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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 들었어요” 시민들, 13일째 ‘국정원 규탄’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입력 : 2013-07-03 22:17:30ㅣ수정 : 2013-07-03 22:57:53

정부가 진실 가리는 데 급급… 쇠고기 수입 당시와 같아
직접적 삶의 문제 아니지만 민주주의·인권 후퇴 두려워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장마와 폭염 속에서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당시 참여했던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왜 다시 거리로 나왔을까. 시민들은 “이번에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3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는 대학생과 시민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13일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는 지난달 21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평일에는 200~300명, 주말에는 1000여명이 꼬박꼬박 참석한다. 지난달 28일에는 최대 규모인 3000여명이 모였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그간의 촛불집회는 의식주 등 직접적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한 반발이었지만 이번에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회사원 손승한씨(39)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촛불집회에는 ‘내 먹을거리가 위협당한다’는 생각에 나왔었는데, 지금은 민주주의가 198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인권도 파괴된다. 강자에게 약자가 억압받는 사회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두렵다”고 덧붙였다.

손에서 손으로 켜지는 촛불 3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온 어린이가 촛불을 켜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석했었다는 대학생 김보람씨(20)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반값 등록금처럼 내 삶과 밀접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창피하다”며 “민주주의 정착에 큰 역할을 했던 대학생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국정원에 도둑맞았다”며 분노하는 시민들도 있다. 회사원 김장원씨(51)는 “국정원의 선거 방해 행위로 국민들의 소중한 투표권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항의했던 2008년보다 더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당시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정보를 숨긴 것처럼 이번에도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데만 급급해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모씨(19)는 “중학생이었던 2008년에도 정부가 저항하는 국민들에게 해명을 하지 않았었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연구원 임경숙씨(46)는 “그동안 여러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이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한 적이 없다. 이번 국정조사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는 촛불집회가 시민 수십만명이 매일 모였던 2008년 촛불집회 때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박민지씨(23)는 “고등학생이었던 2008년에는 함께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감동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너무 적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계속됐다. 성공회대 교수 48명은 성명을 발표하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여야 간의 다른 정쟁사안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국기문란행위이며 1987년 이후 확립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행위”라고 말했다. 감리교신학대 교수 14명도 성명에서 “국가권력의 독단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됐던 ‘유신공포 독재정치’로의 회귀 가능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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