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음모 정국’ 공안 올드보이 4인방이 주도
등록 : 2013.08.29 20:29수정 : 2013.08.29 21:31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기춘 실장·홍경식 수석·황교안 장관·남재준 원장 
“혐의나 증거, 마치 20년 전 사건을 보는 것 같다”
“혐의란 게 옛날 스타일, 옛날 느낌이 강하다. 마치 20년 전 사건을 보는 것 같다.”

1990년대에 공안검사였던 한 변호사는 29일 박근혜 정부 첫 대형 공안사건이자 ‘내란음모’라는 죄명이 붙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수사는 김기춘 비서실장, 홍경식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 ‘올드보이 공안통’들이 청와대 핵심 요직에 포진한 직후 터져 나왔다. 국가정보원이 수사 내용과 공개·강제수사 착수 시점 등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이 불러올 파장을 이들 공안통이 조절하거나 주도하면서 정국 운영에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야권 한 핵심 인사는 “과거 경력을 볼 때 이번 사건을 핸들링하는 정점에는 김기춘 실장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1989년 서경원 의원 방북 사건 당시 ‘좌익 발본색원’을 총지휘한 ‘전력’이 있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터졌을 때는 법무부 장관으로 수사 방향을 최종 결정했다. 1992년 대선 때는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로 ‘모의’한 초원복국집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홍경식 민정수석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거쳤다.

이들은 대형 공안사건이 정국에 어떤 파장을 낳고, 어떻게 활용 가능한지를 잘 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당연히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옛날 초원복국집 사건을 돌아보면 김기춘 실장은 그렇게 담백한 사람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역시 검사로 재직할 당시 공안 이외 업무를 해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표적 공안통이다. 검찰은 현재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는 한편, 이후 추가 수사와 기소를 책임지게 된다. 이번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는 수원지검 공안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정원과 손발을 맞춰 공안사건을 처리했다. 2008년에 터진 ‘여간첩 원정화 사건’도 수원지검과 국정원 경기지부가 ‘합작’했는데, 일부 관련자의 핵심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가 나오기도 했다.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국정원이 이번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검찰에 견줘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는 직속기관이어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청와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더구나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불만이 많았다. 그런 만큼 청와대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이번 사건만은 확실히 틀어쥐고 국면을 주도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별명이 ‘육사 3년생도’일 만큼 군에서도 강경보수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공안검사·육사 출신 중용이 공안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과거에도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 올드보이들의 귀환은 공안정국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명박 정부 첫 법무부 수장이던 김경한 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2년 검찰을 떠났다가 6년 만에 법무부 장관으로 귀환한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초기부터 “극렬”, “선동” 등의 용어를 써가며 형사처벌을 독려하는 등 공안몰이에 앞장섰다.

김남일 석진환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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