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사체 '둥둥'... 이 물을 마시렵니까?
[현장] 낙동강 합천보 상류에서 칠곡보까지 녹조 뒤덮여... "실태조사 시급"
13.07.30 10:32 l 최종 업데이트 13.07.30 10:32 l 조정훈(t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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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다림재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녹색 물감을 뿌린 듯 녹조가 강물위에 가득 찼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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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녹색으로 변한 낙동강물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이런 모습은 생전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낙동강 달성보 하류에 위치한 고령군 개진면에서 바라본 낙동강물. ⓒ 조정훈

낙동강물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었다. 30도가 넘는 땡볕 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낙동강 하류에서 시작된 녹조가 합천보에서 칠곡보 상류까지 올라왔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한 기업의 광고 카피처럼 낙동강은 '우리 강물 푸르게, 푸르게' 물들였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긴 지난 29일 찾은 낙동강은 썩은 비린내를 풍기며 녹조류가 뒤덮고 있었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강물은 멀리서 쳐다봐도 한 눈에 녹조가 심각해 보였다.

낙동강 뒤덮은 녹조류... "하수구 썩는 냄새 진동"

경북 고령군에서 수박농사를 하는 곽상수씨는 "얼마 전부터 합천보 상류에 온통 녹조가 뒤덮이기 시작했다"며 "물이 흐르지 않으니까 예년보다 빨리 녹조현상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도동서원을 찾은 김기운(53, 경남 창녕군 성산면)씨도 "낙동강에 보를 만들면서 물의 유속이 늦어져 이렇게 녹조가 창궐한 것 같다"며 "물에서 냄새도 나고 보기에 안 좋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구지면의 다림재에서 내려다본 낙동강도 온통 녹색이었다. 낙동강 달성보와 합천보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해에도 '녹조 라떼'라 불릴 만큼 녹조 현상이 가장 심했던 곳 중 하나다. 

방학을 맞아 낙동강 하류에서부터 자전거 트레킹 중이라는 김시현(15, 중3)군과 김주은(16, 고1)군은 "합천보에서부터 특히 녹조가 심했다"며 "하수가 썪는 것처럼 냄새가 진동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김시현군은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보를 만들면 물이 깨끗해진다고 했는데 온통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다"며 "물이 흐르도록 수문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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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보 하류인 경북 고령군 개진면 쪽에서 바라본 낙동강물. 녹조로 물밑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 조정훈

이날 이곳 상류에 위치한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칠곡보는 수문을 열지 않았다. 때문에 물의 흐름은 느려지고 녹조는 더 심해졌다. 평소 눈에 띄던 강가의 낚시꾼들도 녹조 발생 후에는 자취를 감췄다.

달성보에서 하류 쪽으로 약 7km 떨어진 경북 고령군 개진면 옥산리의 강물은 도동서원에 비해 녹조 농도가 훨씬 심했다. 원래부터 녹색이었던 것처럼 물 색깔은 온통 녹색이었다. 

"녹조 사체들이 둥둥"... 낙동강물은 원래 녹색이었나?

개진면에 위치한 낙동강 옥산수문 지점은 녹조가 뒤덮혀 물 속이 보이지 않았다. 수풀을 헤치고 들어간 강가에는 녹조류가 진흙에 묻어 찰떡처럼 끈적거렸다.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것처럼 비릿한 냄새가 났다.

이곳을 찾은 한 주민은 "이렇게 녹조가 심할 줄은 몰랐다"며 "'대박'이라는 표현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 강물은 강가의 잡초와 어우러져 온통 녹색을 띠고 있었다. 물속에 손을 집어넣자 녹조 알갱이들이 묻어 나왔다.

달성보 하류에는 녹조 사체들이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류 좌안 강가에는 녹조 사체들이 쓸려내려가다 뭉쳐져 바위 틈에서 구름처럼 뭉개뭉개 뭉쳐 있었다.

달성보를 찾은 주민들은 강가로 내려오지 않았다. 햇빛이 뜨거운 탓도 있지만 죽어서 색이 변한 녹조류가 떠다니는 모습을 구경할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가끔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달성보를 바라보는 게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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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보 하류에 떠내려가는 녹조 사체. 마치 그림을 그린 듯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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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달성보 하류 좌측. 녹조 사체가 마치 부유물처럼 엉겨붙어 있다. ⓒ 조정훈

달성보 상류에 위치한 강정고령보도 녹조류로 강물이 녹색을 띠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18일 찾았을 때보다 녹조류가 증가했다. 강정고령보 상류 죽곡취수장 쪽으로 난 자전거길 밑에는 녹조류가 떠내려갔다 떠밀려오면서 마치 바위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얼룩이 져 있었다.

흰색 종이를 물속에 넣었다 건져 올렸더니 금세 녹색으로 변했다. 손으로 뜬 강물은 녹색 물감 같았다. 강정고령보 상류에는 대구시민의 70%가 식수로 사용하는 죽곡취수장과 매곡취수장, 문산취수장이 있다.

대구시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었기 때문에 녹조류가 발생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녹조 현상을 목격한 시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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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의 자전거도로 밑 강물이 녹조로 온통 녹색을 띠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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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강정보 상류를 물들인 녹조. 흰 물티슈를 녹조가 낀 강물에 담가보았다. ⓒ 조정훈

쏘가리 잡던 낙동강물, 왜 이렇게 망가졌나... "실태조사 시급"

낙동강 녹조현상은 칠곡보까지 이어졌다. 칠곡보 상류에도 녹조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녔다. 칠곡보 상류 좌측에서 노점을 연 차상현(55)씨는 "지난 28일엔 오늘보다 녹조가 더 심했다"며 "강가에서 물쪽으로 20m가 넘게 녹조띠를 이루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 왜관읍에서 나고 자랐다는 차씨는 "칠곡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쏘가리도 잡고 참 좋았는데... 녹조가 생긴 건 처음 본다"며 "이게 다 보를 만들고 물을 가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보다 녹조가 훨씬 빨라졌다며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7월 중순 강정고령보 상류의 가장자리 부분에서 대량 증식현상을 보이던 조류들이 27일 현재 강정고령보로 막힌 낙동강 전체로 확산되었다"며 "지금 창궐하는 녹조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포함되어 있어, 낙동강 식수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대강사업 전 거의 1급수의 낙동강물을 공급받았던 구미와 상주지역은 이제 여름만 되면 독성 남조류로 인해 식수원 안전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며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는 대구와 달리 경북 구미나 상주는 독성 남조류를 걸러주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서 이들 지역의 식수 공급에 치명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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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칠곡보 상류에도 녹조류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녹조류가 이렇게 많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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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칠곡보 상류에 발생한 녹조류에 돌멩이를 던지자 녹색의 물이 퍼지고 있다. ⓒ 조정훈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국장은 "강 전체에 녹조가 창궐하는 것이 입증되었다"며 "환경부와 지자체는 주민들의 식수원 안전에 대한 우려와 수변활동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수 있도록 원인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또 "환경부나 지자체는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4대강 사업 때문에 녹조현상이 생긴 게 맞다면 강을 원상회복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다시 창궐하고 있고 이 때문에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며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긴급 합동조사단을 즉각 구성해서 식수의 안전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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