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1000억 들인 외국인임대 '11가구' 팔고 접는다
SH공사, 우면2지구 잔여분 33가구 ‘시프트’로 일반에 공급
아시아경제 | 배경환 | 입력 2013.08.06 08:59 | 수정 2013.08.06 09:05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서울시가 우면지구 외국인 전용 임대아파트 잔여분을 모두 장기전세주택(시프트)로 전환해 내국인에 공급키로 했다. 수차례의 모집공고에도 1년 넘게 외국인 임차인을 찾지 못하면서다.

이로써 당초 178가구로 공급된 우면지구 외국인 임대아파트는 단 11가구만 외국인에게 공급된 '내국인용 외국인 아파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국인에게 강남 요지의 고급 주택에 대한 청약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 서울시가 서초구 우면2지구에 조성한 외국인 임대아파트 ‘서초 네이처힐1단지’ 전경 /

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SH공사는 서초구 우면2지구 서초 네이처힐1단지 외국인 임대아파트 33가구를 시프트로 변경하기로 했다. 2012년 10월부터 지난달말까지 진행된 수시모집에서 남은 잔여분이 대상으로 전용면적 49㎡ 24가구, 84㎡ 6가구, 114㎡ 3가구 등이다.

1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우면2지구 외국인 임대아파트는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외국 자본의 투자유치 촉진을 위해 시중 임대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은 특별지구 물량이다. 2005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받은 후 오 전 시장 재임시기인 2009년에는 65억원을 추가 투입,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등 편의시설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강남 최고 입지에 최첨단 시설을 갖췄음에도 제때 입주자를 찾지 못하면서 '유령아파트'로 전락했다. 완공 후 반년이 지나도록 단 6가구를 모집하는 데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조성 초기 관련법령을 조정하지 못하고 사업을 추진한데 있다. 국민임대주택 목적으로 지은 시설물의 경우 외국인이 입주하지 못하는 규정을 간과한 것이다. 완공이 되고 나서야 '외국인 임대주택 특별공급을 위한 기준'이 마련돼 외국인 입주가 가능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기에 서울시가 임대와 분양 등 공급 방안을 놓고 고민하면서 공사기간이 늘어났다. 결국 임대보증금 회수 지연으로 인해 발생된 자본비용만 4억원을 넘어섰고 사업을 주관한 SH공사는 하루 평균 513만원씩 손실을 봤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말 총 공급분 178가구 중 절반인 90가구를 일반분양했다. 강남권 노른자위에 들어선 아파트를 빈 채로 방치하기보다 내국인에게 공급해 주택부족 문제와 함께 미분양을 해소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략에서다.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일반분 90가구는 평균 4.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 나머지 88가구 중 44가구도 시프트로 조기 마감됐다.

서울시는 마지막 남은 33가구도 시프트로 전환함으로써 우면2지구 미분양 문제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일반 시프트도 수십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우면2지구의 경우 일종의 고급 시프트로 분류할수 있었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외국인에게 공급될 아파트가 서울시 내국인이 거주하는 단지로 바뀌게 됐지만 좋은 입지에 좋은 시설로 조성된 시프트를 서울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는 또다른 성공으로 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올 초 진행된 시프트 공급수준과 비슷하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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