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국정원 보도’ 불방 통보 파문
시사제작국장, 추적60분 방송 이틀 앞두고 연기 통보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입력 2013.08.30  12:22:02


▲ <추적60분>이 31일 ‘국정원의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 아이템을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의 지시로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KBS <추적60분>이 31일 ‘국정원의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 아이템을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의 지시로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KBS <추적60분>은 ‘국정원의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을 31일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29일 오후 5시 반, 갑자기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제작진을 호출해 통진당 사태를 거론하며 국정원이 예민한 시기니 방송을 1, 2주 연기하자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전에는 아예 방송 시점을 못 박을 수 없다고 말해 <추적60분>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의 방송 여부는 더욱 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KBS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적60분> 제작진은 해당 아이템에 대해 29일 제작편집을 완료, 30일 더빙만을 앞두고 있었고 31일 방송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취재·제작 도중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방송 이틀 전 통보한 것이라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작진들은 “방송 연기든 불방이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적60분>의 강희중 CP는 3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 회의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게 없어서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일단 저희는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는 30일 오후 성명을 내어 “최근 통진당의 국정원 수사와 <추적60분>이 두 달 동안 심층 취재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백운기 국장이 억지로 통진당 사건과 연결해 아이템을 결방시키려는 의도는, 통진당 내란 음모 사건을 담당하는 국정원의 신뢰에 흠을 내지 않겠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사실상 국가 공권력에게 무한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관제방송인의 전형적인 발상이자 시사 아이템을 공권력을 위해 불방시킨 치욕스런 사례”라며 “백운기 국장은 2주 후 방송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자신의 직을 걸겠다고 했지만, 이번 결방사태를 계기로 이미 국장직 자격을 스스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적60분>이 이번 주 정상 방송되지 않는다면 바로 그 시점부터 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는 백운기 국장을 시사제작국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스>는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회의 중이어서 닿지 못했다.

올해로 방송 30주년을 맞은 시사고발 프로그램 <추적60분>은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정권에 민감한 아이템이 불방되거나 연기되는 고초를 겪었다. 2010년 11월에는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 편이 불방 위기를 맞았다 예정대로 방송됐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이 불방되다 2주 후 나갔다. 지난해 7월에는 권순범 당시 시사제작국장이 MBC 파업 취재 기획안에 대해 ‘안 된다’는 입장을 통보해 취재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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