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시위대 향해 경찰 무차별 물대포…낚아채듯 연행
[하니Only] 허재현 기자  등록 : 20111122 22:10 | 수정 : 20111122 23:48

[2보] 저녁 11시 
명동성당앞 해산 집회…내일 저녁 7시 대한문 촛불집회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는 시민, 학생, 노동자들이 22일 밤 서울 중구 명동 남대문세무서 앞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서자 팔짱을 낀 채 버티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경찰은 10시께 다시 물대포를 시민들에게 직접 분사하며 위협을 가했다. 물대포는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직선으로 시민들의 맨몸을 공격했다. 경찰은 물대포로 공격하면서 간간이 시민들 연행을 시도했다.

경찰의 공세에 시민들은 명동성당 들머리 인도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도로를 점거했던 시민 3000여명은 줄어들지 않았다. 시민들은 “이명박 퇴진, FTA 비준 무효”을 외치며 여전히 경찰과 맞섰다. 시위는 주로 30~40대 직장인들과 대학생 등이 주도했다. 시민들 사이에는 젊은 여성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트위터나 뉴스를 보고 명동으로 달려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직장인 윤아무개(47)씨는 “퇴근해 집에 왔다가 뉴스를 보고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아 뛰쳐나왔다“며 “한-미 FTA는 미국과 한국의 1% 재벌만을 위한 것이다.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 사이에 낀 인권운동가인 임태훈(37)씨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한나라당에 불리해지니까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오늘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날치기를 주도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FTA 협정문을 들여다 보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씨는 “앞으로 우리 사회는 공공 시스템이 붕괴되고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이런 중대한 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은 역사에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경찰과 한 차례 격렬한 충돌 뒤 명동성당으로 들머리로 말려나와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FTA 저지 범국본)는 스피커를 단 봉고차를 앞세우고 시민들 앞에서 진행을 도왔다. 경찰은 시민들 앞에 저지선을 치고 지켜봤다.

자유발언에 나선 고교생 김용일(19)군은 “FTA 통과된 시간이 라면 끓이는 시간보다 짧았다”며 “국민이 라면보다 못하다는 말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김군은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지만 우리는 살아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 물러나고 FTA 비준 철회할 때까지 쫄지말고 싸우자. 씨바”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자유발언 뒤 정리집회를 갖고 11시께 경찰과 별다른 충돌없이 해산했다. 그러나 앞서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9명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됐다.

시민들은 자유발언 뒤 정리집회를 갖고 11시께 경찰과 별다른 충돌없이 해산했다. 그러나 앞서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9명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됐다. 한편, FTA 저지 범국본은 “내일 저녁 7시 대한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재현 기자 조소영 피디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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