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711080237368


[저리톡] 팩트체크라는 이름의 편견..'을의 전쟁' 팔아먹는 언론

한승연 입력 2020.07.11. 08:02 



쏟아지는 팩트체크 기사들...액수 제각각인 연봉 보도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우리 사회를 한바탕 뒤흔들었습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언론 보도들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지난달 23일 뉴스1 <"'알바 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공항 정규직 전환, 힘빠지는 취준생">이라는 기사가 발단이 됐습니다.


익명의 오픈 채팅방을 인용한 보도로 사실 확인이 전혀 안 된 기사였지만 J가 확인했더니 30여 개 기사들이 검증 없이 이 기사를 받아썼습니다. 이후 인천공항공사 측의 해명이 나오자 팩트체크를 제목에 붙인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팩트체크를 했다는 기사들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J는 팩트체크 기사들을 다시 팩트체크해봤습니다.


먼저 보안검색요원의 연봉이 얼마인지 기사마다 액수가 제각각이었습니다. J가 확인해보니 보안검색요원들의 평균연봉은 3,850만 원이었고 이것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된 액수입니다. 청와대도 이들의 연봉은 3,800만 원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태경 의원은 연봉은 4,300만 원+알파라며 정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차이는 연봉에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인데 보통 기업들은 연봉에 복리후생비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통상임금 산정 금액이 높아지고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각종 수당의 책정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봉에 복리후생비를 포함해서 연봉이 4,300만 원+알파라고 주장한 하태경 의원의 주장이 오히려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때문에 신규채용 규모 줄어든다?


보안검색요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기 때문에 대졸 신입을 덜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팩트체크 보도들도 사실과 다릅니다. 서울신문은 6월 23일 <[팩트체크]“알바로 들어와 연봉 5000만 원?"…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후폭풍> 기사에서 "정규직 전환으로 정원이 늘면 인건비 부담이 늘기 때문에 지금보다 대졸 신입을 덜 뽑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이후 인천공항공사의 신규채용 규모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해왔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보면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2015년 66.75명, 2016년 77.75명에서 2018년 131명, 2019년 149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과 2019년엔 정규직 전환이 시작되기 전인 2015년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이에 대해 이번 회에 패널로 참여한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신규 채용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더니 그 뒤에 신규 채용이 줄었다는 것은 그냥 순차적으로 진행이 된 사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일보는 7월 1일 <[단독] 4년간 4,800명 정규직 전환 인천공항, 올해 신규채용은 1명뿐>이라는 기사에서 "인천공항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은 2018년 131명, 작년 149명에 이어 올해 1분기 1명에 그치면서 '채용 절벽' 상황을 맞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에 확인해보니 1명은 개방형 관리직을 채용한다는 것이고 조선일보 보도 한 달 전인 5월 29일에 이미 정규직 7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인천공사 측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이같은 내용도 다 설명을 했지만, 기사가 1명 채용뿐이라고 나가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팩트체크를 한다면서 불필요한 정보를 덧붙여서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6월 25일 <[팩트 체크] 인천공항 보안검색원,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 임금체계 달라> 기사에서 "보안검색원 학력은 고졸 22%, 전문대 40%, 대졸 37% 정도다."라고 학력을 언급했고 경향신문 역시 6월 29일 <로또취업이라고요?..."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은 속이 터집니다"> 기사에서 보안검색요원의 75%가 4년제 대졸자라고 언급했습니다.


확인을 해보니 전문대 졸업자와 4년제 대졸자를 합쳐서 75% 정도인 것은 맞지만, 경향신문의 4년제 대졸자가 75%라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러한 학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들입니다.


'로또취업'에 분노하는 청년들 VS '청년팔이'하지 말라는 청년들


청년들의 의견은 크게 갈리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내 청년 문제 해결 모임인 <요즘 것들 연구소>는 6월 29일 '로또취업 성토대회'를 열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공기업 취업준비생은 "한 개인이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노력만큼 보상을 받고 이에 따른 소득 격차를 인정하는 게 건강한 사회의 표본이다."라고 발언했고 대학생 한정현 씨는 "이 사회에는 차별이 존재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것은 차별과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J와 인터뷰한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친구들이나 조합원이랑 이야기할 때는 정규직화는 당연한 거 아니냐. 그 사람들이 고용 불안정에 있었는데 그렇게 안정화된 거는 정말 잘 된 일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면서 "일을 하고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규직이 된 건데 이것을 로또라고 표현한 것은 정말 청년팔이가 아닐 수 없다." 또 "기성세대가, 언론이 좀 더 논란화하기 위해서 혹은 정치 세력화하기 위해서 청년을 갖다 써먹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로또취업'이라는 말을 만들어 '청년팔이' 비판을 받는 하태경 의원을 J가 찾아가 만나봤습니다. 이달 7일 미래통합당 공정채용 TF 의원들이 인천공항공사 현장조사에 나선 때였습니다. 일부에서 청년팔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하 의원은 "우리가 대한민국 청년들을 대변해야지 누굴 대변하겠냐"라면서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년을 대변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체 청년이 아닌 일부 취업준비생 입장만 대변한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대통령은 100% 국민을 대변하나? 원칙적으로 틀린 말이다, 그건 전체주의 사회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원 100여 명은 TF 의원들이 현장조사를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나오는 의원들에게 환호하며 특히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8회는 [팩트체크라는 이름의 편견, '을의 전쟁' 팔아먹는 언론]이라는 주제로 오는 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한승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한승연 기자 (hanspond@kbs.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