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통 정권에 백기 든 무기력한 야당
등록 : 2013.09.23 18:33 

민주당이 23일 원내 복귀를 선언하면서 정국이 새 국면을 맞았다. 54일째 원외투쟁을 계속하던 민주당의 복귀로 정기국회는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조했지만 국회가 열리면 정국의 무게중심은 원내로 쏠릴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예산국회를 무대로 여야의 또다른 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민주당의 원내 복귀는 그 자체로 비판받을 사안은 아니다. 민생 문제가 산적한 마당에 제1야당이 국회로 들어와 제 할 일을 하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54일에 걸친 원외투쟁을 아무런 소득 없이 빈손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120석을 넘는 거대야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수치스런 일이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계기로 한 민주당의 그간 대여 투쟁에선 야당다운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야당이 지금처럼 여당 앞에서 맥을 못 추던 시절은 별로 없었다. 목소리는 높였지만, 한번도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끌려가기만 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에서 선서조차 거부한 주요 증인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추궁이나 공세도 펴지 못한 채 무기력함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국정원 정국에서 민주당의 현실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도 불명확했다. 정국의 고비마다 당내 의견이 갈려 갈팡질팡하다가 여당에 되치기를 당하곤 했다.

정국이 지금처럼 꼬인 것을 민주당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불통 정국의 최대 원인 제공자는 박근혜 대통령임이 분명하다. 집권세력은 국정원 정국 와중에 북방한계선(엔엘엘) 대화록 공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수사 등 무리수를 두어가며 정국을 비틀어 놓았다. 집권세력이 지금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듯해도 길게 보면 하나같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국이 이처럼 허무하게 흘러가는 것은 야당이 제대로 못한 탓도 크다.

민주당은 원내로 들어온 이상 그간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현실적인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제대로 된 투쟁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정원과 검찰 개혁, 복지 및 경제민주화 후퇴, 세법 개정 문제, 4대강 의혹 규명 등 민주주의와 민생에 직결된 문제가 산적해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와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을 대변하고, 그 후퇴를 저지할 큰 책임은 제1야당인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후퇴시키려는 기도에 단호히 맞섬으로써 국민과 함께하는 야당이란 이미지를 각인해야 한다. 김한길호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합리적 투쟁의 전범을 만든다는 자세로 전력투구해야만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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