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채워진 4대강 보 과연 안전할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3-05-19 11:12:22ㅣ수정 : 2013-05-19 11:34:38

·수문 설치된 가동보 기둥 속빈 형태로 설계… 수공 “구조 안전문제 없어”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수문을 지탱하고 있는 가동보의 하단 구조물 한가운데가 비어 있는 중공(中空) 형태이며, 그 빈 공간에 스티로폼이 채워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만들어진 보의 내부구조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사를 진행한 대림건설이나 발주·운영기관인 수자원공사(수공) 측은 이런 중공(中空) 구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했으나 4대강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시민단체에서는 “수압을 버텨야 할 보를 속이 빈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자리잡은 강정고령보.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상훈 선임기자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금호강과 낙동강 합류지점 바로 윗부분에 위치한 강정고령보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전국 16개 보 중 가장 큰 규모다. 전체 길이는 953.5m이며 저수용량도 1억770만㎥로 16개 보 중 가장 많다. 보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물을 막고 있는 고정보와 수문이 설치된 가동보다. 두 개의 수문이 설치된 가동보는 총 3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기둥들이 모두 속이 빈 형태로 설계되어 있고, 물속에 잠겨 있는 기둥 하단부의 일부는 시공상의 이유로 스티로폼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은 ‘스티로폼 매몰’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을 접촉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스티로폼 매몰공사가 이뤄진 것은 지난 2010년 5월 중순쯤. 두 개의 작업팀이 보의 빈 내부공간에 맞춰 열선(熱線)으로 스티로폼을 재단해 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제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작업은 주간에서 야간, 그리고 다시 주간으로 이어지며 강행되었다. 기초에 해당하는 약 2.5m의 하단부는 통으로 콘크리트를 매설했고, 그 위에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 가동보 기둥을 올리는 식이었다.

기계실 밑의 공간을 비워놓고 거기에 스티로폼을 재단해 넣은 뒤 다시 콘크리트 슬라브를 쳤다. 주야간에 걸친 스티로폼 재단 및 매설공사의 작업인력은 한 조에 6~7명이었으며, 24시간 풀타임으로 작업하는 경우 3일치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받았다. 

수자원공사 측의 해명자료 중 스티로폼 블록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하는 설명도. 수공 측은 2번 기둥 아래 상류측 하단부 빈 공간에만 스티로폼이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단면도 중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 그러나 당시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1번과 3번 기둥 아래에도 스티로폼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자재현황]과 [시공현황]은 당시 찍은 사진이다. |수자원공사 제공

보 하단부, 비워놓도록 설계한 이유는 

강정고령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 낙동강중부물관리센터 측은 <주간경향>이 실시설계도면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까지 스티로폼 매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현재 낙동강중부물관리센터 근무인력은 대부분 올해 1월 신규 배치됐다. 공사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책임자는 현재 태국에 파견근무 나가 있다. 스티로폼이 매몰된 가동보는 두 차례 진행되었던 감사원 감사나 지난해 5월 시설안전공단이 실시한 ‘긴급안전점검’의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보의 하단부는 현재 매몰된 상태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내부를 점검할 방법은 없다. 

제보자는 공사현장에서 속도전을 하다 보니 공정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스티로폼 절단과 열선을 잘 다루는 사람을 현지에서 수배해 모집했다. 건설사나 하청업체 직원들이 퇴근한 뒤 밤 11시에나 시작하는데, 새벽이 되면 이게 제대로 맞춰지겠는가? 대충 대충 잘라서 넣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을 하는데, 그러면 스티로폼이 동동 뜬다. 그러면 발로 밟아 넣고 다시 위에다 치고….” 

보 하단에 매립된 스티로폼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스티로폼을 9개씩 크레인에 달아 보에 운반했던 또 다른 작업자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가 밤낮으로 집어넣었던 것만 하더라도 대형버스 3대 크기 정도의 분량”이라고 말했다. 

보 건설에 스티로폼을 쓴 이유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한 것이다. 대림건설과 수자원공사 측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음은 대림건설 측의 해명. “보의 기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쪽에 거푸집을 만들고 천장을 받치는 ‘동바리’를 대는 등의 가(假)시설이 필요한데, 기둥 안에 그것을 설치할 만한 공간이 안 나왔다. 그래서 스티로폼을 사용해 거푸집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EPS(Expanded Poly-styrol) 블록을 사용하는 것으로 건축현장에서는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대림건설과 수자원공사 측의 해명에 따르면 원래 처음부터 비어 있도록 설계되어 이었고, 매립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공간을 만들기 위한 가시설을 따로 긁어낼 필요가 없어 하중 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티로폼을 사용해 거푸집을 대신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공 측이 제시한 스티로폼 시공 사진. 사진 속 시공부에는 스티로폼과 철근 사이에 내부 거푸집이 있는 형태다. 그러나 제보자들은 스티로폼과 철근 사이가 비어 있는 형태로 시공된 부분도 있다고 주장한다. |수자원공사 제공

속도전 때문에 스티로폼 사용? 

보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도 다른 공사현장, 이를테면 아파트 공사현장 등에서 EPS 블록을 활용하는 공법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하중의 힘으로 수압을 버터야 하는 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 공법이 생경했던 것은 당시 관리·감독을 맡았던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소장을 맡았던 인사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당시 대림건설에서는 외국에서 그런 공법을 사용했다고 했다”며 “낮이고 밤이고 관계 있는 사람들이 나와 지시를 했지, 우리가 임의로 결정해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초 제보자는 공사 진행과정에 무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쪽 일로 밥을 먹고 산 지 수십년이지만 그런 공사는 처음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설계도면이 바뀌고, 공사가 먼저 진행되고 시공도면이 나중에 나오는 일까지 있었다.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철근에 피복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또한 대충 대충해 콘크리트 피복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만약 물이 스며들게 되면 스티로폼 쪽에 노출되어 있는 철근이 녹슬 가능성이 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쉬쉬하고 감출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일 아닌가.” 

그는 관련해서 청문회가 열려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불러낸다면 자신이 경험한 사실대로 밝힐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내가 아는 한 세계 어디에도 보에 빈 공간을 만들어 설계를 하고 스티로폼을 거푸집 대용으로 사용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차라리 고정보를 그렇게 만들었다면 이해가 되는데, 수문을 여닫는 가동보 구조물의 한가운데를 빈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부력(浮力)인데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도 안이 비어 있으면 수위가 내려가 노출되었을 때는 위에서 내려오는 힘을 받지만, 물속에 잠기면 뜨는 힘으로 바뀌기 때문에 눌렸다가 잡아당겼다가 하는 일이 반복된다. 여기에 다시 스티로폼이 그 부력을 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큰 댐의 경우 ‘감사랑’이라고 해서 물이 새는지 여부를 모니터할 수 있는 공간을 내부에 마련하지만 이번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 구조물은 감사랑을 따로 만들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속이) 비도록 설계할 이유가 없다”며 “설계도면과 함께 구조계산서를 만들도록 되어 있는데, 구조계산서를 확보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성을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구 서울산업대 건설공학부 교수는 “보의 하단 부분이 비어 있다지만 이미 설계단계에서부터 구조물 자체의 위험성은 없도록 설계했을 것이고, 이를테면 부력의 문제도 그런 현상을 막기 위해 강의 상류에서 하류까지 보를 길게 뽑는 형태로 설계가 된 것일 것”이라며 “추운 겨울 보 내부가 얼었다가 봄이 되어 풀리는 일이 반복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내부의 스티로폼이 팽창열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간경향>은 정보공개를 통해 강정고령보의 ‘가동보 실시설계도면’를 입수해 전문가에 검토를 의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조전문가는 “도면을 검토해보면 원래부터 비어 있게 설계된 것이 맞고, 특히 하중이 가중되는 수문 부분 밑은 통으로 메우고 강도가 높은 철근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에 보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수공 “소양강댐에도 전례 있는 공법” 

제보자 측의 주장에 대해 수공은 “현장 근로자는 전체 공정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해’에 기반해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고, 또 감독이나 감리를 맡은 사람의 얼굴을 모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전체 공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부분적인 단면만 보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수공 측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스티로폼 매설공사 현장 사진 등을 공개하며 “이미 소양강댐 비상여수로 등에서 수문기둥을 중공(中空) 즉, 가운데가 비어 있는 형태로 시공한 사례가 있다”며 “영산강 죽산보의 경우도 수문공간을 제외한 상·하류 중앙부 부분이 빈 상태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설계단계에서 구조상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간을 비워놓거나 스티로폼을 채우는 것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수공은 구조계산서 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 공개 문제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이 사안을 다룰 전문가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언제든지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철재 환경연합 정책위원은 “수공 측이 이번에 실시설계도를 공개했지만 이렇게 자료를 내놓는 것 자체도 처음 있는 일”이라며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당시 여러 차례 자료를 요구했지만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 사업 감시단의 현장 접근 자체를 봉쇄하고 심지어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도 거부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을 비롯해 4대강 사업 저지운동을 벌여왔던 측에서 1년 전부터 강정고령보가 비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관련 계측장비를 들고 현장을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이 나와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기둥이 비어 있다는 소양강댐 사례와 관련, 박창근 교수는 “소양강댐 여수로는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수공 측의 해명을 반박했다. 박 교수는 “보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오늘 아니면 내일 무너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적 결함 때문에 유지·관리를 명목으로 하는 지속적인 보수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실제 강정보 완공 뒤 보 하류 부분에 대한 보완공사를 시행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재 위원은 “이번 문제제기는 보 건설과정에 대한 최초의 내부 증언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무조건 ‘문제 없다’고 강변하며 소통을 피해왔던 태도를 바꿔 앞으로 검증에 성실히 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보의 구조물이 실제 안전성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금 상태에서 확인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파’를 통한 비파괴검사 장비를 활용하면 현재 물속에 잠긴 하단부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수공 측에서 “수공 측 입회 아래 관련 장비를 사용해 검사하는 것을 허락할 용의가 있다”고 한 만큼 실제 측정이 이뤄지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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