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머리채 잡은 경찰 사진이 조작이라고?
경찰, "벙어리장갑이라 잡을 수 없다" 반박
11.11.26 16:23 ㅣ최종 업데이트 11.11.26 17:33 최지용 (endofwinter)
▲ 11월 22일 밤. 물포를 쏘며 강제 검거작전을 펼치던 경찰이 현장을 취재중이던 사진기자의 머리채를 잡은채 강제로 끌고 가자 주변의 시민들이 저지하고 있다. ⓒ 최윤석
지난 23일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에서 사진기자의 머리채를 잡고 연행을 시도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를 경찰이 "왜곡된 사진"이라며 반박했다. (관련기사 : "시민 찍으려는 순간, 경찰이 머리채 낚아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4일 <시사신문>의 원아무개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든 채, 경찰의 손에 머리채가 잡혀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해당 경찰관이 소속된 서울지방경찰청 31기동단은 <오마이뉴스>의 보도 직후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언론 <위키트리>에 "사진을 이용한 진실 왜곡 현장을 '사진'으로 고발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200회 이상 리트윗 되면서 퍼져나갔다.
31기동단 측은 이 기사에서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을 캡쳐한 사진 6장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2번째 사진을 설명하며 "시위대에 어깨와 허리를 잡힌 채 경찰 쪽으로 밀려오고 있는 원 기자, 시위자는 기자를 방패삼아 경찰에 대항하려는 듯"이라고 적었다.
또 경찰관의 손이 원 기자 머리에 올려진 상황에서 찍힌 네 번째 사진에는 "문제의 장면, 경찰관이 머리를 잡아채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더 이상 오지 못하게 머리 쪽을 밀고 있는 중"이라며 "경찰관은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어서 머리카락을 잡아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실제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 발길질 하는 시민 잡으려다 사진기자 머리 잡아
▲ 23일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 영상 지난 23일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 당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시사신문> 사진기자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찰 채증영상. ⓒ 경찰청
동영상에는 경찰관이 원 기자의 머리에 손을 대기 전 상황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이 지적한 원 기자를 "방패삼아 경찰에 대항하려는 듯"한 시민은, 사실 경찰에 발길질을 하려는 사람을 저지하려다 원 기자와 뒤엉킨 모습이다.
경찰관들은 발길질을 피해 뒤로 물러섰고, 뒤쪽에 있던 문제의 경찰관은 발길질을 한 시민을 잡으려고 앞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는 헛손질을 하고, 거의 반사적으로 바로 옆에 있던 원 기자의 머리를 잡는다. 경찰의 주장대로 밀고 있는지 아니면 머리채를 잡은 것인지 영상에서 손은 보이지는 않지만, 경찰관의 팔 움직임에 따라 원 기자의 머리가 함께 움직인다.
결국 경찰관이 발길질한 시민을 잡으려다 놓치자, 가까이 있는 사진기자에게 손이 간 상황이다. 물론 경찰관이 머리를 잡은 사람이 기자인지 인식을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찰관 기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건 분명하다.
경찰관이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다는 주장도 이후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들을 거의 모두 두꺼운 검은색 가죽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진압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
이에 31기동단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해당 경찰관이 원 기자를 연행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 보도가 마치 그런 것처럼 나왔다"며 "경찰은 시위현장에서 항상 기자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연행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현장 상황이 급박했고 시위대가 발길질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마치 경찰이 기자를 연행하려고 했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찰이 벙어리장갑을 착용했다는 잘못된 주장과 관련해 "우리 보고서에는 '벙어리 장갑 같은 두꺼운 장갑이라 머리채를 잡을 수 없다'라고 돼 있는데 실수로 잘 못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청, 해당 언론사 찾아가 "연행 아니다" 해명
한편, 서울지방경찰청도 25일 피해 사진기자의 소속사인 <시사신문>을 찾아가 사건 당시 채증 동영상을 보여주며 "연행하려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용준 <시사신문> 사진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시경 홍보실 소속 담당자들이 찾아와 '사람들이 밀려 나오는 걸 막으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라며 "영상에서는 머리채를 잡은 건지 머리를 밀고 있는 건지 분명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을 확대해 보면 머리채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시경 담당자들에게 '이게 밀고 있는 걸로 보이냐'라고 따져 물었다"라며 "그러자 별 다른 사과 없이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관들이 처음에는 그 영상을 '<오마이뉴스>에서 제공 받은 것'이라고 하다가 계속 질문하자 나중에는 자신들이 '채증한 영상'이라고 말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부장은 "회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려고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터넷기자협회를 통해서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기자는 사건이 있은 후 지난 24일 집회 취재때부터 두통을 호소해 현재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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