어부가 거둬올린 그물에 물고기는 없고, 청태(푸른 이끼)만 잔뜩 끼어 있다. ppkjm@newsis.com 2013-03-27

현장검증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수중촬영 전문가 윤씨가 강바닥에서 끌어올린 재첩은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폐사한 재첩은 대부분 덜 자라 채취하지 않는 1~2년생이었다. 민물 재첩은 통상 3년생부터 채취한다. 윤씨는 "녹조류가 심해 시야를 확보하기도 어려웠고 강바닥에 뻘층이 형성돼 재첩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또 강바닥에서 토층도 채집했다. 채취한 토층 시료를 육안으로 확인한 이현정 박사는 모래나 암반 등 재첩의 서식지 위에 흙이 쌓이면서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재첩이 집단 폐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바닥에 쌓인 흙이 4대강 사업지에서 쓸려 내려오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된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박사는 "보 설치로 물 흐름이 없어 뻘층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수면에 흙덩어리가 떠다니는 점으로 미뤄 강바닥에서 전도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이 원인 역시 물흐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취한 토층 시료와 재첩은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팀장은 "이번 재첩 집단폐사는 금강 물고기 떼죽음의 연장선"이라며 "물 흐름이 있도록 수문을 개방하거나 보 철거 등을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강천보 뿐만 아니라 여주보, 이포보에서도 녹조 및 재첩 집단 폐사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26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경기 여주군 여주읍 강천보에서 상류로 1km 떨어진 지점에서 4대강 복원 범대책위원회가 재첩 집단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검증에 나선 가운데 수중촬영 전문가가 수중 상황을 촬용하기 위해 강으로 입수하고 있다. ppkjm@newsis.com 2013-03-27

4대강범대위는 다음달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 안정성, 생태계 파괴 등 4대강 사업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알리고, 정부와 범대위 등 민·관이 공동으로 이를 검증하는 내용의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jungha98@newsis.com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