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대강 사업 부채 8조원, ‘폭탄 돌리기’ 안된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 입력 2013-07-02 13:50:34 l 수정 2013-07-02 14:17:24 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처음 MB정부에서 제시할 때, 최대의 쟁점이 되었던 것은 사업의 경제성 문제였다. 당시 사업에 찬성했던 전문가들은 사업시 발생하는 하부골재(모래, 자갈)를 채취한 것을 판매하여 8조원을 충당하는 등 충분한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 논란은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중단되면서 검증되지 못하고 끝이 났다. 

한반도대운하가 국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4대강 사업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수자원확보와 홍수예방을 위한 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경제적 측면에서의 타당성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충분한 토론조차 할 새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결과로 4대강 사업 이후에 남은 것이 국가 전체의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다.

지금은 그 목소리가 줄어들었지만 4대강 사업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났으니 이제는 지천사업을 해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에 버금가는 예산이 소요되는 POST-4대강 사업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자연이나 주민들이 관리하던 하천을 정비한다면서 4대강 전체를 인공화한 하천으로 만들고, 공원화해 이제는 매년 막대한 유지관리비가 투입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상황실을 방문, 관계자들로 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상황실을 방문, 관계자들로 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우량공기업 수공, 8조원 부채에 매년 이자만 수천억으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고 하천관리비용을 분담하라고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벌인 사업이니 중앙정부가 책임지라고 반발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4대강 사업과 아라뱃길 사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안게 된 8조원이 넘는 부채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7년 부채비율이 16%밖에 안 되는 우량공기업이었는데, 2011년 말에 126%로 높아졌다. 매년 이자만 수천억원에 달해, 2010년 이후 3년 동안 정부가 갚아준 이자만 7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부채 문제는 그동안 국정감사와 국회토론회 등을 통해서 여러 번 지적이 되었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정치권도 전문가들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MB 정부의 구상은 어떻든 공식적으로는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 부채를 스스로 지게 되었으니,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친수구역의 개발이다. 그러나 지금 친수구역개발을 통해서 4대강 부채를 갚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정부 내에도, 한국수자원공사 내부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스스로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수익성 있는 다른 사업들에서 번 돈이나 기존 자산을 정리해서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다. 알짜배기 사업인 댐사업과 수도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물론 물값을 올리면 어느 정도 수익이 확보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물값을 올리는데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설사 물값을 올려서 수익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4대강 사업을 부채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댐 원수와 광역상수도 물의 요금이 인상될 경우 수도사업 전체에 상당한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댐원수와 광역상수도의 요금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수자원공사의 갈등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데 요금이 계속 인상될 경우, 수리권 갈등과 물값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댐원수 사용료와 광역상수도 요금이 오르면 지방자치단체들은 댐원수와 광역상수도 수입량을 줄이고, 자체적인 지방의 수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광역상수도의 가동률은 떨어질 것이고, 과거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중복투자 문제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물값의 인상은 장기적으로 한국수자원공사의 물판매량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수공의 입장에서도 썩 좋은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수공의 부채 문제, ‘폭탄 돌리기’ 우려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수공이 부채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악화를 유발하게 할 수 있다. 부채가 많은 민간 기업들이 부채의 수렁에 빠지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빚을 갚기 위해 더 빚을 끌어들여 무리한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금 수공이 친수구역사업, 해외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지속적인 부채의 압박 속에서 충분하게 검토되지 못하고 서두르게 될 경우 그러한 부채의 덫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능한 또 하나의 방법은 폭탄돌리기이다. 현재의 문제를 적당히 관리하면서 임기를 끝내고 다음 경영진, 다음 정부로 문제를 넘기는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될 가능성이 제일 크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가 어떤 기관인가? 우리국민 전체가 먹는 물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이다. 흥하든 망하든 알아서 책임지도록 그냥 두어도 될 그런 민간기업이 아니다. 

수공이 부채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과 정책담당자들 중에는 결국은 수공의 부채문제를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형식적으로는 자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정부가 사업을 맡긴 것이기 때문에, 책임도 정부가 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정부에서 4대강 사업으로 수공이 진 부채의 이자를 갚아주는 것도 이러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친수구역 사업논란이나 물값 인상 논란으로 문제를 더 키우지 말고, 정부가 시작한 것이니 정부가 정리해주면 깨끗하게 해결될 것 아니냐는 단순하고 분명한 주장이다. 이러한 논의들을 정리하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도록 내부 의사결정을 주도한 일부경영진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정부예산으로 4대강 사업의 부채를 해결하자는 방안이며 이는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고 있지만 아마도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교통부가 가장 바라는 방향일 수 있다. 

최근 시민단체가 주도한 좌담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다시는 4대강사업과 같은 사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수공의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대신에 부채를 정부가 해결해 주는 것이 차선책이라는 것이다. 수공의 구조개편이라는 것은 댐사업과 광역상수도 사업을 다른 사업으로부터 분리시켜서 다른 사업으로 인해 안게 되는 부채 때문에 국민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사업을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다. 

무엇보다 첫 번째는 4대강 사업으로 안게 된 공기업의 부채까지 해결해 줄 만큼 나라살림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부채가 많은 공기업이 하나둘이 아닌데, 수공의 부채만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공의 부채만 정부정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고, 다른 공기업들이 지고 있는 부채들도 대부분 정부의 정책 때문에 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정부 내에서도 이러한 방안을 합의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강정고령보 보수공사
강정고령보 보수공사
2012년 12월 5일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강정고령보 현장ⓒ대구환경운동연합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최선

수공이 스스로 해결하기도, 정부가 떠안기도 쉽지 않은 4대강 사업의 빚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일까? 물론 전문가들의 연구나 조사를 거쳐서 여러 가지 제3의 대안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필자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이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문제를 공론화하여 국민들의 지혜를 모으고, 공감을 얻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시간이 좀 더 걸리고, 각자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차선이 될 수 있겠지만, 모두를 위해서는 최선의 대안이다. 4대강 사업에서 유일하게 찬반의 대립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문제’가 그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빚 문제는 어떤 대안이든 결국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국민들이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추진이 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국민들이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4대강 사업의 조사평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그동안 여러 번 공언해 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약속에 은연 중 기대를 해왔다. 그러나 당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위원회 구성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기대를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지금 정부 동안 운이 좋게 홍수나 가뭄으로 큰 피해가 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국정 현안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폭발하지 않을 정도로 관리된 채로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빚더미의 악순환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여서 지혜를 모아야할 때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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