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사기극에 놀아나지 마시라
일부러 엉터리 통계 지표를 만들거나 통계 수치를 엉뚱하게 해석해 국민을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업의 세금, 노동생산성, 취업계수, 서비스업 등 4대 분야에서 어떻게 숫자놀음이 벌어지는지 따져보았다.
조회수 : 2,756  |  홍헌호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webmaster@sisain.co.kr  [314호] 승인 2013.10.03  01:14:22

일부 경제 관료와 학자, 언론인은 가끔(?) 통계 지표를 동원해 국민을 속인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일부러 엉터리 통계 지표를 만들거나 혹은 괜찮은 통계 수치를 엉터리로 해석하는 경우다. 최근 대기업들이 규제 완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박근혜 정부도 이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법인세 인하나 노동시장 유연화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다면, 그 앞잡이로 몇 가지 통계 수치가 활용될지도 모른다. 그들이 어떻게 당신을 속이려 하는지 알아야, 이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1 기업들의 세금이 너무 많다? 기업이 내는 세금에 대한 오해 

일부 관료와 학자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3.5%(2010년 기준, 이하 동일)인데, OECD 평균 2.9%에 비해 0.6%포인트나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내는 세금에는 법인세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게 비교하면 안 된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는 사회보장세(사회보험료)는 GDP 대비 2.5%에 불과하다. OECD 평균 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OECD 기업들이 내는 ‘GDP 대비 전체 세금(법인세+사회보장세)’은 평균 8.2%(법인세 2.9%+사회보장세 5.3%)인 데 비해, 한국 기업들의 그것은 6%(법인세 3.5%+사회보장세 2.5%)에 불과하다. 즉, 세금 전체로 따지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OECD 국가들에 비해 GDP 대비 2.2%포인트(8.2%-6.0%)의 세금을 덜 낸다. GDP 대비 2.2%는 지난해 기준으로 28조원에 해당한다(2012년 GDP는 1272조원).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뉴시스</font></div>우리나라 기업들은 OECD 국가들에 비해 GDP 대비 2.2%포인트, 금액으로 28조원의 세금을 덜 낸다. 위는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우리나라 기업들은 OECD 국가들에 비해 GDP 대비 2.2%포인트, 금액으로 28조원의 세금을 덜 낸다. 위는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뉴시스

2 한국 근로자들은 무능하다? ‘노동생산성’에 대한 오해 

일부 관료와 학자들은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개탄한다.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아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OECD 최악의 근로시간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은 기가 죽는다.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말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무능하거나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데도 지나치게 높은 봉급을 받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무지가 낳은 억지일 뿐이다. 

그들의 주장은 한국생산성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자료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 기관이 노동생산성을 산출하는 방법은 ‘총부가가치액을 취업자 수로 나누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생산성을 산출하는 방식은, GDP(총부가가치액+α)를 인구수로 나누어 산출하는 1인당 GDP 공식과 유사하다. 실제로 국가 간 1인당 노동생산성 격차는 1인당 GDP 격차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즉,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GDP가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격차이며, 노동자들이 무능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3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 35만 개 창출? 취업계수에 대한 오해

이명박 정부 때 일부 관료와 연구기관들은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하면 일자리 35만 개가 창출된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폈다. 그러나 실제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일했던 인원은 고작 1만명에 불과했다. 이는 관료들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취업계수’ 등의 개념을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악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은 1922조원의 중간재·중간 서비스를 투입해서 1054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 둘을 합친 총산출액은 2976조원이다. 같은 해 일자리 수는 2383만 개였다. 취업계수는 일자리 수를 총산출액으로 나눠 ‘산출액 10억원당 일자리가 몇 개냐’로 환산한 수치다. 계산해보면 2010년 취업계수는 8이다. 10억원당 일자리 8개가 있더라는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4대강 사업(위)에 22조원을 투입하면 일자리 35만 개가 창출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취업계수’를 악용한 대표 사례이다.
4대강 사업(위)에 22조원을 투입하면 일자리 35만 개가 창출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취업계수’를 악용한 대표 사례이다. ⓒ시사IN 조남진

이처럼 취업계수는 산출액과 일자리의 수를 단순 대비한 수치에 불과하다. 산출액이 늘어난다고 곧바로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총산출액은 2976조원, 2011년은 3280조원이다. 1년 사이 304조원이 늘었다. 이에 위의 취업계수를 적용하면 1년 사이 243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의 일자리는 41만 개 느는 데 그쳤다. 다시 말하자면 산출액과 일자리를 단순 대비해서 취업계수를 계산해낼 수는 있다. 그러나 투자를 늘려 산출액을 증가시킨 뒤 이에 취업계수를 곱해서 일자리가 몇 개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관료들은 이런 난센스를 실제로 벌였다. 4대강 사업에 투자할 22조원(이에 따라 산출량이 늘어남)에 취업계수를 적용해서 일자리 35만 개를 억지로 계산해낸 뒤 이를 사업 근거로 떠들썩하게 홍보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취업계수가 아니라 현실의 통계 자료들을 토대로 계산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이전 몇 년 동안의 토목 부문 통계 자료들을 살펴보면, 1조원의 추가 투자에 1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래서 당시 필자는 4대강 사업에서도 연평균 10조원의 추가 투자가 이루어질 때 35만 개가 아니라 1만 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는? 정부 관료들의 예측은 터무니없이 빗나갔고 필자의 예측이 맞았다.

4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부럽다? 서비스업에 대한 오해  

일부 관료와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비중이 낮다며 개탄한다. 그러면서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의 산업체제가 우리나라보다 더 바람직한 것일까? OECD에 따르면 2009년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79.4%였고 우리나라는 60.3%였다. 양국 간 격차는 19.1%포인트다. 그럼 제조업 비중은 어떨까? 미국이 12.3%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28.1%에 달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이 미국보다 15.8%포인트 높다 보니, 서비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제조업 비중이 28.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나마 우리나라를 단기간에 선진국 초입에 들어서게 한 일등 공신이 바로 제조업이다. 경제성장의 일등 공신인 제조업을 홀대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을 부러워하는 일부 관료와 학자들의 맹목적인 사대주의부터 극복해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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