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권영길은 종북"... 또다른 국정원 정치개입 정황
진선미 의원, '반값등록금' 정국 개입 의혹 문건 추가 공개
13.05.19 14:55 l 최종 업데이트 13.05.19 14:55 l 김시연(staright)
▲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정보원의 내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이 폭로된데 이어, 이번엔 지난 2011년 반값등록금 정국에도 개입하려 했던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당시 보수단체의 야당 반값등록금 반박과 국정원의 주장이 일치해 관심을 끈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19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문건'과 함께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동영-권영길 문건'을 추가 공개했다.
"거짓 선동-이율배반적 처신"... 야당 정치인 겨냥 심리전 주문
국정원 국익전략실로 추정되는 'B실 사회팀 6급 직원' 조아무개씨가 지난 2011년 6월 1일 작성한 '좌파(左派)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란 제목의 한 쪽짜리 문건으로, 당시 야권의 반값등록금 공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문건에는 "야당 좌파 진영에서는 당·정이 협의하여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키로 했음에도 '등록금 인상=정부책임' 구도 부각에 혈안이 되어있다"면서 "이들의 정부책임론 주장은 지난 과오를 망각한 비열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등록금을 물가상승률 대비 4~5배 인상했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물가상승률 내로 안정시켰고, 2007년에 비해 국가장학사업 규모가 6배 이상 증액되었는데도 '저소득층 장학사업 축소'라며 거짓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을 '종북좌파인사'로 규정하고, "이들이 겉으로는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면서 자녀들은 해외에 고액 등록금을 들여 유학 보내는 등 이율배반적 처신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이 문건은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를 홍보자료로 작성,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시에 직원 교육자료로도 게재"란 대응 방안까지 제시했다.
실제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점에 보수단체와 보수 인터넷매체에서 권영길·정동영 의원 등을 집중 겨냥해 반값등록금 주장 허구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 보수 인터넷매체인 <라이트뉴스>는 2011년 6월 10일 보수단체들의 반값등록금 촛불 시위 비판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 라이트뉴스
라이트코리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2011년 6월 10일 광화문에서 반값 등록금 시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수 매체인 <라이트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대학 등록금이 김대중 정부 때 24%, 노무현 정부 때 34.9%가 인상되었고 이명박 정부 때 8.9% 인상에 그쳤다"고 전 정권 책임론을 강조하는 한편 "무상등록금을 주장하는 의원들(정동영, 권영길 등)의 경우 자신들의 자녀는 고액등록금을 들여 외국에 유학을 보내면서 마치 서민 입장을 대변하는 척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립신문> 등 보수매체 역시 6월 9일 보수단체 인사 발언을 인용해 "정동영 의원은 자신의 자녀를 수만 달러씩 드는 미국의 사립기숙학교에 조기유학시킨 장본인"이라며 "정동영의 '무상 등록금' 주장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박원순 문건' 이어 국정원 작성 추정... 직원 실명도 등장
이 문건은 진선미 의원이 지난 15일 공개한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란 문건과 함께 배달된 것이다. 진 의원은 "이번 문건에도 박원순 문건과 동일한 조직 고유번호(2-1)가 기재되어 있어 앞서 공개된 문건 역시 국익전략실 사회팀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문건 상단에는 작성자의 실명과 연락처가, 하단에는 사회팀 팀장 추아무개씨, 4급 함아무개씨등 보고라인으로 추정되는 직원들 직급과 실명, 고유번호까지 기록돼 있다.
진선미 의원은 "이들 직원들은 2011년 당시 모두 실제 국정원 직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앞서 공개한 문건과 이 문건이 국정원 문건이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정원은 '박원순 문건'에 대해 "문서고와 전산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며 자신들이 작성하지 않은 문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는 당연한 국민적 요구까지도 종북·좌파의 허울을 씌워 심리전의 대상으로 삼아 국민 여론을 MB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겠다는 의도가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면서 "원세훈 원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국익전략실이 정치적 현안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심리전과 사찰·공작을 광범위하게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 의원은 해당 문건에서 '심리전 활용'을 언급한 점을 들어 "국정원 댓글 사건이 단순히 심리정보국 차원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검찰 수사 범위 확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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