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괴담의 실체, 놀라지 마세요
[주장] 일 정부 대변인 자처한 정홍원 총리 유감... 정확한 정보 제공이 우선
13.08.06 19:38 l 최종 업데이트 13.08.06 19:58 l 양이원영(wawayang)
▲ 정홍원 국무총리(자료사진) ⓒ 유성호
지난 2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일본 국토의 절반이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등의 일본 방사능 괴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악의적으로 괴담을 조작, 유포하는 행위를 추적해 처벌함으로써 괴담이 근절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일본 방사능 관련 정보가 '국민행복을 저해하는 사회적 위협 요인'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정 총리의 발언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 해야 하는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다양한 정보가 취합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은 일본 방사능 관련 각종 정보와 주장들을 여러통로를 통해 공유하고 확인한다. 총리가 주장하는 '괴담' 수준의 잘못된 정보들은 또다시 여러 통로를 통해 검증되고 취사선택된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확대되는 이유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만 강조해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일부 잘못된 정보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거짓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일본 전역으로 퍼지는 방사성 물질
우선 "일본 열도의 절반이 이미 고농도 방사능 오염지역이 됐다"는 방사능 괴담 첫번째 내용을 보자. 2011년 12월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실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일본의 세슘 137 토양오염정도를 예측한 지도를 보면 일본 국토 대부분이 세슘 137 오염 영향권에 있다.
▲ 일본 세슘 137 토양오염 예측 지도 ⓒ PNAS
물론 오염 기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기준인 g당 10베크렐(방사능의 국제단위, Bq)로 보면 오염 수준이 낮지만 인공방사능 물질로 인한 토양의 오염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입금지 지역과 같은 고농도 오염이 아닌 토양 kg당 5베크렐(Bq) 이상인 지역의 오염도 우려스럽다고 볼 수 있다.
▲ 일본 문부과학성의 세슘 137 토양오염지도 ⓒ 일본 문부과학성
일본 문부과학성의 세슘 137, 134 토양오염지도는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인 PNAS의 지도에 비하면 그 규모가 적다.
문부과학성이 작성한 지도는 단위면적당(㎡) 오염정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 오염지도를 바탕으로 일본 국토의 3%인 8개 현(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군마, 도치기, 이바라키, 사이타마, 지바)을 공식 제염지역(방사능 오염 제거 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일본의 현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한다. 후쿠시마 현뿐만 아니라 제염지역의 농수산물도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잡지 <네이처>에 4월 29일자로 발표된 후쿠시마와 동일본 지역의 민물고기의 세슘 137, 134 오염지도는 좀 더 정확한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 해당 지역의 민물고기를 조사한 결과를 반영한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오염지도인데 후쿠시마를 시작으로 도쿄까지 일본 본토 중심부가 세슘에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지도상 일본에서 생산되는 상당량의 농수축산물의 방사능 오염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염을 한다고 해도 숲, 호수, 연못, 하천 등은 한계가 명확하며, 바람과 지하수에 의한 방사성물질 오염을 막을 방법도 없다.
그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쓰나미 잔해를 일본 전역으로 보내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일부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잔해도 함께 처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건물 잔해 등 쓰레기는 모두 2250만 톤에 달하고 이 가운데 일본 정부는 2천만톤은 지진지역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250만 톤은 2014년 3월까지 전국적으로 분산해 처리할 방침이다. 미량이지만 일본전역에서 방사성물질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 민물고기 오염을 통해서 본 세슘 오염지도 ⓒ 네이처
방사능 안전신화 강요하는 일본
오염지도를 통해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오염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에게 원전 안전 신화 대신 방사능 안전 신화를 강요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피난간 15만 명의 주민들에 대해서 연간 피폭량 허용기준치의 20배에 해당하는 20미리시버트(mSv) 이하 구역을 '피난지시 해제 준비 구역'으로 공표하고 주민 귀환을 위한 환경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숙박은 허용되지 않지만, 낮에는 주민 출입이 가능한 지역으로 정한 것이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제염작업을 한 뒤 피난 지시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구소련 정부가 자국민에게 5미리 시버트 이상 오염지역에 대해 '이주 의무' 조치를 한 것과 대비된다.
괴담 내용 두번째인 '일본 정부는 방사능 정보 등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분명 잘못된 정보다. 국가 기밀 누출에 대한 처벌을 골자로 한 '비밀보전법안' 발의 소식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정부가 지속적으로 보여준 방사능 오염 관련 정보 은폐나 공개 지연이 이런 의심을 살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다고 본다.
세번째로 '사고 원전에서 바닷속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어, 일본산 생선이나 야채 등은 먹으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2012년도 기준으로 보면 수입된 냉장명태(생태)의 93%가 일본산이다. 하지만 냉동명태(동태)는 일본산은 1.6%이고, 대부분이 러시아산이다. 어떤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일본산이나 러시아산의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러시아연안으로도 이동한다.
또한, 명태는 이동성 어류로 일본 연안에서 러시아 연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산물은 원산지보다 방사능 오염 여부에 주의해야 한다. 일본산 수산물 검사에서는 2011년 4월부터 12월까지 방사능이 kg당 최대 98베크렐로 측정된 수산물을 포함, 총 21건을 검출했다. 2012년에는 최대 방사능이 25베크렐 검출된 것을 포함, 총 101회가 검출됐다.
올해 들어 검출 횟수는 좀 줄었다. 방사능이 최대 10베크렐 검출된 것을 포함해, 현재까지 8건이 검출됐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일본산 이외의 수산물에 대해서는 정기검사를 하지 않는다.
정부가 사용하는 '불검출'이라는 용어도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검사기계의 성능에 따라서 검사시간에 따라서 '불검출'이 '검출'로 바뀌기도 한다. 정부의 '적합' 표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kg당 방사능 370베크렐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게 검출되면 '적합'이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은 성인 남자 기준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방사능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아기나 태아는 훨씬 더 민감하다. 아기가 성인남자의 20배 더 민감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럴 경우, 성인 남자에게 '적합'이지만, 여성이나 아이에게는 '부적합'이 될 수도 있다.
독일방사선방호협회는 어른은 8베크렐 아이는 4베크렐을 기준치로 삼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기준도 사고 발생시 기준이기 때문에 피할 수만 있다면 방사능 제로가 가장 안전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출된 방사성물질 중 대표적인 세슘 137의 경우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30년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나온 세슘 137이 아직도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인류는 아직 고농도 방사성물질에 의한 바다오염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성물질은 해류를 따라 태평양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우리나라 해역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정도에 제주 남부 바다로 상당 수준의 세슘이 흘러올 것을 예측하고 있다. 수산물 전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방사능 오염 확산 예측 지도(2012~2041) ⓒ Journal of Environmental
네 번째로 일본에 있는 호주와 캐나다 대사관이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고 하는데 이는 관련 사이트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양쪽 모두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호주는 한국 대사관에 캐나다는 필리핀 대사관에 관련 업무를 넘긴 상황이다.
▲ 주일 호주 대사관 비자 발급업무 관련 공지사항 ⓒ 호주 대사관
▲ 주일 캐나다 대사관 비자발급 업무 관련 공지 ⓒ 주일 캐나다 대사관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으니 일본 방사능 오염때문인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 명확한 확인이 필요한 일이지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도 진행 중
마지막으로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량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의 11배 이상이다"라는 것인데, 누출된 방사성물질만으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방출량이 후쿠시마보다 많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3기의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려서 3기의 격납건물이 폭발했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도 폭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4기의 총 사용후 핵연료(4604다발)는 체르노빌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699다발)의 약 6.6배에 이른다.
문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겨우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원자로 내에 로봇을 보내 사진 몇 장 찍은 정도다. 2, 3호기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데 1, 2, 3호기 모두 녹아내린 핵연료가 바닥 어디까지 내려가 있는지, 오염된 지하수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는 수 차례의 지진으로 인해 매우 약화된 상태인데 만약에 추가 강진이 발생한다면 도쿄 전체 거주자들이 피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방사능 오염수 말고도 처리 후 재사용하는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 36만톤이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의 나무를 베어내고 액체핵폐기물통 둘 자리를 확보하고 있지만, 액체핵폐기물통은 내구연한이 5년밖에 되지 않아서 앞으로가 더 문제다.
바다로 유출된 방사성물질 또한 해결이 어렵다. 체르노빌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어느 것이 더 큰 사고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거다. 원전사고를 자동차사고, 비행기사고, 지진피해나 쓰나미 피해와 견줄 수 없는 이유다.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은 앞으로 수세기를 두고 우리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는 피해를 축소하기 바쁘다. 일본 국민들조차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해외에서 식수를 사다 먹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총리가 자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면서 불안을 해소시켜주기보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4대악 중 '불량식품'에 방사능 오염 식품이 포함돼야 맞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이라 하더라도 (암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7번째 보고서(Biological Effects of Ionizing Radiation VII, BEIR VII)는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건강영향에 대해 위와 같이 결론을 내고 있다. 이는 방사성물질에 의한 암발병률에는 기준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사능은 공식적으로 발암물질이다. 심장병, 안과질환, 후세대에 전달되는 유전병을 일으킨다. 근골격계 질환, 무기력증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방사성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 작용은 노화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원자력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적은 양의 방사능은 안전하다는 '기준치' 논리에 충실하다.
그런데 정 총리는 오히려 국민들의 안전을 우선시 하기보다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총리는 오히려 '방사능 안전신화괴담'을 유포하는 식약처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 원자력 마피아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원전을, 방사능을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원자력 마피아의 본질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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