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못본다" MB 말에.. 철도路線 설계만 3번째
강원 복선전철 횡성~둔내 터널 구간… 평창올림픽 개최 맞추려던 개통 지연 우려

철도공단, 공청회도 끝난 노선… 李대통령 한마디에 설계 변경
국토부 "80초 경치 감상 위해 2000억 더 들이는 高架 안돼"
올 6월 전면 재설계 지시
조선일보 | 최종석 기자 | 입력 2013.08.02 03:22 | 수정 2013.08.02 10:05

대통령 말 한마디에 3년간 설계만 세 번째 하고 있는 철도 공사 구간이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201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강원도 원주~강릉 복선 전철의 횡성~둔내 구간(33㎞)이 그것. 철도 전문가들은 "이 구간 때문에 전체 복선 전철 개통이 1년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원주~강릉 복선 전철은 정부가 4조원을 들여 112㎞ 구간을 복선화하는 국책 사업이다. 이 구간이 개통되면 서울에서 평창까지 시속 230㎞짜리 준고속철을 타고 1시간대에 갈 수 있게 된다. 횡성~둔내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작년 6월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조선일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설계 변경

횡성~둔내 구간의 공사가 꼬이기 시작한 건 2011년 9월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터널로만 노선을 만들면 강원도의 경치를 볼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에 당시 공사를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공청회까지 마친 설계 도면을 급하게 변경했다.

당초 공단은 산악 지형인 이 구간에 터널 6개를 뚫어 노선을 건설하기로 했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2011년 설계 도면을 완성했고,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공청회까지 마쳤다. 하지만 공단 측은 대통령 발언 이후 이 구간을 마을이 있는 산 아래쪽으로 2㎞가량 내리고, 2000억원을 더 들여 높이 60~80m, 길이 2.68㎞와 0.83㎞짜리 고가 2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80m는 아파트 30층 정도 높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작년 9월에 열린 공청회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산 아래에 있는 무형문화재 보존 마을이 거대한 고가(高架) 때문에 두 동강 난다"는 이유에서다. 환경 파괴와 소음, 열차 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책위원장 이우성씨는 "몇 년씩 준비해서 2011년 확정된 노선이 불과 석 달여 만에 뚜렷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 바뀌었다"며 "철도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공단이 뒤늦게 내세운 이유가 경제성이나 안전성이 아니라 '열차 승객의 조망권'이었다"고 말했다.

◇올 6월에 재설계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환경 파괴와 소음, 안전에 문제가 예상된다"며 이 구간에 대해 전면 재설계를 지시했다. 80초 동안 경치를 감상하려고 2000억원을 더 들여 위험한 고가를 짓는 건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횡성~둔내 구간의 지연 때문에 원주~강릉 복선 전철의 개통 시기를 맞출 수 있느냐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시운전 일정 등을 감안하면 2016년까지는 공사가 마무리돼야 한다. 작년 6월에 착공한 나머지 구간과 달리, 횡성~둔내 구간은 내년은 돼야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착공 이전 단계에선 실시 설계 1년, 환경영향평가 6개월,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린다.

이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실시 설계와 같이 진행하거나 생략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며 "특단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2016년 완공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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