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들 가두시위..."한나라당 해체하라"
[현장] 시민 5천여명 거리 진출...경찰 물대포 쏘고 무차별 연행
정혜규 조한일 기자 김대현 수습기자 입력 2011-11-22 17:06:45 l 수정 2011-11-23 01:28:47

[종합] 시민 분노 폭발...범국본도 놀란 시위 대열, 24일 저녁 집회 규모 커질 듯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일각에서는 한미FTA 비준안이 처리되고 나면 반대여론도 잠잠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22일 '날치기'를 지켜본 국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국민들의 분노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으로 정확히 향했다.

국민의 분노는 가두시위 참가자수로 확인됐다. 오후 8시30분, 명동 눈스퀘어 앞 도로에서 한 명의 구호로 시작된 시위는 오후 명동성당을 지나 을지로 2가 방향으로 행진할 즈음 5천여명으로 늘어났다. 집회가 끝나던 오후 11시에도 1천여명이 명동 거리를 지켰다.

이날 시위에는 촛불집회 한 번 나가보지 않았던 시민들도 대거 참여했다. 트위터나 뉴스를 통해 한나라당의 날치기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이 주저없이 거리에 나선 것. 이날 처음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김범진(26)씨는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의 권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시위 대열이 급격히 늘어난 데에는 시위 소식을 몰랐던 시민들이 명동 거리에서 시위 장면을 보고 합류한 것도 한 몫 했다. 시위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참가자들이 명동에서 맞닥뜨린 것은 물대포와 경찰의 연행이었지만 "한미FTA 폐기하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등을 외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금껏 '가두시위'를 경험조차 해보지 않았던 시민들에게 경찰은 물대포와 연행작전으로 대응했다. 놀랄 법도 했지만, 시민들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밤 11시가 되도록 1천여명이 시위 현장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날 끝까지 가두시위에 참여한 조익진(26)씨는 "오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며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비준안 날치기에 실망해서 돌아가길 바랐을 것이나 오히려 이날 시위를 통해 한미FTA 발효를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뿐 아니라 부산, 창원, 수원 등 전국 곳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경남도당 사무실은 문이 뜯기고 현판이 부서지기도 했으며 부산에서도 400여명의 시민들이 집회를 열었다.

들끓는 민심을 확인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끝장 투쟁을 예고했다. 그 첫번째로 범국본은 23일 오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한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드디어 싸움에 불이 붙었다. 한미FTA 날치기로 국민들의 목소리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었다"며 "오늘 집회는 국민이 한나라당에 대해 사망선고를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에 맞서 야당, 국민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시위 참가자들은 23일 오후 7시 대한문 앞 집회를 약속했다. 참가자들은 "내일 투쟁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3일 집회는 이미 예고된 대로 '나는꼼수다' 출연진이 함께 할 예정인데다 시민사회 단체, 정당, 국회의원들이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성당 앞 시민들
명동성당 입구에 모인 시민들이 한나라당의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통과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시민들 "김선동 의원 응원한다...나도 수류탄 던지고 싶은 심정

22일 오후 4시 40분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FTA를 단독으로 처리하자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을지로 입구로 몰려 나왔다.

이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를 표하며, 최루탄 가루를 뿌리면서까지 한나라당의원들의 단독처리를 막으려고 한 김선동의원에 대한지지 의사를 밝혔다.

권성환(39)씨는 “날치기 처리는 매국행위이기 때문에 최루탄은 부족하고 마음 같아서는 도시락 폭탄을 던졌으면 했다”며 “김선동 의원의 행동은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지극히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수당임을 앞세워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날치기 한 것 자체가 폭력이다”며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은 정당방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최모(22)씨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날치기 하는 동안 어떠한 저지의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반면 김선동 의원은 시민의 입장을 이번 최루탄 사건을 통해 보여줬다”고 밝혔다.

회사원인 이모(29)씨도 “최루탄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도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비록 날치기를 막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날치기 소식을 듣고 분노해 집에서 뛰쳐나왔다는 이정윤(36)씨는 “여기 나온 사람들 모두 분노해서 여기 나온 것이다”며 “상황이 상황인만큼 김선동 의원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오모(20)씨는 “한미FTA에 대해선 소극적인 보도만 했던 언론들이 김선동 의원에 대해서는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뜻을 대변해 한미FTA를 막으려고 한 행동을 폄하하는 언론이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김선동 의원처럼 국민들을 위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의원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김대현 수습기자


[9신] 11시 10분 시위 종료...시민들 "내일 7시 대한문에서 다시"

오후 11시 10분을 기해 한미FTA '날치기' 규탄 시위는 마무리됐다. 총 8번의 물대포 살수가 있었음에도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명동성당 입구에 모여 정리집회를 가졌다. 

민주노총 정희성 부위원장은 "오늘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이 파괴되는 날이다"라며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통과시키면 촛불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더욱 타올랐다"고 밝혔다. 김민석(21)씨는 "도대체 말이 안되는 일이 오늘 벌어졌다"면서 "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고, 국회의원인가. 외국기업을 위한 조약을 우리 국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투쟁"이라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나서자"고 말했다.

장호종(37)씨는 "한나라당은 15년전 노동법 날치기보다 6분을 단축했다. 15년동안 날치기만 연습했나"면서 "복지를 하겠다는 박근혜도, 한나라당 쇄신파도 다 날치기에 참여했다. 이제 한나라당은 해체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오늘 한 일이 없다. 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의원총사퇴라도 하고 거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명동성당 앞 시민들
한미FTA 날치기 처리 규탄 가두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정리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강화도에서 온 고등학생도 있었다. 고3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한미FTA가 날치기 되는 모습을 보고 강화도에서 왔다"며 "우리는 이제 어른들 뒤에 숨지 않겠다. 다음 선거의 주인은 우리다. 대한민국의 진실을 알기 위해 더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3학생은 "미국을 그토록 좋아하는 분들이 민주공화국의 뜻은 알겠느냐"며 "공익을 위해 나서야 하는 공당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한미FTA를 통과시키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참가자들은 이날 시위를 정리하면서 '내일'을 기약했다. 참가자들은 "내일 7시 대한문에서 촛불을 들자"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집회에는 나꼼수가 합류할 것이라고 전해지면서 참가자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범국본 관계자는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내일 투쟁도 시내 진출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 진압에 경찰은 3대의 물포를 동원해 3시간 동안 8번의 물포를 발사했으며, 19명의 시민을 연행했다.

명동성당 입구에 모인 시민들
22일 한나라당의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통과에 분노한 시민들이 명동 가두시위를 마친 뒤 명동성당 입구에서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