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10009

[포커스]중국 고지도에도 “간도는 조선땅”
2005 07/05ㅣ뉴스메이커 631호
 
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고지도에 드러난 18∼19세기 중국의 영토의식



미국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중국 고지도에도 간도지역이 조선땅으로 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발간된 ‘미국국회도서관 소장 중문고지도 서록’이라는 자료집의 지도에서 압록강 건너 서간도가 조선땅으로 표시된 것이다. 두만강 건너 북간도뿐만 아니라 서간도 역시 18∼19세기에 중국이 아닌 조선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미국국회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자료인데다 중국 역시 권위를 인정해 발간한 지도자료집에 실린 만큼 당시 청나라의 영토인식이 간도지역에 미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간도되찾기운동본부 육낙현 대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지도가 미국 국회도서관에 소장돼 있음을 중국측 자료로 최근 알게 됐다”면서 “서간도 지역이 조선땅이었음을 중국이 스스로 인정한 자료”라고 말했다. 

서간도 역시 조선땅으로 ‘인정’

‘고지도 서록’에 실린 가장 대표적인 지도는 황조직성지여전도(皇朝直省地輿全圖). 프랑스 스타니스라스 신부가 19세기 말 제작한 목판본으로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청나라 황제가 관할하는 성을 나타낸 지도다. 

지도에는 청나라의 동쪽 끝에 철책모양의 선이 그려져 있다. 청나라와 조선의 경계가 압록강 선이 아니라 압록강 위쪽에서 곧장 정북(正北) 방향으로 그려져 있다. 이 선은 러시아와의 국경선까지 연결된다. 흰색으로 표시된 조선의 영역 표기가 국경선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 압록강 건너 서간도와 두만강 건너 북간도가 모두 조선땅으로 표기된 것이다. 



이 선의 왼쪽에는 성경(盛京)으로 표시돼 있다. 성경은 지금의 선양(瀋陽)을 일컫는 말로 요동반도 위쪽에 위치한 만주족의 중심지였다. 청나라는 자신의 발상지인 이 일대를 보호하고자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봉금지대로 삼았다. 일종의 중립지대였다. 봉금지대의 동쪽 끝에는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버드나무를 심어 울타리를 만든 유조변(柳條邊)을 설치했다. 황조직성지여전도에 표시된 국경선은 바로 유조변이 놓인 선이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는 현재까지도 버드나무 울타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항공대 박선영 교수(중국 근·현대사)는 “유조변은 북쪽으로는 몽고를, 남쪽으로는 조선을 방어하기 위한 경계선이 될 뿐만 아니라 민족을 나누는 지리적인 경계선을 했다”면서 “각종 사료에 근거해볼 때 이곳이 조선땅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지만 중국측은 유조변 밖도 중국땅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지도가 외국에서 적당히 그린 것이 아니라 상해에서 인쇄된 지도임을 본다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면서 “유조변까지만 자신의 땅으로 인식한 중국의 당시 변경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을 펴낸 중국 이효총(李孝聰) 교수의 해설에 따르면 이 지도는 18세기 초 강희제 당시의 실측지도를 기초로 하고 있다. 위도와 경도를 갖춘 근대지도이다. 또한 1887년 광서제 당시의 지도와 별 차이가 없다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유조변까지만 중국땅으로 인식”

강희제 당시 서양 선교사 레지신부에 의해 제작된 당빌 지도(1718년)와 파리의 동양학자 듀 알드 신부의 중국지(中國誌·1735년)에서도 국경선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훨씬 넘어서 있다. ‘황조직성지여전도’와 거의 비슷한 국경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당빌 지도의 국경선은 간도연구가인 김득황 박사에 의해 ‘레지선’으로 명명됐다. 김 박사는 “국경선 밖의 중립지대인 봉금지대는 “압록강과 두만강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의 국경선 밖에 위치했다”고 주장했다. ‘황조직성지여전도’에서도 유조변에서 서쪽 만리장성과 연결된 선이 보인다. ‘ㅅ’자 모양의 아래에 싸인 요동지역이 바로 봉금지대임을 말해준다. 

고지도 전문박물관인 경희대 혜정박물관의 오일환 학예연구실장은 “1700년께 강희제 때 중국 전역에 측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근대지도가 만들어졌다”면서 “이 당시 중국에 온 선교사들은 요동의 오른쪽을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혜정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키췬지도(1745년)에서는 유조변 밖 봉금지대의 대부분을 조선영토로 그렸다. 

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중국 지도에는 황조직성지여전도 외에 북양분도(北洋分圖)에서도 서간도가 조선의 영토로 나타나 있다. 북양분도는 황조직성지여전도보다 더욱 자세하게 국경선을 그려놓았다. 압록강 휠씬 위에 시작한 경계선이 북쪽으로 곧장 올라가 있다. ‘ㅅ’ 자 모습의 선이 나타난 것도 선명하다. ‘ㅅ’자의 중간 부분인 요동지방이 봉금지대로 완충지에 속한다. 반면 현재의 중국-한국 국경선인 압록강-두만강에는 어떤 선도 그어져 있지 않다. 1864년에 제작된 이 지도는 남북양합도, 남양분도와 함께 미국 국회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남북양합도에서도 ‘ㅅ’자 경계선이 나타나 있으나 압록강과 두만강을 연결하는 희미한 선이 있어 국경의 윤곽을 분명하게 알 수 없다. 이 밖에도 천하총여도(天下總輿圖)에도 국경선은 압록강 너머에 위치해 있다.

박선영 교수는 “당시 청은 지도로 남의 땅을 자신의 땅으로 먼저 표기하는 ‘도상침략’을 한 후 나중에 자신의 땅으로 확보했다”면서 “하지만 18∼19세기 청에서 이런 지도가 발간됐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오히려 서간도 지역이 조선의 땅이었다는 역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경은 ‘압록강-두만강’ 너머에

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중국 지도에는 조선인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성경여지전도(1747년)도 실려 있다. 울타리 표시로 국경선을 아주 세세하게 그렸다. 국경선의 입구인 ‘책문’과 ‘봉황성’이 압록강 위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오일환 학예연구실장은 “중국은 요동지역을 성역으로 삼았던 만큼 과학적인 측량을 하지 못했으나 사신들이 자주 왔다갔다했던 조선에서는 지리적 지식이 발달해 지도가 더 선명하다”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압록강 너머에 국경선이 있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조선 현종 3년(1662년) 5월 의주 부윤 이시술이 의주 사람에게 압록강을 건너 벌목을 할 수 있도록 문서를 발급해 주자 청나라가 항의를 한 일이 있었다. 이때 영의정 정태화가 “청과의 국경문제로 성가신 일이 생기니 압록강으로 경계로 삼자”고 주장했으나 현종은 “압록강으로 나라의 변경을 삼는다면 우리 영토를 그들에게 빼앗기는 것이 되므로 어찌 아까운 일이 아닌가”라면서 영의정의 말을 듣지 않았다. 조정에서도 압록강 이북이 조선의 영토임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자료다. 

오 연구실장은 “조선 지도에서 압록강-두만강 선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병자호란이후 청의 정치적인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압록강 너머로 국경선을 그리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그곳을 직접 측량하고 다녀간 서양인들의 눈에는 유조변 밖은 중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은 지역으로 보았으며 서간도 지역이 문화적으로는 조선의 영역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이 미국 국립도서관 소장 지도에서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지도들이 아편전쟁 이후 미국과 중국이 교류하면서 대사 등의 외교관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간 자료들인 만큼 내용적으로 훌륭한 컬렉션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잇단 고지도 전시 ‘인기’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과 일본의 독도 망언 등으로 간도와 독도 등 영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고지도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립대박물관(02-2210-2285)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대한제국 이후 근·현대 지도 130점을 전시해왔다. ‘땅의 흔적, 지도이야기’라는 박물관 개관 20돌 특별전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화봉책박물관 (02-734-6071)은 두번째 전시로 ‘민족과 영토’ 전을 9월 30일까지 연다. 역사를 빛낸 한국인과 한국을 빛낸 외국인 119명의 관련자료가 497점 전시돼 있다. 고지도는 64점이 전시 중이다. 두만강 하류 녹둔도(지금 러시아 땅)가 우리땅으로 표기된 고지도는 한국 지도가 27점, 일본 지도가 2점, 서양 지도가 1점으로 모두 30점이 전시됐다. 간도가 표기된 7점의 서양 지도도 있다. 

특히 1750년 토마스 키췬이 제작한 지도에는 서간도 지역이 만주 쪽으로 많이 올라가 있다. 또한 사무엘 던이 1794년 제작한 중국 지도에도 서간도 지역이 조선땅으로 표기돼 있다. 화봉책박물관의 인터넷 홈페이지(www.hbookmuseum.co.kr)에서는 전자북을 통해 지도를 볼 수 있다. 

고지도 전문 박물관도 최근 개관됐다. 5월 17일 개관한 경희대 혜정박물관(031-201-2014)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서양 고지도 900여 점을 갖추고 있다. 최초의 고지도 전문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일환 학예연구실장은 “김혜정 관장이 예전부터 고지도를 수집해왔지만 최근 영토에 대한 관심이 커진 사회적 분위기도 박물관 개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당초 연구소를 열려고 했으나 박물관 개관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혜정박물관은 12월 30일까지 ‘서양고지도와 우리땅’이라는 제목으로 개관특별전을 열어 150점의 고지도를 전시하고 있다. 키췬이 1745년 제작한 지도에는 서간도와 북간도 모두가 조선땅으로 표기돼 있어 눈길을 끈다. 간도가 우리 영토로 표기된 ‘백두산 부근지세약도(1909년)’도 선보였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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