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1일째..."박 대통령은 메이드 인 국정원"
[현장] 직장인·학생·시민 400여 명 참가
13.07.01 21:37 l 최종 업데이트 13.07.02 10:15 l 권우성(kws21) 강민수(cominsoo) 심명진(chlrhaudwls)
▲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학생·시민 촛불문화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부근 동아일보사앞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학생·시민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여야가 45일간 국정조사를 열기로 합의한 1일, 폭염 속에서도 시민들의 촛불은 계속해서 불타올랐다. 지난 21일 이후 11일째 이어진 촛불집회가 이날 오후 7시 10분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렸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 연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400여 명(경찰추산 300여 명)의 시민과 대학생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농촌봉사활동(농활)을 끝내고 돌아온 대학생들과 퇴근길에 참가한 직장인들, 아이를 안고 온 주부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원세훈 구속수사', 'MADE IN 국정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라'라고 적힌 노란색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광화문 네거리 언론사 향해 "국민의 무서운 힘 보여주자"
집회 자유발언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축소 보도하는 방송사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김샘(22)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회장은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는데도 TV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연예인 결혼식만 나오는 등 국민들이 알아야할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다 뒤가 구려서 그런 거 아니겠냐"며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를 맡은 이정민(22) 숙명여대 문과대학생회장이 "광화문 네거리를 차지하는 언론사들은 단 한 줄의 제대로 된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며 "이 앞에 마주 선 언론사가 잘 들릴 수 있게 함성 지르자"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소리쳤다.
13학번 새내기들도 마이크를 들었다. 정보경(20·서강대 사회과학부)씨는 "SNS에서 촛불집회가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의 줄인말)들만의 과잉반응이라는 글을 봤다"면서 "그들에게 묻고 싶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것에 분노하는 것을 과민반응으로 치부한다면 우리가 어떤 사건에 대해 촛불을 들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활을 다녀온 이예진(20·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씨는 "농활하면서도 계속 촛불을 생각했는데, 다녀 온 이후에도 촛불이 켜져 있어서 뿌듯하다"며 "이화여대도 앞으로 꾸준히 촛불을 켜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학생·시민 촛불문화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부근 동아일보사앞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학생·시민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아이 안고 온 주부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 만들어줄 기회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정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집회에 나온 김은주(37·서울 강북구)씨는 "새누리당이 노 대통령의 NLL 발언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두 아이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수정(21·서울 성북구)씨도 "회의록에 NLL 포기 발언이 있다는 것은 억지"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만행을 덮기 위해 끄집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는 퇴근길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김도연(25·경기도)씨는 "나의 첫 대통령 선거에서 뽑힌 사람이 부정부패로 찌든 사람이 됐다"며 "국민들이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데, 얼마나 철면피를 깔았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정말 부끄럽지도 않을까"라며 "내일부터는 친구들도 데리고 올 것이다, 삼삼오오 모여 들불로 만들자"고 말했다.
윤민수(51)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83학번으로 열심히 민주주의 국가를 위해 싸웠는데 이게 부정되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편, 촛불집회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212개 진보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비상시국회의는 이번 주말께 광화문에서 집중 촛불문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7월초부터 계속될 장마 앞에 촛불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학생·시민 촛불문화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부근 동아일보사앞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학생·시민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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