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석에 앉은 김하영, 울먹이며 거짓말?
[원세훈 5차공판] '휴지통에 버린 수준으로 삭제'했다는데 복구 불가능
13.09.23 17:30 l 최종 업데이트 13.09.23 17:35 l 이병한(han)유성애(find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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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흰색 가림막 뒤에 몸을 숨긴 채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 남소연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02호실. 갑자기 가림막 너머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가 울먹이는 소리가 전해졌다. 검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5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에게 지난해 12월 11~13일 일명 '오피스텔 대치' 당시 노트북에서 파일을 삭제한 이유를 묻자 그는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감금돼 있을 당시에 밖에서… (울먹임) 워낙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고, 당시 아마 해적키를 가져왔다는 그런 기사를 본 것 같다. 그래서 문을 뚫고 들어와서 제 컴퓨터를 탈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업무용 노트북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무와 관련된 사항이 포함돼 있었고, 최소한의 보안 조치로 삭제했다."

그는 노트북에서 파일 187개를 삭제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업무의 정당성을 떠나서 업무 자체가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보안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측이 조직적인 정치·대선개입 행위 발각을 염려해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삭제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그는 "내가 뭐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삭제했던 것도 아니고, 단순히 휴지통에 버리고 삭제한 그런 활동이었다"라고 부인했다. 여전히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그는 "내가 지웠던 것은 텍스트 파일과 북한 관련 그림파일,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이었다"라며 "알다시피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삭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측은 납득이 안 간다고 반박했다. 시종일관 정당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억울함을 벗기 위해 노트북을 임의제출까지 했다면서, 제출 전 파일을 187개나 삭제했다? 검찰의 추궁에 김씨가 다시 말했다.

"내가 전문적으로 (삭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거나 하면 그런 의도(수사 방해)로 했다고 하겠지만, 내가 삭제했던 것은 정말 휴지통에 버린 수준으로 삭제한 것이 전부다. 이런 수준으로는 그렇게 (수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실제 방해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울먹이며 한 김씨의 증언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증언대로 "휴지통에 버린 수준으로 삭제한 것이 전부"라면 이후 경찰과 검찰의 디지털포렌식 수사 과정에서 삭제한 파일이 거의 완벽하게 복구되어야 했다.

수사기관에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

검찰은 이미 공판 과정에서 수차례 김씨가 노트북 파일 187개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했다고 밝혔다. 인케이스 프로그램(수사용 파일 복구 프로그램) 등을 동원한 디지털 포렌식 기법에도  김씨가 오피스텔 대치 당시 파일을 삭제했다는 점, 그리고 그 개수가 187개라는 점 등은 확인되지만, 그 내용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텍스트(txt) 파일 하나를 복구했는데, 이 파일은 김씨가 수신한 이메일의 첨부파일이었다. 임시파일 형태로 생성된 후에 자동으로 삭제됐기 때문에 김씨가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 작업을 한 파일에는 포함되지 않아 복구가 가능했다. 이번 사건 수사는 이 파일에 적혀있던 아이디와 닉네임, 패스워드, 민간인 조력자의 인적사항 등에서부터 실마리가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결정적이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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