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1003
극우유튜버 국회 취재, '뒷배'는 따로 있다
[주장] 정당 협조받아 방문증으로 취재하는 경우도... 과격한 행동은 언론자유가 아니다
20.05.14 11:04 l 최종 업데이트 20.05.14 14:09 l 임병도(impeter)
▲ 인사하는 김무성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결국 걔네들은 다 돈 벌어먹는 놈들이다. 자기들 조회수 올려서 돈 벌어먹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쏟아낸다. 자극적인 말이 나와야 조회수가 올라가니까... 유명한 극우 유튜버들, 전부 썩은 놈들이야."
지난 10일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의 <한국일보>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습니다. 김 의원은 극우 유튜버들을 비판하면서 "지금까지 참았는데 앞으로 싸우려고 한다, 나쁜 놈들이야"라는 원색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했습니다.
김 의원이 '극우 유튜버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신의 한수' '고성국TV' '가로세로연구소' 등 극우 유튜브 채널들은 앞다퉈 그를 비난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탄핵과 관련해서 김무성, 유승민이 배신자다. 이건 맞는 거 아닌가, 이게 자극적인가. 우리가 봤을 땐 합리적이고 당연한 발언이다." - 신의 한수
"좌파들이 겁을 내는 유일한 것은 자유 우파 유튜브다. (김 의원은) 좌파들이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우파 유튜버 때려잡는 거로 좌파와 손을 잡을 거냐." - 고성국TV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튜브 영상 썸네일에 '뭔 X소리야'라는 문구를 넣기도 하고,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사냥에 나섰다' '탄압'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통합당 당대표·원내대표까지 움직이는 극우 유튜버들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2019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저는 지난해 10월부터 정식으로 국회 장기출입기자증을 발급받았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다 보면 극우 유튜버들을 자주 봅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국회를 출입하는 경로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정식으로 언론사로 등록하고 국회사무처에서 장기 출입기자증을 받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언론사로 등록했지만 1년 미만인 경우 일시 취재증을 받아 출입하는 사례입니다. 여기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정식으로 급여를 받는 언론사 소속 기자는 아니지만, 협의 하에 명함이나 재직증명서 등을 제출해 일시 취재증을 받는 겁니다. 같은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명의 극우 유튜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국회사무처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협조를 받아 방문증을 수령, 국회에서 취재를 하는 경우입니다. 저도 나름 오랜 시간 정치 기사를 썼지만 선뜻 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정당 혹은 국회의원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거나 매체 영향력 등이 있지 않고서는 쉽게 허락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극우 유튜버들은 아주 쉽게 동의를 받습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당시 '신의 한수' 소속이었던 유튜버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의 허락을 받고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다른 진보 성향 유튜버들과 싸우다가 국회 직원과 마찰을 빚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통합당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이들을 보호해주기도 합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황교안 대표에게 몰려가 국회사무처 통제에 항의한 적이 있습니다. 황 대표는 그 자리에서 당 관계자들에게 '취재에 적극 협조해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유튜버와 싸움을 벌여 국회사무처로부터 6개월 간 출입제한을 받았던 '신의 한수' 소속 박창훈 정치부장은 지난 총선 때는 통합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서 진행자를 맡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문 대통령 임기 뒤 교도소 무상급식'… 통합당 공식 유튜브 막말 박창훈은 누구?)
극우 유튜버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빨갱이'
▲ ’극우 유튜버’ 관련 직접 받은 메일. ⓒ 임병도
저는 보수 유튜버라는 말보다 '극우 유튜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극우 유튜버들이 사상과 이념보다는 자극적인 영상을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취재하면서 극우 유튜버들이 촬영하는 저의 카메라를 밀치거나 렌즈 앞을 가로막는 등 취재를 방해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얼마 전엔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임병도 이노무 기자인척 하는 머리 빈 노무시키"라는, 일베에서 주로 쓰는 단어가 포함된 제목이었습니다.
메일을 보낸 분은 '극우 유튜버'라는 말이 싫었나 봅니다. "극우 유튜버? 어디서 함부로 극우를 찾아? 극우가 무슨 뜻인지는 아나?"라며 "니 눈에 극우로 보이는 이유 알려줄까, 니가 빨갱이라서 그래 ㅋㅋㅋ"라고 지적(?)했습니다.
1인 미디어로 1인 언론사로 활동하기에 유튜버들이 국회를 자유롭게 취재하는 데에는 당연히 동의합니다. 하지만 막말과 폭언, 과격한 행동까지 언론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극우 유튜버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를 '빨갱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폭언과 폭력만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가끔은 저도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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