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낙동강 녹조-소모적 논쟁 끝내야 한다.
SBS | 송성준 기자 | 입력 2013.08.12 14:51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만약 '녹조 라떼' 현상이 낙동강이 아닌 한강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수도권 시민은 물론 주요 신문과 방송, 정부 등이 아마 훨씬 심각하게 반응했을 겁니다. 사람이 마시는 물에서 독성 조류가 대번식하고 그것도 거의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데 대책을 내 놓기는 커녕 원인을 둘러싸고 소모적 논쟁만 하고 있으니 참 기가 찰 노릇이죠. 낙동강 권역이었으니 그나마 이 정도지 수도권이라면 참 난리가 나도 한창 났을 겁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취수와 정수에 아무 문제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죠.
![](http://i2.media.daumcdn.net/svc/image/U03/news/201308/12/sbsi/20130812145114436.jpg)
![](http://i2.media.daumcdn.net/svc/image/U03/news/201308/12/sbsi/20130812145114448.jpg)
녹조 원인은? 이제 보가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낙동강 녹조 원인은 4대강 수중보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정부와는 완전히 대치되는 발언입니다. 그런데 MB 정부시절 집권 여당 대표이자 현재 경남도지사를 하고 있는 홍준표지사는 "4대강 보와는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 지사는 나아가 과거에 견줘 녹조현상이 완화됐다고 했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재연되고 있는 논쟁인데요 윤 장관과 홍 지사의 발언을 계기로 다시 불 붙고 있습니다.
저는 주장에 앞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녹조가 점점 심각해지자 지난 주 부터 안동댐과 합천댐 임하댐 남강댐 등 낙동강 수계 4개 댐에 초당 150~200톤 가까운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방류하면 물이 흐르잖아요? 지금 현장을 가보면 알 수 있죠. 낙동강 수위 엄청 불어나 있습니다. 합천 창녕보, 창녕 함안보 등에서 보 위로 물이 쉴새없이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보 하류에는 독성 남조류 사체가 누런 띠를 형성하며 떠내려 가고 있고요. 보 상류는 방류 전보다 강의 녹색 빛깔이 훨씬 완화 됐습니다. 연일 폭염이 계속 되고 있는데 녹조가 정체 또는 완화되는 이유는 뭘까요?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낙동강 녹조가 일찍이 이렇게 세간의 관심이 된 적이 있었나요?
지난 해와 올 해를 제외하고는 제 기억에는 거의 없습니다. 보가 완성된 게 2011년 하반기죠. 그러니 보 이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종전 낙동강 녹조가 심각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부산 취수장 부근의 낙동강 하류 물금 지역이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더라도 밀양 삼량진 정도였습니다. 보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낙동강 본류 중상류 지역에 낙동강 녹조가 문제시 된 적은 없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전에도 낙동강 중 상류 지역에 녹조가 심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부산 경남북 지역에는 낙동강 수질과 조류에 대해 오랜 기간동안 체계적으로 연구해 온 교수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발로 뛸 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연구를 해온 분들인데요.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국립부경대학교에서 낙동강에 대해 30년 이상 연구해 온 박청길 교수에 따르면 낙동강 본류 중상류 지역에 녹조가 심각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단언합니다. 박 교수는 중상류지역에 녹조가 있었던 곳은 안동댐이나 임하댐 등 물이 흐르지 않는 댐에서 발생했지만, 물이 흐르는 본류에서는 녹조현상이 거의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심각한 녹조가 발생한 것은 보의 준공 시점과 일치한다는 게 박 교수의 입장입니다.
과거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죠.
낙동강 하류 물금지역에 지금과 같은 심각한 남조류 대번식 현상이 발생한 것은 언제일까요? 공교롭게도 1991년부터라고 합니다.그런데 낙동강 하구둑이 언제 완공됐습니까? 바로 1987년입니다. 하구둑이 완공되고 나서부터 물금지역에 남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연구 결과입니다. 낙동강 하구둑 축조 후 상류지역인 물금까지 녹조류가 대번식하기 시작한 것과 낙동강 8개 보 건설 이후 하나같이 보 상류지역에 녹조류 번식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겠죠. 환경부가 내놓은 최근 자료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녹조는 높은 수온과 일조량, 인 등 부영양화 물질과 함께 물의 흐름이 주요한 4대 원인입니다. 낙동강은 4대강 공사 이후 수심을 평균 6M 이상 파 물 저장 능력이 훨씬 커졌습니다.
수량이 풍부해지면 당연히 자정 능력이 높아지겠죠. 그런데 왜 정반대로 녹조 현상이 더 심화되고 더 위쪽까지 확대되어 나타날까요? 물이 정체됐기 때문입니다.일각에서는 한강에도 보가 있지만 독성 조류가 심하지 않지 않느냐는 지적을 합니다.그러나 한강은 그야말로 일반적인 보입니다. 그리고 올해 장마로 인한 비가 많이 왔습니다.그러나 낙동강은 일반적인 보가 아닌 댐 수준입니다. 그러니 정체된 물이 더 많아 지고 일조량과 부영양화 등과 결합해 더 심할 수 밖에요.
홍 지사는 보 건설 보다도 낙동강 유역의 오염원이 더 큰 문제라고 했는데요. 물론 사실입니다. 하지만 낙동강 오염원이 4대강 사업 이후에 더 많이 생겼나요? 아닙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하면서 오염원으로 지목했던 낙동강 둔치 농업을 모두 다 없애 버렸습니다. 그곳에 생태공원을 조성해놓았죠. 정부 발표대로 라면 오염원은 오히려 줄어 들었습니다. 홍 지사는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환경부에서 가장 최근에 조사한 수질 자료부터 한번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방류는 왜 하는지? 낙동강 조류가 왜 최근 2년 동안 이렇게 문제가 되는 지 과연 보 건설 이전에 낙동강 중 상류에 심각한 녹조가 있었는 지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봐야 합니다.
물은 생명. 식수원 위협하는 보 철거 문제 진지하게 논의해야
물은 생명입니다. 낙동강은 7백만 영남 주민들의 젖줄입니다. 식수원이 이렇게 위협받은 적이 있었나요? 독성 조류가 대번식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당장 취수장과 정수장에 비상이 걸리겠죠. 정수과정에서 염소 등 정화 물질을 대량 투입해야겠죠? 해마다 정화비용이 늘어날 것이고 강에 조류 제거를 위해 또 얼마나 많은 관리비용이 들겠습니까? 정수에 화학 약품을 과다 투입하면 역한 화학 냄새 많이 납니다. 정수과정에서 화학물질 과다 투입에 따른 발암물질도 생성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방류를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늘렸는데 만약 이번처럼 상류에 비가 많이 와 저수량이 많았기에 망정이지 가뭄으로 댐 저수량이 적었다면 방류를 제대로 할 수 있었겠습니까? 댐 방류 못했다면 불을 보듯 뻔 합니다. 지금 보다 훨씬 심각한 녹조가 번식했겠죠. 당장 녹조를 막기 위해 이처럼 많은 물을 방류해도 되는지도 사실 문제입니다. 앞으로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면 갈수기 가뭄에 대비해야 하니까요.
사실 여름에는 남조류가 문제지만 겨울도 문젭니다. 갈수기 겨울철에도 간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갈조류의 번식이 우려됩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겁니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낙동강 본류의 물을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보의 완전 철거 방식인지 아니면 다른 기술적 방법이 있는지는 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어야겠지요. 사회적인 중지를 모야야 할 때가 됐습니다.
송성준 기자sjsong@sbs.co.kr
'시사 > 4대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년간 건달 된 기분... 빨리 일하고 싶다 - 오마이뉴스 (0) | 2013.08.12 |
---|---|
영산강 중·상류지역 '녹조' 확산..비상 - 연합 (0) | 2013.08.12 |
녹조 퍼지다 - 연합 (0) | 2013.08.12 |
정몽준 "녹조는 4대강사업 때문 아냐" - 뷰스앤뉴스 (0) | 2013.08.12 |
홍준표 또 4대강 '옹호'… 친이계 결집 노리나? - 노컷 (0) | 2013.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