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글 반대 1467건중 3건…국정원 ‘종북 대응’ 해명 무색
등록 : 2013.04.30 20:23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3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동안 국정원 앞에서 기자들이 압수수색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연계 아이디 73개 활동 분석결과 보니
박근혜 후보 불리한 글 반대 734건, 문재인·안철수 옹호글 반대 366건, 조직적 활동 인기게시판 노출 막아
ID 생성·활동 대선 앞둔 시기 집중, 잦은 반대로 운영자 경고글 뜨기도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 등이 ‘오늘의 유머’(오유) 누리집에서 벌인 활동은 국정원의 설명과 달리 ‘종북 대응’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의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 활동이었다는 국정원과 일부 보수진영의 주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국정원과 연계된 아이디 73개의 오유 누리집 활동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정원 직원 김씨 등이 1467차례의 게시글 반대 활동을 하면서 북한 관련 글에 반대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했다. 0.2%에 해당한다. 75%에 이르는 1100차례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글(734차례)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옹호한 글(366차례)을 반대한 것이었다.

국정원은 김씨의 활동이 “종북 대응 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해왔지만, 박 후보의 당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연계 아이디가 만들어진 시점과 활동 양상도 대선과 관련이 깊다. 연계 아이디 73개는 모두 지난해 8월27일~11월28일 사이에 만들어졌다.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대선과 관련한 활동을 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대선 당시 박 후보와 관련한 게시글에 비슷한 시간대에 몰려다니며 집단적으로 반대를 표시했다. 지난해 9월14일 오유 시사게시판에 올라온 ‘박근혜, 본인과 정수장학회 무관하다더니’라는 게시글에는 5개의 반대가 달렸다. 모두 연계 아이디로 로그인해 반대를 누른 것이다. 이 게시글에 대한 첫번째 반대는 글이 게시된 날 오후 2시46분에 시작됐다. 이후 2시57분, 2시58분, 3시2분 등 16분 사이에 4차례 반대가 이뤄졌다. 결국 이 글은 많은 누리꾼들이 보는 ‘베스트 게시판’으로 갈 기회를 잃었다. 연계 아이디들이 같은 공간에서 활동했거나,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박 후보에게 불리한 게시글을 정한 뒤 일제히 반대를 표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8월28일부터 활동을 시작해 9월10~18일 사이 하루 100개 이상의 게시글 반대 활동을 하는 등 매우 활발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18일 오유 운영자가 “여러개의 아이디를 만들고 아이피를 바꿔가면서 ‘반대 테러’ 행위를 범하는 사용자에 대해서 강력 대처한다. 발견되는 대로 아이디 정지 조처를 취하겠다”는 공지 글을 올린 이후 연계 아이디들의 활동은 하루 평균 10여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토론을 벌인 지난해 11월21일 이후다.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자 다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하루 평균 30여 차례 이상 반대 활동을 벌이다가 김씨의 정체가 민주당에 적발된 지난해 12월11일 이후 활동을 일제히 그만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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